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는 3분기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주가가 초라해지고 있다. KAI 주가는 6일 종가 기준 전 거래일 대비 1300원(–1.30%) 내린 9만8700원에 거래됐다. 지난 9월17일 11만8800원 최고가 이후 10만원선을 유지했는데 실적 발표 이후 외국인들의 매도가 이어지며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증권가에서는 미국·말레이시아·필리핀 등 해외 대형 수주가 기대되는 상황 속에 육군 소형무장헬기(LAH) 납품 일정 일부 순연이 실적 상승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방위산업 업체가 해외에서 맹위를 떨치며 주가 반등이 이어지는 상황이지만 KAI는 상대적으로 오름세가 더딘 만큼 시제 제작한 군 정찰위성 5호기의 최근 발사 성공 등 KAI의 미래 우주 전략이 호재로 작용해 투자자의 마음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전날 공시된 KAI의 올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1.1% 줄어든 602억원, 매출은 22.6% 감소한 7021억원이다. 올 들어 3분기까지 누계 영업이익은 1922억원으로 1년 전보다 3.2% 감소했고 매출은 12.2% 줄어든 2조2297억원이다.
증권가에선 올해 KAI의 4분기까지 전체 누계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소폭 하회할 것으로 본다. 완제기 인도 일정이 예정대로 진행되고 필리핀 FA-50 사업이 4분기부터 실적에 추가되지만 폴란드 사업 진행률 인식 지연 영향에 따라 연간 매출 전망치(약 4조1000억원)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폴란드 사업은 수정 계약을 통해 2026년부터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아 크게 우려할 사항은 아니라는 시각이다.
미국 UJTS, 이집트 훈련기, KF-21, 말레이시아 FA-50 2차 등 대형 수주 모멘텀도 고조될 전망이다. 미국 UJTS 사업의 RFP(입찰제안요청서) 결과가 12월 발표될 예정이다. 주요 경쟁사인 보잉 방산 부문의 위기는 KAI와 록히드마틴 컨소시엄의 수주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지난 10월 진행된 ADEX(서울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시회) 2025에서 잠재 파이프라인에 대한 논의가 구체화된 것으로 관측된다. 이집트에는 현지 생산 및 금융 지원 등을 제시했으며 사우디, UAE(아랍에미리트)와는 KF-21 도입 관련 세부 사항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2026년에는 말레이시아 향 FA-50M 첫 인도가 예정돼 2차 사업이 구체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다양한 해외 먹거리 수주 기대감 속 최근에는 우주산업 위상 강화를 위한 시제 제작 '군 정찰위성 5호기' 발사도 성공해 주목받았다. 지난 2일 오후 2시(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커네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스페이스 X사의 팰컨 9 발사체를 사용해 발사된 '군 정찰위성 5호기'는 KAI의 우주산업 추진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로 여겨진 만큼 이번 발사 성공은 향후 관련 산업 확대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란 시각이다.
다양한 미래 먹거리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상대적으로 경쟁 방산업체보다 상승세가 더딘 KAI의 주가 역시 상승 흐름을 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주가를 결정짓는 요소는 발행 총 주식수나 거래량, 회사의 각종 재무 여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단순 주가만으로 경쟁업체와 비교하는 건 무리지만 한국 방산업체가 최근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형성된 KAI의 주가가 어느 시점에 반등할지 여부는 투자자의 관심 요소다.
최정환 LS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이슈와 무관하게 국내 항공우주 산업은 구조적 성장기에 돌입했다"며 "KAI는 이 같은 상황 속 가장 큰 수혜를 보게 될 기업"이라고 낙관했다.
이지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방산업종은 다수의 모멘텀(훈련기, K9, 장약, 비궁)으로 인해 미국 진출에 대한 내용이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다양한 수주 전략을 바탕으로 고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수주와 실적 모두를 바탕으로 한 긍정적인 주가 흐름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KAI 관계자는 "항공우주 산업 분야에선 국내 민간 기업 중에는 가장 오래 참여했고 기술력도 압도적으로 높다"며 "해당 분야에서 수익을 창출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지속해서 수출 네트워크를 가동해 우수한 기술력을 선보이고 영역을 넓혀가며 미래를 준비하는 단계"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