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과 함께 해외여행을 떠났다가 자식들에게 실망했다는 60대 남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최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60대 후반 남성 A씨는 대기업을 다니다 정년퇴직한 후 편의점을 운영하며 윤택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A씨는 3년 전 아내와 사별했다. 그는 자식들을 볼 때마다 넉넉하게 용돈을 챙겨주는가 하면 둘째 며느리가 편의점에서 일하고 싶다고 부탁하자 다른 직원들보다 월급을 더 챙겨줬다.
그러던 중 두 아들은 "내년에 아버지 칠순이시고 올해가 마지막 60대 생신이니까 우리 가족 모두 같이 여행 한번 가자"고 제안했다. 신이 난 A씨는 7인 가족의 항공권, 숙소비, 단체 티 맞춤 비용까지 모두 냈다. 그렇게 큰아들, 둘째 아들 부부의 손자까지 7명이 동남아 여행을 떠났다.
당시 동남아는 체감온도가 무려 40도를 넘을 정도로 더운 시기였다. 게다가 A씨는 몇 년 전 다리 수술받아 걸음이 느린 편이었다. 이에 A씨가 더위에 지치고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잠깐씩 멈춰서서 땀도 닦고 물을 마셨다. 그러자 큰아들은 "아버지, 뒤에 사람도 많은데 왜 자꾸 멈춰요"라면서 무안을 줬다.
A씨는 혹시라도 분위기를 깨게 될까 봐 꾹 참았다. 현지 음식점에서 동남아 음식이 너무 낯설었던 A씨는 무심코 "김치 좀 있으면 좋겠다"라고 한마디 했다. A씨는 그 순간 아들 부부가 눈빛을 주고받는 것을 발견했다.
다음 날 아침 아들은 "어제도 무리하시지 않았냐. 오늘은 시원한 호텔 방에서 좀 쉬셔라"라고 제안했다. 이에 A씨는 "억수로 쌩쌩하다. 이 선풍기도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자 며느리는 "오늘 체감 온도가 43도가 넘는다. 나갔다가 쓰러지면 어떡하냐"라고 바깥 구경을 말렸다. 결국 A씨는 홀로 호텔방에 남겨졌다.
A씨는 배가 고파지자 처량하게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한국에서 가져온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웠다. 하지만 2~3시간이 지나도 자녀들은 돌아올 기미가 없었고 메시지도 읽지 않았다. A씨는 혼자라도 바깥 구경을 하려고 호텔 밖으로 나왔는데 카드 키를 놓고 나오는 바람에 종일 호텔 로비에 앉아 가족을 기다렸다. 자녀들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고, 직원들과는 말이 통하지 않았다.
A씨는 "애들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나. 서러움에 눈물을 흘렸다"고 털어놨다. 큰아들은 "아버지 왜 이러나. 걱정돼서 그런 거 아니냐"라고 했고, 큰 며느리도 "우리 애들도 있는데 아버님하고 같이 챙기려고 하면 너무 힘들다. 신경 쓸 게 너무 많다"고 토로했다.
결국 A씨는 "나 그냥 서울 갈 테니 비행기 좀 끊어라. 그리고 내가 내준 비행깃값, 숙소비 다 돌려달라"며 고함을 쳤다. 그제야 자녀들은 "죄송하다. 내일부터는 다시 같이 다니자"라면서 사과했다.
다음날 방문한 곳은 등산 수준으로 가파른 길이었다. 결국 지친 A씨는 안내소에서 자녀들을 기다렸다. 같은 날 저녁 자녀들이 데려간 식당은 향신료 향이 너무 강했다. A씨는 몇 입이라도 먹어보려고 김치를 찾았다. 그러자 큰아들은 "내가 힘들 거라고 하지 않았냐"라고 이야기했다. 게다가 둘째 며느리는 "정 힘드시면 내일은 오전 일정까지만 가고 오후에는 호텔 가서 쉬세요"라고 말했다.
가족에 대한 오만 정이 다 떨어졌다는 A씨는 "내 명의로 된 집과 땅을 자녀에게 물려주기 싫어서 며칠 동안 기부하는 법도 찾아봤다"며 속상해했다.
박상희 심리학 교수는 "재산 이야기는 한 5년 후에 다시 고민하길 바란다. 너무 젊으시다. 지금이야말로 나만을 위한 삶을 다시 설계하실 때"라며 "동호회, 취미 생활 많이 하시고 능력도 되는데 정말 마음 잘 맞는 분이 계시면 여자친구도 만들 수 있다. 자식한테 유산을 주느냐 마느냐는 몇 년 후에 생각하셔도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