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아기상어를 제작한 더핑크퐁컴퍼니가 하반기 코스닥 대어로 나선다. 사진은 더핑크퐁컴퍼니 미국 행사./사진=더핑크퐁컴퍼니

캐릭터 아기상어를 제작한 더핑크퐁컴퍼니가 하반기 코스닥 IPO 대어로 지목받는다. 공모 성패는 증권신고서에 채 담기지 않은 삼성출판사와의 불투명한 동행을 어떻게 설명할지에 달렸다. 코스피 상장사인 삼성출판사는 김민석 더핑크퐁컴퍼니 대표의 부친 김진용 대표가 오너다.

27일 더핑크퐁컴퍼니 신고서에 따르면 더핑크퐁컴퍼니는 희망 공모가 3만2000~3만8000원으로 640억~760억원을 모은다는 계획이다. 오는 28일에서 다음달 3일 수요예측을 실시해 공모가를 결정하고 6~7일 청약한다.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이다.

강점(Strength)

더핑크퐁컴퍼니는 메가 히트를 친 아기상어를 비롯해 핑크퐁과 베베핀 등 다수 흥행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회사다. 세계 유튜브 조회수 1위, 넷플릭스 키즈 부문 11개국 1위, 앱 누적 5억3000만회 다운로드 등 기록으로 K-콘텐츠 플랫폼 경쟁력을 입증했다.


탄탄한 재무 구조도 강점이다. 더핑크퐁컴퍼니는 유형자산을 다루는 제조업 등에 비해 매출원가가 낮은 무형자산 IP 위주 사업으로 수익성이 높다. 영업이익률은 2022년 3.2%에서 지난해 19.3%로 올랐다. 2022년 197.8%였던 유동 비율도 점차 상승해 지난해 328.0%로 300%를 넘겼다. 지난해 기준 매출은 775억6900만원, 영업익은 193억7400만원이다.

이는 높은 해외 매출 덕분으로 풀이된다. 더핑크퐁컴퍼니 매출은 지난해 기준 해외 비중이 74.2%다. AI와 다국어 현지화 역량을 내재화해 25개 이상 언어를 지원할 수 있는 글로벌 제작 체계를 구축했다. 미국과 일본, 중국에도 현지 법인이 있다.

약점(Weakness)

지배구조는 가족 경영 형태로 불투명하다. 캐릭터 사업 경험이 없던 김민석 대표가 삼성출판사 지원을 받아 더핑크퐁컴퍼니를 키웠다. 2018년까지만 해도 삼성출판사가 지분 20.55%를 보유한 계열사였는데 상장을 위해 주관사단까지 선정한 2019년에서야 지분율이 관계사 기준선인 20% 아래로 내려갔다.

이는 지배구조 논란을 잠시 회피하기 위한 조치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중복상장 등 지배구조 논란은 주주보다 오너나 경영인 이익에 따라 회사 간 이해관계를 달리 할 수 있어 국내 증시 저평가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김민석 대표부터 더핑크퐁컴퍼니 주주와 삼성출판사 주주 이익이 충돌할 때 누구 이익을 우선할지 확실치 않다. 김민석 대표는 올해 반기 기준으로 삼성출판사 지분 6.16%를 보유한 주요 주주다. 이번 공모 직전에도 경영진이 더핑크퐁컴퍼니를 매각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분율 하락 원인은 신규 투자 유치에 따른 자연스러운 지분 희석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더핑크퐁컴퍼니 유동성이 튼튼했고 상장으로 추가 자금을 유치할 예정이었던 상황에서 신규 투자를 받아 지분을 희석했다는 것이다.

후계 다툼 등 오너 일가 속사정에 따라서도 회사가 출렁일 수 있다. 김진용 대표는 1956년생으로 내년 70세다. 김민석 대표 형제인 김우석 삼성출판사 이사는 출판사 지분(5.19%)이 김민석 대표보다 부족해도 내부 중책을 맡아 경영권에는 더 가깝다. 그는 더핑크퐁컴퍼니 지분도 0.51% 보유하고 있다.

