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클립아트코리아

내년 배당소득 분리과세 시행을 앞두고 고배당 상장지수펀드(ETF)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ETF 분배금은 분리과세 대상에서 빠졌지만, ETF가 보유한 기업들의 배당 증가로 주가가 오르면서 투자자들도 함께 수혜를 볼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선보인 고배당 ETF는 10종에 달한다. 전체 33종의 3분의 1을 올해 새로 내놓은 셈이다.


고배당 ETF에 관심이 모인 건 내년부터 달라지는 배당소득 세제 때문이다. 2026년 1월1일 이후 받는 배당금부터는 일정 요건을 충족한 기업만 분리과세를 선택할 수 있다. 배당 성향 40% 이상이거나 25% 이상이면서 최근 3년 평균보다 배당을 5% 이상 늘린 기업이 대상이다. 세율은 2000만원 초과 3억원 이하 구간에 20%, 3억~50억원 25%, 50억원 초과 30%가 적용된다. 현재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으면 다른 소득과 합산해 최고 49.5%까지 세금을 내는 것과 비교하면 부담이 확 줄어드는 것이다.

비록 ETF 분배금 자체는 이번 분리과세에서 빠졌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건 간접 효과다. 분리과세 혜택을 받으려는 기업들이 배당을 늘리면 '주주 친화 기업'으로 재평가받으며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 고배당 ETF는 이런 기업들을 여러 개 담고 있어 편입 종목 주가가 오르면 ETF 가치도 함께 오르게 된다. 여기에 국내 주식형 ETF는 매매차익에 세금을 내지 않아 수익을 고스란히 가져갈 수 있다는 점도 투자 매력을 더한다.

이에 따라 운용사들은 저마다 차별화 전략을 앞세워 투자자 유치에 나섰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 16일 'ACE 고배당주' ETF를 상장했다. 이로써 국내 순자산 상위 9개 운용사가 모두 고배당 라인업을 갖추게 됐다.


한투운용이 내세운 전략은 '배당락 회복률'이다. 배당 기준일 이후 주가 회복이 더딘 기업은 실적 대비 과도하게 배당했다고 보고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선별한 종목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6.85%), 삼성증권(6.52%), DB손해보험(6.03%), 코리안리(5.88%) 순이다.

신한자산운용이 지난 9월 선보인 'SOL 코리아고배당'은 정부 정책 수혜주에 집중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감액 배당, 자사주 매입·소각 등 정부가 장려하는 정책을 실천 중인 기업 비중을 높였다. 현대엘리베이터(7.02%), 기아(6.12%), 우리금융지주(6.12%), 하나금융지주(5.74%) 등을 주로 담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의 'PLUS 자사주매입고배당주'(9월 16일 상장)는 총주주환원율에 주목했다. 예상 배당수익률에 최근 1년간 자사주 매입률까지 합산해 주주환원이 우수한 30개 기업을 골랐다. 미스토홀딩스(5.62%), 기아(5.05%), 메리츠금융지주(4.98%), 하나금융지주(4.93%) 등이 주요 편입 종목이다.

'KODEX 금융고배당TOP10'(8월 12일)과 'HANARO 증권고배당TOP3플러스'(10월 28일)는 전통 고배당 업종인 금융주에 집중했다. 삼성자산운용 상품은 KB금융·하나금융지주·신한지주 등 은행주에, NH아문디자산운용 상품은 한국금융지주·NH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 등 증권주를 각 20%씩 담는다.

실제 시장에서는 이미 투자금 유입이 빨라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월 상장 이후 12월12일까지 'SOL 코리아고배당' ETF에 개인투자자 자금이 1745억원 몰렸다. 순자산은 상장 초기 100억원에서 석 달 만에 2430억원으로 24배 넘게 불어났다.

'PLUS 고배당주'는 12월 5일 기준 순자산 1조8615억원, 'TIGER 은행고배당'은 6923억원, 'KODEX 고배당주'는 12월 12일 기준 2566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배당 분리과세를 겨냥한 본격적인 자금 유입이 내년 2~3월에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 기업이 결산 배당금과 배당 기준일을 이 시기에 확정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 "배당 기준일은 올해 말이지만 실제 배당금 규모는 내년 초 확정되는 만큼, 배당소득을 노리는 투자자는 연말 시점에 기업의 순이익과 배당 성향, 과거 배당 이력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