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서 현대오토에버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단순 IT·SW 계열사를 넘어 로보틱스와 SDV 전환의 핵심으로 떠올랐다는 평가다. 사진은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연구형 모델(왼쪽)의 모습. /사진=현대차

현대자동차그룹이 미래 모빌리티 주도권 선점에 나서면서 현대오토에버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단순 IT 계열사를 넘어 로보틱스와 SDV(소프트웨어중심차) 전환의 핵심 축으로 떠올랐다는 평가다. 개발자 출신인 류석문 신임 대표 체제에서 그룹의 스마트팩토리 구축, SDV 양산 등 신사업을 적극 주도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초 열린 'CES 2026'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를 비롯한 피지컬 AI 관련 신기술을 대거 선보이며 주목받았다. 제조·물류·서비스 전반에 걸친 AI 로보틱스 생태계를 구축해 피지컬 AI 상용화를 앞당기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아틀라스를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부품 작업에 투입할 방침이다.


소프트웨어(SW) 전문 기업인 현대오토에버는 그룹 내 스마트팩토리 전환을 주도할 핵심 계열사로 꼽힌다. 공장의 로봇 관제, 트레이닝, 판매, 사후관리 등 전 영역에서 역할이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다. 현대오토에버는 실제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서 로봇 약 250대를 디지털 트윈 기술로 통합 관제해 생산 효율성을 20% 이상 개선하는 등 실전 역량을 입증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역시 신년회에서 '로봇 생태계'를 이끌 계열사로 현대오토에버를 지목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로봇 설계·개발을 맡고 현대차는 하드웨어 제조와 AI 학습을 담당하며 현대모비스는 부품, 현대오토에버는 SI(시스템통합)·관제 영역을 각각 책임지는 방식으로 역할을 나누겠다는 구상이다.

정 회장은 "신사업에 있어 그룹 전체가 하나의 방향을 공유하고 각 계열사가 가진 연구개발·설계 역량을 유기적으로 연계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필요한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현대오토에버는 SDV 역량 강화를 위해 개발자 출신 류석문 대표를 선임하고 SDV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향후 그룹의 AVP본부, 포티투닷과의 협업도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사진=현대차

현대오토에버는 그룹의 SDV 전환 전략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관측된다. SDV 개발 및 양산을 위해서는 차량용 AI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SW 고도화가 필수적이서다.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쏘카 CTO(최고기술책임자) 등을 거친 류석문 대표를 선임했다. 류 대표는 2024년 현대오토에버 합류 이후 SW플랫폼사업부를 이끌며 차량 SW 관련 주요 프로젝트를 주도해 왔다.

SDV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조직 개편도 진행했다. 권해영 현대차·기아 상무를 SDV담당으로 선임하고 SDV담당 산하에는 차량전장SW센터와 SDA전략센터, 내비게이션사업부를 뒀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13일 자율주행 전문가 박민우 박사를 AVP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로 영입하면서 그룹 차원의 SW 리더십 체계가 재정비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SDV 양산을 위한 세 조직 간 협업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금융정보기업 에프앤가이드 등이 추산한 현대오토에버의 지난해 매출은 4조1713억원, 영업이익은 2585억원이다. 전년 대비 각각 12.3%, 15.2% 증가했을 것으로 보인다. SDV와 로보틱스 등 미래 신사업에서 일감 확보가 이어질 경우 2023년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제시한 2027년 매출 5조원 달성도 무리가 없다는 분석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차량 SW 사업은 기본이 되는 베이직 SW 위에 고도화된 기능이 추가되는 구조"라며 "현대오토에버는 10년 이상 베이직 SW를 안정적으로 양산·공급해 온 만큼 현대차그룹의 SDV 구현을 뒷받침하는 기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팩토리 사업 역시 그룹 내 시너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