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 3사가 연간 수주 목표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글로벌 선박 발주가 줄어든 상황에서도 고부가가치 선종을 중심으로 시장 영향력을 확대했다는 평가다. 내년에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요 증가가 예상돼 K조선의 성장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1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는 연말을 앞두고 막바지 수주에 한창이다. 연말에는 선박 가격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어 선주들과의 협상이 막판까지 이어진다. LNG 운반선과 컨테이너선 등 다양한 선종에 대한 협의가 진행되면서 연간 수주 목표 달성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총 119척, 167억6000만달러를 수주하며 연간 목표(180억5000만달러)의 92.9%를 달성했다. 선종별로는 컨테이너선이 71척으로 가장 많았고 LNG운반선 8척, LPG·암모니아운반선 11척 등 친환경·고부가가치 선박도 고르게 수주했다. 최근 일본 선사 일본유센(NYK)과 LNG 운반선 건조의향서를 체결해 최종 계약 시 연간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은 구체적인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총 43척, 79억6000만달러를 수주했다. 지난해 연간 수주액(89억8000만달러)의 90% 수준이다. 올해 들어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만 19척을 집중 수주해 인도 기준 세계 VLCC 점유율 1위 수성이 기대된다.
삼성중공업은 상선 부문에서 목표치(58억달러)를 초과한 61억달러를 수주했다. 해양플랜트 부문을 포함한 전체 수주액은 69억4000만달러로 연간 목표의 70%를 채웠다. 모잠비크 가스전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 본계약과 루이지애나 해안 FLNG 3기 계약 등 대형 수주가 남아 있어 연간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다.
K조선은 올해 전 세계적인 선박 발주 둔화 흐름 속에서도 시장 영향력을 강화했다. 지난 1~11월 글로벌 신조선 발주는 총 1627척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감소했지만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 점유율은 지난해 14.7%에서 올해 22.3%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중국의 점유율은 70.5%에서 59.2%로 하락했다.
고부가 선종인 LNG 운반선의 수요 확대도 내년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게오르기오스 플레브라키스 한화오션 유럽 사업개발 총괄은 최근 "LNG 선박 신조 관심이 높아졌다"며 "2029년 인도 슬롯이 상당히 빠르게 마감되고 내년 중반부터는 예약 가능일이 2030년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중국의 저가 공세는 주요 변수다. 중국 정부는 최근 국영 해운사 중국코스코해운공사(COSCO), 국영 조선사 중국선박공사(CSSC)와 약 10조원(71억달러) 규모의 선박 발주 계약을 체결했다. 미·중 갈등 속에서 위축된 자국 조선산업의 영향력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중국과의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국내 조선사들은 인공지능(AI)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지난달 '조선·해양 산업 AI 기술 개발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식에서 중국을 언급하며 AI 기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회장은 "중국을 생각하면 위기감이 들 때가 많다"며 "AI를 기존 산업 현장에 빠르고 정밀하게 적용해 제조 원가를 낮추고 선박 연비를 개선하는 등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HD현대는 지난달 그룹의 AI 기술 개발을 총괄하는 HD한국조선해양 내 전담 조직을 'AIX추진실'로 격상하고 CEO 직속 기구로 재편했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도 각각 'ADX총괄'과 'AX사업부'를 신설하며 AI 기술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