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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들의 고향 전남 신안군이 문화예술 관광 메카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1000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신안군에 육지와 섬을 연결하는 다리, 섬과 섬을 연결하는 연도교가 놓이자 뭍사람들이 섬으로 몰려들고 있다. 특히 신안은 사계절 꽃피는 섬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가운데 섬마다 박물관이 지어지고 호수에 미술관이 들어서는 등 문화예술의 꽃이 만개하고 있다. 그 중심의 한 축을 압해도 암태·팔금·안좌·자은도가 속한 신안 중부권이 담당하고 있다.<머니S>가 13일과 14일 이틀에 걸쳐 이곳의 숨은 비경을 보기 위해 신안군관광협의회 관계자와 함께 팸투어에 나섰다.
신안군의 초입에 들어서면 압해대교가 손님을 맞는다. 2008년 목포와 연결하는 압해대교가 개통됐고 2009년 4월에는 바다정원이 있는 국내 유일의 1004섬 분재정원이 문을 열었다. 분재정원에는 아프리카 예술의 진수인 '쇼나조각' 작품도 자리하고 있다. 또 120종 2000여점의 분재들이 자태를 과시하고 있다. 이중 백미는 태백산에서 옮겨온 주목분재인데 수령이 1500년이나 됐다고 한다. "감정가도 20억원을 호가한다"고 최민수 신안군 관광협의회 총무부장은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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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재정원하면 애기동백도 빼놓을 수 없다. 겨울철 흰눈이 애기동백에 내려 앉은 풍경을 담기 위해 사진작가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곳이다. 야생 화원, 미니 수목원, 생태연못, 초화원, 장미원, 유리온실, 산림욕장 등과 함께 저녁노을 미술관도 볼거리다. 한국화의 거장 우암 박용규 화백이 기증한 126점의 작품도 전시돼 있다. '바다·섬·정원'을 주제로, 개최지 신안의 아름다운 자연을 꽃으로 재해석한 68점의 독창적인 작품이 전시되는 국제꽃장식대회가 오는 17일부터 사흘간 이곳 분재정원에서 막이 오르니 참고하면 좋을 듯 하다.
압해도에서 신안 섬 여행의 첫 맛를 봤다면 본격적인 참맛을 보기 위해서는 압해도와 암태를 연결하는 천사대교를 넘어야 한다. 국내 최초 사장교와 현수교를 동시에 배치한 교량인 천사대교는 2019년 4월4일 자동차 전용도로로 지정됐으며 총연장 구간은 10.8km에 달한다. 올망졸망 작은 섬들이 끝없이 펼쳐진 다도해의 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천사대교 끝자락 오도항에서는 저렴하게 요트도 이용할 수 있다. 천사대교 개통으로 오도항이 부두로서 기능이 약화 됐지만 신안군이 출자해 만든 요트장 개장으로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요트 투어는 '요트 국가대표 출신' 임규복 천사섬 요트 관광(주) 대표의 안내로 항해가 시작된다. 해질녘 요트에서 해넘이 구경은 요트투어의 절정이다.
천사대교를 건너 10여분 승용차로 이동하면 암태면 기동삼거리에는 핫플 '동백파파머리' 벽화가 나온다. 2019년 4월부터 관광객들의 사진명소가 됐다. 이날도 관광객들이 줄지어 인생샷 남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 벽화가 탄생하기까지의 뒷얘기도 흥미롭다. 처음에는 '은하철도 999의 메텔'을 군청에서 그려달라는 요청이 있었는데 작가가 고향의 향수를 느끼기에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얼굴이 제격이다 싶어 관과 담벼락의 주인 노부부를 설득한 끝에 현재의 명작이 나왔다는 것.'평면에 입체감'을 입힌 이 벽화는 신안 지도가 고향인 조각가 김지안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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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의 보고' 자은도를 가기 위해서는 암태와 자은도를 연결하는 은암대교를 건너야 한다. 자은도는 해양복합문화관광단지인 1004 뮤지엄파크가 들어서 있다. 청포도 모양의 희귀수석 등 수백점이 전시되어 있는 수석미술관과 3000톤에 이르는 기암괴석과 200여 종의 야생화, 그리고 100여그루의 분재 등이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하는 수석정원이 볼거리다.
여기에 1004뮤지엄파크는 국내 최대 조개 고동 전문 박물관인 세계 조개박물관과 신안자생식물 연구원, 오토캠핑장, 자연휴양림 등으로 꾸며졌다. 임양수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장이 선장생활을 할 시절부터 40여년간 세계를 누비며 수집 채취한 조개와 고동 1만1000여점을 신안군에 기증해 세계조개박물관이 건립됐다고 한다.
