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10월28일 한국 사회는 다미선교회의 '종말 예언'으로 들끓었다. 다미선교회 이장림 목사는 예수의 재림과 신도들의 '휴거'를 예언했고 수많은 신도들은 그날을 구원의 날이라 믿었다. 수많은 신도가 생업을 포기하고 자신의 전재산을 처분한 채 약속의 시간을 기다렸지만 실제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들만의 믿음은 허망하게 무너졌다.
시한부 종말론, 나라를 뒤흔들다
휴거는 '그리스도가 재림해 믿는 자만 하늘로 들어 올리고, 지상엔 대환란을 일으킬 것'이라는 가설이다. 이 목사는 프랑스 점성술사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과 요한계시록을 뒤섞어 시한부 종말론을 만들었다. 그는 "휴거는 단 한 번뿐이며 그때 남은 자는 7년 대환난에 들어간다"고 주장했고 이는 곧 공포의 언어였다.이 목사는 "세상 재물은 더 이상 의미 없다"며 헌금과 재산 헌납을 독려했다. 일부 신도들은 학교를 그만두거나 아파트를 팔아 재산을 헌납했다. 한 여고생은 부모가 다미선교회에 못 가게 하자 음독자살했고, 한 여성은 "임신하면 들려 올라가지 못한다"는 교리에 낙태를 택하는 등 이 목사의 주장에 영혼을 걸었다.
당연하게도 휴거는 일어나지 않았다. 자정이 지났음에도 하늘은 열리지 않았다. 예배당에는 절규와 오열만 남았다. 한밤의 믿음은 그렇게 비극으로 끝났다.
신앙은 사라지고 절망만 남다
이 목사는 예언일 이전 이미 사기 및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신도들이 헌납한 돈을 교회 계좌가 아닌 개인 계좌로 받았던 것이 파악됐기 때문이다. 신도들이 그에게 헌납한 돈은 34억원대에 달했다. 이 목사는 징역 1년과 2만6000달러의 몰수형을 선고받았다.이 사건은 단순한 종교 해프닝이 아니다. 거짓된 신앙이 개인의 삶을 무너뜨리고, 믿음을 사유화한 인간의 탐욕이 한 사회를 흔든 비극이었다. 정부는 이 사건을 계기로 종말론 단체의 재산 모금 행위 규제를 강화했고, 종교 사기 근절을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섰다.
그날의 '휴거'는 오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의 순수한 신앙을 이용하는 거짓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