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성폭행당해 원치 않는 임신과 출산을 한 여성이 현재 남편으로부터 혼인 취소 소송을 당했다. 그래픽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함. /그래픽=클립아트코리아

어린 시절 베트남에서 성폭행당해 원치 않는 출산을 한 여성이 남편으로부터 혼인 취소 소송을 당했다고 조언을 구했다.

23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베트남에서 나고 자란 이주 여성 A씨 사연이 전해졌다. A씨는 "남편이 오래 전 제가 베트남에서 출산한 사실을 숨기고 사기를 쳤다면서 저에게 혼인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고 운을 뗐다.


A씨에 따르면 그는 열 살 무렵, 베트남에서 한 남성에게 납치돼 성폭행 당했다. A씨는 원치 않는 임신을 했고 아들을 낳았다. 나중에 그 남성이 아들을 데려갔지만, 종종 친정에 찾아와 돈을 요구하며 괴롭혔고 A씨는 결국 집을 떠나야 했다. 이후 A씨는 식당에서 일하며 지내다가 결혼중개업소를 통해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A씨는 "아이를 낳은 걸 속일 생각은 없었다. 중개업소에선 결혼한 적이 있는지만 물었고, 없다고 답했을 뿐"일며 "남편과 베트남에서 선을 보고 한국으로 와서 결혼 생활을 시작했다. 그런데 결혼한 지 1년쯤 지났을 때, 남편의 계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남편에게 알렸지만, 그는 신고하지도 않고 계속 한집에서 살게 했다. 이후 한 차례 더 성폭행 당했고, 결국 직접 경찰서에 가서 남편의 계부를 신고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수사 과정에서 남편이 제가 베트남에서 아이를 낳았다는 걸 알게 됐다. 남편은 '사기 결혼'이라며 혼인 취소와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면서 "앞이 막막하기만 하다. 어떻게 해야 하냐"고 조언을 구했다.


이에 홍수현 변호사는 "상대방의 중대한 거짓말에 속아 결혼했다면 법원에 혼인 취소를 청구하고 그 책임이 있는 상대방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예외는 있다. 대법원의 판례에 따르면 특히 성폭력 피해로 인한 출산처럼 내밀한 사생활에 해당하는 경우 과거 출산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는 혼인 취소 사유가 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출산 경력을 숨기는 것은 혼인 취소 사유가 될 수 있지만 성폭력 피해와 같이 매우 예외적이고 내밀한 사정이 있다면 사기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