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의 몸값으로 평가받던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설계(팹리스) 전문 기업 파두가 경영 악재를 만나 투자자가 울상이다.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이 360억원에 육박하고 주가도 주춤한 상황서 경영진의 사법 리스크까지 겹치며 도약의 발목을 잡아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파두는 경영진이 상장 전 매출 급감을 예상하고도 예상액을 부풀려 이른바 '뻥튀기 상장'을 했다는 의혹을 받아 검찰에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김진호)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파두 경영진 3명과 파두 법인을 전날 기소했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파두와 상장 주관사 관계자를 지난해 12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송치한 지 1년여 만이다.
파두는 2023년 8월 기술성장기업 특례를 통해 코스닥에 입성했다. 상장 전 공모가를 희망 밴드 최상단인 3만1000원으로 확정하며 기대감을 높였고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는 총 1082개 기관이 참여해 362.9대1의 경쟁률을 올렸다.
파두는 당시 몸값이 1조원이 넘는 것으로 평가받았지만 상장 이후 행보는 주춤했다. 파두 주가는 2023년 8월 상장 뒤 한 달 동안 34.84% 오르는 등 순항했지만 3개월째 들어 3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주가가 급락했다.
당시 파두는 3분기 매출 3억2100만원, 영업손실 148억원을 기록했고 이후 주가는 3거래일 동안 45% 떨어졌다. 상장 전 제출한 증권 신고서에서 연간 예상 매출을 1203억원이라고 제시한 것과 상반된 결과다.
금감원 특사경은 파두 경영진이 2022년 말부터 SK하이닉스 등 주요 거래처의 발주 중단 등으로 매출이 급감할 것을 인지하고도 이를 숨긴 채 사전자금조달(프리IPO)을 통해 투자를 유치했다고 봤다. 검찰의 기소가 이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파두 관계자는 "상장 과정에서 확보된 정보와 합리적인 가정을 바탕으로 사업 전망을 설명해 왔고 현재 제기된 쟁점과 관련한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향후 재판 절차를 통해 성실히 소명할 것"이라며 법적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개별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삼가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이번 사안을 계기로 향후 매출 전망 및 사업 전망과 관련한 정보 공개에 있어 예측 정보의 성격과 불확실성을 보다 명확히 구분하고 내부 검증 절차를 강화하는 등 공시 및 소통 전반의 기준을 지속해서 고도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떨어진 주가 회복도 앞으로 파두의 과제다. 파두는 한 때 주가가 7000원대까지 떨어졌다가 현재는 회복세를 보여 2만1250원까지 올랐지만 여전히 상장 초기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실정이다.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전년(195억1925만원) 같은 기간보다 251% 뛴 685억4270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은 360억원에 달하며 적자 탈출에도 실패했다.
한국거래소는 상장심사 제출서류 중요사항 거짓 기재 관련 보도와 관련해 회사의 소명이 있기까지 파두의 주식 거래도 정지시켰다. 현재 회사는 관련 사안에 대한 대응을 준비 중이지만 정확한 소명 시점은 미정이다.
거듭된 악재에도 증권업계 일각에선 파두의 성장 잠재력을 언급하며 실적이 상승 흐름을 탈 것으로 낙관한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AI(인공지능) 확산에 따른 e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수요 증가 수혜. 현재 수주 잔액 등을 고려할 때 2026년에는 실적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내년 상반기 신규 고객사를 확보한다면 추가적인 실적 성장 기반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두 관계자는 "투자자와 시장 관계자에 심려를 끼친 점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앞으로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법적 절차의 범위 내에서 성실히 안내하겠다"며 "기술 경쟁력과 사업 실행력이라는 본질에 충실하고 시장과 투자자에 대한 설명 책임을 더욱 무겁게 인식하며 투명한 경영을 이어갈 것"이라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