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자체 부동산 감정평가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금융당국 주재 논의가 두 차례 대면 회의에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외부 감정평가 확대라는 원칙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감정평가업계가 요구한 은행의 감정평가사 직접 고용 방식의 중단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한국감정평가사협회가 건의한 합의 시한마저 넘기면서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가 무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20일 금융위원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은행권의 자체 담보가치 산정방식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2차 대면 회의가 열렸다. 그러나 주요 은행들은 이날까지 개선계획을 제출하지 않으면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금융위가 주재한 이날 회의에는 감정평가사협회와 전국은행연합회, 4대 시중은행(KB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 책임자들이 참석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1차 회의가 열렸지만 은행권이 자체 감정평가 축소 계획의 세부 조정안을 제출하지 않으면서 연내 합의가 무산됐다.
13일 회의에서 은행권은 골프장 등 고액 부동산 특수담보 물건을 외부 감정평가사에 의뢰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은행권이 감정평가사 직접 고용과 자체 감정 업무를 단계별로 축소하겠다는 세부 계획의 확정은 미뤄졌다. 감정평가사협회 관계자는 "고액 부동산의 자체 감정평가 건수는 많지 않다"며 "합의 원칙에 따라 감정평가사 직접 고용을 중단하는 이행 계획을 촉구한다"고 지적했다.
고액 부동산 외부 감정 방침에도 업계 합의 못 이뤄
앞서 지난해 9월 국토교통부는 은행권의 담보물 평가가 위법 행위라는 유권해석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한 달 뒤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연말까지 은행권과 감정평가업계의 공동 개선방안 최종안을 확정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과 양길수 감정평가사협회장은 면담에서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감정평가법) 제5조2항 이행 ▲은행권과 감정평가업계가 상호 신뢰할 수 있는 방안 마련 등에 합의했다.
감정평가법 제5조2항은 금융기관이 대출과 자산 매입·매각 시 토지 등 감정평가를 외부 감정평가법인 등에 의뢰하도록 규정한다. 은행권은 비용 절감을 이유로 감정평가사를 직접 고용해 고액 부동산 등의 담보물을 평가하고 있다. 감정평가업계는 은행권이 감정평가사 직접 고용을 통해 자체 감정평가(은행권 자체 감정의 1.1%)하는 것 만이라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길수 한국감정평가사협회 회장은 "4개 은행의 기본 입장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지만 일부 합의를 모색하려는 변화가 있다"며 "지난 15일 최종 의견을 전달한 뒤 금융권의 내부 의사결정 절차를 고려해 이달까지 기다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세부 이행 계획이 제시되지 않으면 공동 입장을 밝힐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회의를 주재한 김진홍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이해관계자 간 조정이 중요한 행정 과정인 만큼 법의 취지에 따라 합리적인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현재는 실무 차원의 조율을 이어가고 있다. 필요할 경우 추가 논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