공모 후 삼성출판사(14.43%)와 김민석 대표(15.87%) 지분율은 1.44% 격차에 불과하다. 삼성출판사가 지분율을 확대하면 최대주주를 잡고 더핑크퐁컴퍼니 경영에 나설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김민석 대표는 특수 관계인 주식을 우선 매수할 권리를 보유한다"며 "상장 이후에도 독립 경영 체제를 유지하며 이사회 및 주요 의사결정 과정 독립성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회사는 신고서에도 "삼성출판사 지분율이 20% 미만이며 그 외 유의적 영향력 보유가 입증되지 않아 관계회사로 분류되지 않는다"면서 "삼성출판사가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낮다"고 기재했다. 그러면서 회사가 삼성출판사 계열사였다는 사실은 미기재했다.

2019년 지분 희석 당시 누구로부터 얼마를 투자받았는지도 기재하지 않았다. 지분증권 발행 관련 사항을 2022년부터 기재했기 때문이다. 김민석 대표가 2대 주주 회사 지분을 얼마나 보유했는지도 없다. 김우석 이사와의 경영권 분쟁 위험 역시 생략했다. 계열사 이력과 관련해 회사 관계자는 "지분 매도가 아니라 신고서에 별도 기재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했다.

기회(Opportunity)

캐릭터 아기상어를 제작한 더핑크퐁컴퍼니가 하반기 코스닥 대어로 나선다. 이미지는 더핑크퐁컴퍼니 IP./이미지=더핑크퐁컴퍼니

IP 사업이 한계가 없는 무형 시장이라는 점은 높은 확장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캐릭터 IP 사업은 모바일 환경과 스트리밍 기술 발전으로 과거 특정 매체와 장소에 제한됐던 콘텐츠 전달 방식에서 벗어났다. 언제 어디서나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인 셈이다. 덕분에 더핑크퐁컴퍼니가 글로벌 시장에 접근하고 콘텐츠를 제공하기 수월해지고 있다.

더핑크퐁컴퍼니는 이에 발맞춰 완구 등 실물인 MD나 영업비용이 필요한 라이선스 사업 비중을 줄이고 콘텐츠에 집중하고 있다. 콘텐츠 매출 비중은 2022년 34.5%에서 올해 반기 67.6%로 컸다. 이중 수익성이 특히 높은 수출이 61.3%로 대부분이다. 같은 기간 MD 매출 비중은 29.5%에서 4.8%로 급감했다. 라이선스 매출 비중은 21.9%에서 10.1%로 감소했다.

더핑크퐁컴퍼니는 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공모 자금으로 IP 제작 프로세스를 고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프리미엄 애니메이션 제작 등으로는 수익성을 높일 전망이다. 글로벌 공간 기반 엔터테인먼트(LBE) 확장에도 나선다. 특히 AI 역량 강화로 신규 IP 론칭 주기를 단축하겠다는 비전이다. 기존 인기 캐릭터 세계관을 확장해 장기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는 장편 애니메이션화 하겠다는 구상도 있다.

위협(Threat)

공모 구조로는 순차적으로 풀리는 유통 물량이 다소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첫날에는 34.17%로 평범한데 ▲1개월 43.67% ▲3개월 52.37% ▲6개월 68.36% 등으로 늘어난다. 기점마다 10% 안팎 물량이 한 번에 시장에 풀리면 주가에 하방 압력을 줄 수 있다.

시장 측면에서는 세계적 저출산으로 캐릭터 IP 수요층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IP 소구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이 과제다. 국내 합계 출산율은 올해 1분기 기준 0.82명으로 인구 유지에 필요한 2.1명을 크게 밑돈다. 전 세계 합계 출산율도 2050년 1.83명으로 구조적 인구 감소 흐름이다.

콘텐츠 유통 시장도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거대 사업자가 살아남는 상황이다. 한정적인 창구를 둘러싼 캐릭터 사업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는 것이다. 캐릭터 인기가 떨어지거나 유력한 경쟁 캐릭터가 등장하기라도 하면 실적이 흔들릴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김민석 대표는 게임, 출판 등 IP 경험을 바탕으로 더핑크퐁컴퍼니 창업 이후 약 15년간 가족 콘텐츠와 캐릭터 IP 중심 글로벌 비즈니스를 이끌며 글로벌 흥행 IP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다"며 "별도 투자 전문 조직으로는 신기술·신시장에 대한 미래 성장 기회를 발굴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주요 투자 대상은 콘텐츠 사업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초기 스타트업들"이라며 "장기적으로 IP 확장, 기술 융합, 글로벌 사업 전개 측면에서 연계성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본업인 콘텐츠 사업 중심 성장을 최우선으로 IP 비즈니스 고도화와 연관 영역을 대상으로 전략적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