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두 현대건설 기술연구원 팀장은 "안전은 투자의 후순위가 돼선 안된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10월31일 오전 10시 머니S와 인터뷰한 이병두 현대건설 기술연구원 팀장. /사진=최성원 기자

"건설 안전은 기술 투자를 결정하는 문제에서 절대 후순위가 돼선 안됩니다. 현대건설은 인공지능(AI) 시대에 안전을 혁신하기 위한 기술 개발과 투자를 지속해서 고민해 나갈 것입니다."

지난 10월31일 오전 10시 경기 용인시 기흥구 현대건설 그린스마트 이노베이션센터에서 만난 이병두 기술연구원 팀장은 정부가 산업현장 중대재해에 대해 제재를 강화하는 최근의 상황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처벌과 제도 개선 만으로는 때로 자연재해와도 같은 중대재해를 완벽히 막을 수 없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AI ▲로봇 ▲3차원(3D) 프린팅 ▲모듈러(조립식) 기술 등을 접목한 자동화시스템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하지만 지속되는 고금리·고물가 현상과 공사비 원가 상승 등으로 건설경기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민간 기업들은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

이 팀장은 단기 성과나 이윤 창출이 어려운 기술 분야의 투자가 지속되기 위해선 제도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 단독의 연구개발(R&D)에는 한계가 있어 실제 기술의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할 수 있는 등 운영 데이터를 기준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건설업은 프로젝트 단위 회계 구조로 인해 기존 세제의 공제가 체감되기 어렵다"며 "제로에너지건축물(ZEB) 탄소포집저장(CCUS)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 등 녹색 기술과 스마트안전 투자의 특화 세액공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건설업은 개별 프로젝트 단위로 수익과 비용을 계산하는 구조여서 본사가 의사결정하는 R&D 투자의 세액공제 효과가 뚜렷하게 체감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팀장은 "한국산업표준(KS) 한국인정기구(KOLAS) 등의 표준·인증 절차에 드는 비용과 시간은 중소 협력사에 큰 부담이어서 인증비 지원과 절차 간소화를 통해 대·중소 건설업계가 동반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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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듈러 기술로 공정 단축, 환경 부하 감축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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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두 현대건설 기술연구원 팀장은 R&D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정부의 제도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최성원 기자

현대건설은 AI 로봇을 이용해 공사현장 위험구역의 모니터링을 자동화하고 있다. 지상에선 4족 보행 로봇 '스폿'(Spot)이, 지하에선 드론이 작업자를 대신해 현장을 점검한다.

이 팀장은 "무인 순찰 로봇들이 카메라와 가스센서, 레이더 등을 활용해 붕괴와 화재 등을 상시 감지한다"며 "원격 관제와 경로 학습 기능으로 야간이나 비정형 지형에서 모니터링 수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스캔-투-빔(Scan-to-BIM)과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연계해 위험 요소를 실시간 감시하고 비전 AI를 결합해 사고를 예측·차단하는 체계로도 발전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캔-투-빔은 로봇의 레이더로 건축정보모델(BIM) 자동 변환이 가능한 기술이다. 디지털 트윈은 실제 현장을 가상공간에 복제하는 기술이다.

기존 거푸집 방식으로 구현이 어려운 구조물을 3D프린팅 방식으로 제작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아울러 모듈러 공법도 공사 안전성 확보와 시공 효율화에 기여한다. 지난 10월 국내에서 최초로 모듈러 승강기를 도입한 현대건설은 해당 기술을 주택 분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 팀장은 "모듈러 승강기 부품의 90%를 공장에서 사전 제작하고 현장에서 인입·연결·마감을 수행한다"며 "승강로 내 고위험 작업의 80%를 생략해 설치 기간도 줄였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이 자체 개발한 네오 프레임(Neo-Frame)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recast Concrete)는 기둥·보·벽을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이 팀장은 "구조물을 시범 제작해 공정을 단축하고 품질을 균일화했으며 환경 부하 감축 효과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건설의 디지털 전환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며 "다양한 기술을 주거 분야에 적용하고 각 기술을 융합하는 형태로 발전시켜 안전한 건설현장을 만드는 것이 기술의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