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11월2일 연쇄살인 조직 지존파 일당 6명에 대한 사형이 집행됐다. 사진은 지존파 일당으로 알려진 인물들. /사진=채널A '블랙: 악마를 보았다'

1995년 11월2일 엽기적인 연쇄살인을 저질러 사회에 충격을 준 지존파 일당 6명에 대한 사형이 집행됐다.

지존파는 1993년 7월부터 1994년 9월까지 약 14개월 동안 5명을 납치해 연쇄 살인을 저지른 조직이다. 이들의 범행 잔혹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지존파, '인간 도살장'의 기록

지존파는 두목 김기환이 결성한 범죄 조직이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부유층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을 키워온 김기환은 고소득자를 노린 범죄를 목적으로 8명의 조직원을 모았다.


지존파 일당은 전남 영광 아지트를 '아방궁'이라 칭하며 지하 감금실과 시체 소각장까지 갖췄다. 이들은 부자의 상징으로 여겼던 그랜저 차 소유주 등을 주요 표적으로 삼아 총 5명을 잔혹하게 살해했다.

지존파의 살인 행각은 충격 그 자체였다. 이들은 조직 초기에 한 여성을 성폭행한 후, '살인 연습' 명목으로 피해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암매장하는 극악무도함을 서슴지 않았다. 내부적으로는 조직 이탈을 막기 위해 조직원을 살해하는 숙청을 감행했다. 살해 후에는 시체를 차에 태워 낭떠러지로 굴리는 교통사고 위장 수법도 썼다. 특히 이들의 잔혹성은 인육 섭취에서 정점에 달했다. 이들 중 일부는 담력을 키운다며 인육을 먹었고 증거를 없애려고 시신을 불태우기도 했다.

지존파의 엽기적인 연쇄 살인의 전모는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이자 인질이었던 한 여성이 극적으로 탈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지존파 일당은 1994년 9월19일 경찰에 체포됐다. 이들은 카메라 앞에서 반성하기는커녕 "돈 없다고 무시하는 것들, 압구정동 야타족들 모조리 죽이지 못한 게 한이다"라고 외쳐 또 한 번 충격을 안겼다.
사진은 지존파 일당으로 알려진 김현양(왼쪽에서 두번째). /사진=채널A '블랙: 악마를 보았다'

대한민국,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지존파 일당은 체포부터 사형 확정 그리고 집행까지 1년2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다. 김영삼 정부는 1995년 11월2일 지존파 일당 6명, 택시 연쇄 강간 살인마 온보현, 우리나라 마지막 10대 사형수 배진순·김철우 등 19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30일 23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한 후 현재까지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폐지국'에 해당한다. 이는 흉악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사형 집행 재개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을 끊임없이 불러일으키는 배경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