로마시대 황실의 의복으로 제작돼 금보다 더 가치가 있다는 티리안 퍼플. 뮤렉스라는 바다 달팽이 약 1만 마리에서 1g밖에 얻을 수 없는 귀한 염료의 원재료도 이곳 조개고동박물관에서 볼수 있다. 매년 봄이되면 이곳 1004뮤지엄파크는 더욱 풍성한 볼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이곳 1004뮤지엄파크에서는 매년 4월 피아노축제와 세계김밥페스타, 보라해 댄스페스티벌이 열려 젊음의 열기로 가득찬다.
자은도 구경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인피니또 뮤지엄과 무한의 다리가 핫플레이스다. 2019년 할미도와 1004m의 인도교(無限의 다리)가 개통돼 관광객들의 명소가 됐다. 다리 이름은 한국의 대표 조각가 박은선과 마리오보타가 지었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마리오보타가 건축설계하고 박은선 작가가 참여해 '때 묻지 않은 섬, 바다와 어우러지는 건축물'를 주제로 인피니또 뮤지엄'이 개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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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은도의 반대방향 끝에는 예술의 섬 안좌섬이 있다. '한국의 피카소'라 불리는 수화 김환기 화백(1913~1974)의 고향이기도 하다. 읍동마을에는 김환기 화백의 고택이 잘 보존돼 있으며 인근 신촌저수지에는 세계최초 '플로팅 뮤지엄'이 개관을 앞두고 있다. 햇빛을 받은 스테인리스 스틸 외장판넬벽이 눈부신 빛을 반사하며 손님을 맞았다. 물에 4면이 반사되도록 아름다운 조형미를 뽐낼 큐브 형태의 건물은 바다 위에 떠 있는 1004개 신안의 섬과 하얀빛, 네모난 모양의 천일염을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최민수 관광협의회 부장은 "일본 작가 야나기 유키노리(柳幸典)가 설계에 참여했다"며 "야나기는 일본 이누지마(犬島)의 옛 구리 정련소를 개조해 미술관으로 만드는 등 '이누지마 아트 프로젝트'를 주도해 소멸 위기의 섬을 살린 것으로 알려진 작가"라고 설명했다.
이날도 내년 3월 준공을 목표로 외관 보수와 내장 도장작업이 한창이었다. 1588㎡ 규모로 큐브 형태의 전시실 5개와 수장고·사무실 등 총 7동으로 구성됐다. 물 위 전시실 등을 연결할 도교 60m도 설치한다. 내년 8~9월쯤 개관 후에는 4개 큐브에서 야나기의 대형 설치미술 5점이 상설 전시되며 1개 큐브에서는 기획전시가 열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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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좌섬 아니 신안군의 대표 관광지는 퍼플섬이다. 지붕과 벽, 어린왕자도 보라색 옷을 입는 등 곳곳이 온통 보라 천국이다. 퍼플섬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보라꽃을 피운다. 5월 라벤더축제, 9월과 10월 버들마편초와 아스타국화축제가 열린다. 이날 반월·박지도 퍼플섬에는 부산에서 온 한 관광객이 보라색 원피스를 차려입고 한껏 자태를 뽐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처럼 세계적인 반열에 오른 퍼플섬을 방문할 때 보라색으로 몸을 치장하는 것이 관례가 된 것이다. 퍼플섬은 2021년 12월 유엔관광기구(UNWTO)가 선정한 최우수 관광마을에 선정된 데 이어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 100선(2021~2022, 2025~2026)에도 2회 걸쳐 선정됐다. 반월도와 박지도를 잇는 퍼플교는 2010년 2월 두리선착장에서 박지도를 거쳐 반월도를 연결하는 목교가 완성됐다.
한편 신안관광으로 출출해 질 때면 분재공원 아래 생아귀로 만든 찜 전문식당과 송공항 인근의 횟집들을 찾아가면 좋다. 생우럭탕, 연포탕과 낙지초무침 등이 남도 특유의 게미진 맛을 선사한다. 퍼플섬 방문 계획이 있다면 곧 열릴 암태 왕새우 축제 참여도 권한다. 교통편은 서울→서해안고속도로→목포IC→신안, 부산→남해고속도로→순천→서영암→목포→신안, 광주→함평→목포IC→신안 등을 경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