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장은 여전히 개인 투자자 중심 구조에 머무르면서 국내 증시 2부 리그로 불린다. 중심을 잡아줄 기관 투자자가 부족하니 단기 수익을 좇는 불안한 투자가 반복되고 이에 따라 기관 발길이 뜸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저평가된 혁신기업 자금 조달 사다리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물꼬를 터줘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배경이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지수는 지난 27일 기준 902.70에 마쳐 900선을 간신히 넘겼다. 28일엔 903.3으로 상승 마감했다가 29일 900선 등락을 반복했다. 900선은 새 정부 출범(6월4일) 이후 20%대 상승이지만 이는 같은 기간 4000선을 넘긴 코스피 상승률에 크게 못 미친다. 코스피 지수는 45% 이상 올랐다.
차이가 생기는 배경으로는 기관 자금 유입이 더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날 기준 코스닥 거래대금에서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다. 코스피(약 45%)보다 크게 높다. 대표적 기관 투자자인 국민연금부터 주식 보유 자산 절반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코스피 상위 대형주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업계에서는 국민연금과 같은 장기투자 성향 기관이 코스닥 시장에 참가하면 시장 안정성과 신뢰도가 함께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대규모 자금을 장기간 운용하는 연기금 특성상 단기 수급 왜곡을 완화하고 혁신산업에 장기적 성장 자본을 공급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코스닥협회와 벤처투자협회 등은 이미 국민연금 코스닥 투자 비중이 일정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거듭 요청해 왔다. 최소한 전체 국내 증시에서 코스닥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만큼은 국민연금이 투자할 수 있게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도 시각은 유사하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코스닥 시장이 지나치게 개인투자자 위주로 구성돼 기관 자금 유입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미 오랫동안 언급된 얘기"라며 "당연히 저희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유망주 발굴 외에도 여러 정책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혁신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는 국민연금 입장에서도 수익률 제고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고령 사회 심화로 연기금 재원 고갈 속도가 빨라지는 시점에서 대형주 중심 보수적 운용보다는 코스닥 투자 확대가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코스닥 시장에도 청산가치와 비교해 명백하게 저평가된 종목들이 있다"며 "국민연금에 직접 투자를 강제하는 방법이 적절하진 않겠지만 공적 연기금을 중심으로 건설적 행동주의 기반 외부위탁 운용관리(OCIO)를 확대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OCIO는 외부 자산운용사가 연기금·퇴직연금 등 자금을 위탁받는 대리 운용을 뜻한다.
더욱 본질적인 코리아 프리미엄 강화를 위해서는 일부 대형주 중심 변화만으로는 부족하며 더 적극적으로 저평가 종목 발굴과 장기 투자 토양을 갖춰야 한다는 제언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올해는 이미 앞서 설정한 중기 자산 분배 계획에 따라 투자가 집행되고 있다"면서 "내년에는 전체적인 시장 상황과 수익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금위원회가 방침을 세울 것 외에는 별도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