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자기주식(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 처리에 속도를 내면서 경영계가 비상이 걸렸다. 자사주를 활용한 다양한 전략이 어려워져 기업들의 경영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3차 상법 개정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지난 14일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현안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께서 코스피 상황과 관련해 더 공정한 환경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으로 안다"며 "사법개혁안 처리도 중요하지만 상법 개정안을 포함한 민생법안 처리도 매우 시급하다"고 밝혔다.
1차 상법 개정안과 2차 상법 개정안이 각각 이사 충실의무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골자로 했다면 3차 상법 개정안은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 코스피 5000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오기형 의원이 지난해 말 대표발의한 법안에 따르면 기업들은 자사주 취득 후 1년 이내 소각해야 하며 기존에 보유 중인 자사주도 6개월 유예 후 1년 내 소각해야 한다.
자사주 소각은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으로 꼽힌다. 기업들이 그간 경영권 방어를 위해 보유했던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주주들이 가진 주식 가치가 상승하면서 기업가치 역시 재평가될 수 있어서다.
정부와 여당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수차례 피력해 왔다. 이를 통해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는 구상이다.
기업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자본시장을 활성화하자는 법안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일괄적으로 자사주 매각을 강제할 경우 이를 활용한 경영 전략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특히 지주회사 전환이나 M&A 중 취득한 자기주식까지 강제로 소각 대상에 포함할 경우 사업재편 속도가 늦어지고 산업 경쟁력이 저하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3차 상법 개정안에는 기업이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보유·처분할 경우 그 계획을 매년 주총에서 승인받도록 규정했는데 이는 중장기 경영전략의 예측가능성을 저해하고 매년 정기주총, 임시주총 등에서 승인절차가 반복되면 경영 의사결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기업들의 경영권이 외부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행동주의를 앞세운 투자자들과 자본의 공세가 날로 심화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 외에는 별다른 방어 수단이 없어서다.
글로벌 리서치업체 '딜리전트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주주행동주의가 2020년 10개사에서 지난해 66개사로 급증하며 경영권 위협이 매년 커지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법안에 예외 규정을 두거나 기업의 경영권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한국의 주주행동주의는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활동성이 강함에도 기업을 위한 방어수단은 아무것도 없다"며 "신주인수선택권, 차등의결권제도, 테뉴어 보팅 등 최소한의 경영권 방어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