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이 올겨울에서 다음 해 봄까지 이어지는 25-26절기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이 예년보다 이르게 시작되고 길게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고령자, 어린이, 임신부 등 고위험군은 예방접종을 완료해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3일 질병관리청 정례브리핑에 따르면 국내 인플루엔자 발생은 지난해 같은 기간(10월) 대비 환자 발생이 높은 수준이다. 이번 절기 인플루엔자의 이른 유행과 남반구에서의 발생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이번 절기 인플루엔자 유행은 지난 10년간 가장 유행 정점 규모가 높았던 24-25절기와 유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질병청에서 운영 중인 의원급 의료기관 300개소의 인플루엔자 의사 환자(ILI) 표본감시 결과, 올해 43주 차(10월 19~25일) 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의사 환자 분율은 13.6명으로 전주 대비 7.9명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3.9명) 대비 3.5배 증가했다.
인플루엔자 의사 환자는 38도 이상 발열과 함께 기침, 인후통 등 증상을 보이는 사람을 의미한다. 특히 이번 유행은 초등학생 연령층인 7~12세에서 다른 연령층보다 높은 발생을 보였다. 연령별 인플루엔자 의사 환자 분율은 7~12세 31.6명, 1~6세 25.8명, 65세 이상 6.9명으로 소아·청소년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했다.
의원급 환자의 호흡기 검체에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검출률은 43주 차 11.6%로 지난주 대비 4.3%포인트 증가했다. 주로 유행 중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A형(H3N2)으로 이번 절기 백신주와 유사하고 치료제 내성에 영향을 주는 변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외 인플루엔자 동향을 보면 42주 차 기준(10월 13~19일) 기준 전 세계적으로 인플루엔자 활동은 낮은 수준을 유지 중이나 일본, 홍콩, 태국, 중국 등 주변국에서는 인플루엔자 활동이 지난해보다 조기에 시작되거나 환자 발생이 심하게 증가하고 있다.
백선경 질병관리연구기획담당관은 "과거 10년의 데이터와 지난 절기 호주를 중심으로 한 남반구의 유행 정도를 비교해 중장기 전망을 예측한 결과, 지난 2024~2025절기와 유사한 규모로 유행이 시작됐으며 (올해 우리나라에서 독감 유행이) 빨리 시작된다고 해서 빨리 끝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유행 기간이 더 길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질병관리청은 65세 이상 어르신, 임신부, 생후 6개월~13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인플루엔자 국가 예방접종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오후 6시 기준, 65세 이상 어르신은 약 658만 명(60.5%), 어린이는 약 189만 명(40.5%)이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65세 이상 고령층이 예방접종을 한 경우 미접종자 대비 중증을 50~60%, 사망 80% 이상 예방할 수 있다. 인플루엔자 국가 예방접종은 주소지와 관계없이 가까운 위탁의료기관 또는 보건소에서 접종할 수 있으며 접종할 수 있는 위탁의료기관은 관할 보건소에 문의하거나 예방접종도우미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임승관 청장은 "올겨울에도 인플루엔자가 크게 유행할 가능성이 있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65세 이상 어르신과 어린이 등 인플루엔자 고위험군은 인플루엔자의 본격적인 유행에 앞서 예방접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시길 바란다"며 "인플루엔자 유행 기간 어린이집과 학교 등에서는 예방접종 권고 및 호흡기 감염병 예방수칙 교육·홍보를 강화하고 회사 등에서는 아프면 쉴 수 있도록 배려하는 문화를 조성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