거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패스트 팔로워'였던 현대차그룹은 새로운 기술과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로 변모했다.사진은 정주영 창업회장, 정몽구 명예회장, 정의선 회장 등 3대 경영진이 세계적 권위를 지닌 미국 유력 자동차 매체 '오토모티브 뉴스'에서 100주년 기념상 수상자로 선정된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주바일산업항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정주영 창업회장의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1946년, 폐허 속에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회장은 현대자동차공업사를 설립하며 한국을 세계적 제조 강국이자 자동차 왕국으로 이끌 여정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약 80년이 지난 지금, 과거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패스트 팔로워'였던 현대차그룹은 새로운 기술과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로 변모했다.

현대차그룹은 이제 자동차 생산을 넘어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비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를 개발한 것도 이러한 비전의 연장선이다. 생존 전략이 바뀐 만큼 성장 방식도 진화했다. 현대차그룹은 협력사와의 상생을 핵심 기치로 삼고 금융·기술 전환을 적극 지원한다. 이밖에도 산학협력을 통한 인재 양성 등 '함께 가는 성장 모델'을 병행하며 국내 자동차 산업의 저변을 두텁게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탄소중립이라는 글로벌 흐름 속에서 수소를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동력으로 삼고 지속가능한 모빌리티 사회 실현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로 도약하고 있다. 사진은 현대차의 대표 모델인 대형 버스 유니버스 수소전기버스 상품성 개선 모델. /사진=현대차 제공

현대차그룹은 탄소중립이라는 글로벌 흐름 속에서 수소를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동력으로 삼고 지속가능한 모빌리티 사회 실현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로 도약하고 있다. 이는 이상적인 도시를 설계해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그룹의 비전과 맞닿아 있다.


현대차가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 개발·출시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염물질 배출원이었던 자동차를 환경친화적 이동수단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수소전기차를 넘어 연료전지 공급·활용과 수소 밸류체인 구축까지 전방위적 투자와 협업을 이어가며 수소 생태계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의 수소 도전은 1998년, 연구원 7명이 미국으로 건너가며 본격화됐다. 당시 현대차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우주선 연료전지 시스템을 납품하던 UTC파워를 찾아가 수소전기차 개발을 시작했고 2000년 국내 최초 수소전기차 '머큐리1'을 선보였다. 이후 2004년에는 수소전기차의 엔진 격인 '스택'을 독자 개발하며 기술 자립 기반을 마련했다.

2013년에는 세계 최초의 수소전기차 양산 모델인 '투싼ix 퓨얼셀'을 출시했고 2018년에는 후속 모델 '넥쏘'를 선보였다. 지난 6월에는 7년 만의 완전 변경 모델인 '디 올 뉴 넥쏘'가 출시됐다. 디 올 뉴 넥쏘는 출시 후 누적 계약 대수가 7000대를 넘어서는 등 초반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는 승용차뿐 아니라 수소트럭 '엑시언트', 수소전기버스 '일렉시티'·'유니버스' 등 상용차도 양산하며 제품군을 넓혀가고 있다.


첨단 산업 경쟁력의 핵심을 '사람'으로 본 현대차그룹은 국내 대학과의 산학 협력을 통해 미래 인재도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있다. 사진은 현대자동차그룹 계약학과 신입생 입학식 오리엔테이션에 왼쪽부터 현대차그룹 CMO 김도식 상무, 현대엔지비 임준채 미래인재팀장, 현대차그룹 한용빈 부사장, 고용노동부 김종윤 산업안전보건본부장, 숭실대 김병직 안전융합대학원장, 현대엔지비 오정훈 대표이사, 숭실대 이상준 기획조정실장, 이준원 안전융합대학원 교수와 1기 입학생들(2~3열)이 참석한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수소 사업에서 현대차그룹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20여년 동안 이어진 완성차-협력사 간 상생이 자리한다. 대량생산 체제가 갖춰지기 전까지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임에도 부품사들은 현대차그룹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수소 관련 부품 생산에 꾸준히 참여해왔다. 현대차그룹 역시 협력사들과의 동반 성장을 위해 대규모 투자와 지원을 병행해오며 견고한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최근에도 그룹은 전기차 전환기를 맞아 협력사들의 적응을 돕기 위한 상생 프로그램을 속도감 있게 추진 중이다. 2022년에는 정부와 손잡고 1~3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5조2000억원 규모의 전동화 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했고 2011년부터는 약 270개 협력사에 총 2조7000억원의 금융 지원을 제공해왔다.

이 같은 노력은 '본사-협력사 동반성장' 전략의 성과이자 한국 자동차 산업 전체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의 주요 협력사들은 그룹의 성장과 함께 동반 발전하며 자동차 부품산업에서 핵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모비스·현대트랜시스·만도 등 주요 협력사들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는 부품업체로 도약했다.

첨단 산업 경쟁력의 핵심을 '사람'으로 본 현대차그룹은 국내 대학과의 산학 협력을 통해 미래 인재도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11개 대학과 '전동화 시스템 공동연구실'을 설립해 인버터·구동모터·충전 15개 과제를 수행 중이며 배터리 공동연구 허브(서울대)도 운영한다. 지난 6월에는 숭실대와 손잡고 '스마트 산업안전' 재직자 재교육형 계약학과(석사과정)를 국내 최초로 신설, 현장 중심의 글로벌 안전 전문인력 양성에 착수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기술과 로보틱스 연구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며 미래차 경쟁력 확보에도 힘을 싣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2028년까지 미국에 약 210억달러를 투자해 미래 기술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미국 로봇회사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한국의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티투닷(42dot)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며 핵심 기술 내재화에 주력하는 등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