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달콤하게 물들다

송세진의 On the Road/ 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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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 달콤하게 물들다

맥주가 아니다. 청도반시다. 흔히 ‘청도’ 하면 맥주로 유명한 중국을 떠올리는데, 이 계절엔 경상북도 청도가 답이다. 가는 곳마다 다홍빛 감나무가 아름다운 곳, 힘이 넘치는 소싸움을 보고 감잎 단풍 물든 골목 길을 지나 와인 한잔 하면 어떨까?

◆청도읍성과 감나무 골목

여행의 시작은 청도읍성에서 출발한다. 둘레 약 1.9km의 크지 않은 읍성, 아직도 복구공사가 이어지고 있는 곳, 연꽃 진 지도 오래됐고, 특별한 문화재도 없는데? 일단 걸어보라고, 그러다 깨달으라며 감동을 강요하지 않겠다. 사실 이곳의 볼거리는 읍성과 읍성 주변이다. 담장마다 집집마다 감이 익었고, 잎이 붉다. 청도의 가을 하늘 빛은 유난히 짙고 푸른데 이를 배경으로한 돌담과 감나무 빛깔은 화려하면서도 쓸쓸하다. 청도읍성은 고려 때부터 있었는데 선조 때 청도군수 이은휘가 석축으로 다시 쌓은 것이다. 읍성이 있었으니 향교와 도주관, 동헌 등도 있다. 옛 건물을 이어 주는 것은 마을의 골목. 집집마다 담장 위로는 감나무가 가지를 드러냈고, 채 따지 않았거나 까치밥으로 남겨둔 열매는 터질듯한 붉은 빛이다.

청도읍성 입구에는 석빙고가 있다. 숙종 때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규모가 크다. 경주에서 본, 흙으로 덮여 있는 석빙고와는 느낌이 조금 다르다. 돌 뼈대만 남아 있어 구조가 다 보인다. 바닥은 경사지게 하고 중앙에 배수구를 만들어 얼음 녹은 물이 빠져 나가게 되어 있고, 단단한 화강암을 써서 아치형 천장을 만들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데 서로를 지지하고 있는 모습이 신기하다. 현존하는 석빙고 가운데 축조 연대가 가장 오래 되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보물 323호라고 되어 있다. 큰 볼거리를 기대하지 않고 왔는데 의외의 발견이다. 석빙고 옆으로는 감나무 하나가 높이 자라 이곳이 ‘청도’임을 증명한다.

청도, 달콤하게 물들다
석빙고
석빙고

◆세계 유일 소싸움

300kg의 육중한 두마리 소가 머리를 맞댔다. 정지하고 있는 것 같지만 이들은 서로를 노리고 있는 중이다. 힘과 힘이 붙어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청색소가 상대의 약해진 틈을 급습한다 마침내 두 소가 사력을 다하고 있다. 머리를 댄 채 휙! 휙! 두 놈의 회전이 빠르고 강하다. 소싸움이 단순한 것 같지만 밀치기, 목치기, 머리치기, 뿔걸이, 연타 등 기술도 다양하다. 이 상황에서 소 보다 다급한 건 사람이다. 심판관과 훈련사가 소리를 지르며 주변을 뱅뱅 돌고 응원하는 사람들은 엉덩이가 들썩들썩 한다.

순간 한 녀석이 등을 휙 돌린다. 경기가 끝났다. 패자는 더 무거워진 발검음으로 쓸쓸히 경기장을 떠난다. 한쪽에서는 박수를 치며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아쉬운 표정이 역력하다. 어느 소에 배팅 했는지 안 물어봐도 알겠다. 매 주말마다 열리는 소싸움은 우권을 구매하여 오락거리로 즐길 수 있는데, 판매소에는 ‘조절하지 않으면 조절 당합니다.’라는 문구가 써있어 사행성 도박으로 흐르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한국의 소싸움이 스페인 투우와 다른 건 사람과 소의 대결이 아니라는 점, 여러가지 도구나 냄새 등을 이용하여 소를 약 올리지 않는다는 점, 한쪽이 승복하면 경기가 끝난다는 점이다. 우리네 소싸움은 경박하지 않고, 에너지가 넘치는 매우 신사적인 싸움이다.

소싸움 경기장을 나오면 '청도소싸움테마파크'가 있다. 소 두마리가 머리를 맞댄 듯한 건물 전면이 인상적인데, 소에 대한 볼거리가 많다. 소와 소싸움에 대한 작품과 조형물, 싸움소 문화, 사진 등을 볼 수 있고 여러 형태의 겨루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와인터널
와인터널

◆버려진 기찻길의 부활, 와인터널

110년된 오래된 터널이다. 그런데 낡은 기색 없이 짱짱하다. 기찻길이 있는데 기차는 다니지 않는다. 1898년에 기차터널로 완공되었는데 1937년 남성현 상행선 터널이 개통되면서 터널도, 기찻길도 버려졌기 때문이다. 화강암과 적벽돌을 사용한 3겹의 아치형 터널로 상시 온도가 13~15도, 습도 60~70%를 유지한다. 와인 숙성고와 시음공간으로 딱이다.
이곳에 황금빛깔 화이트와인이 익어간다. 서리 맞은 청도반시로 만들어진 감와인이다. 청도반시는 육질이 부드럽고 당도가 높은데 씨가 없기로 유명하다. 신기한 것은 다른 지역에서 재배하면 씨가 생긴다고 한다. 원래 감이 숙취에 좋은 음식인데 이것으로 와인을 만드니 뒤끝이 깨끗한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버려졌던 기차 터널과 와인의 만남은 찰떡궁합이다. 밝은 곳에서 갑자기 어두워지는 굴 속으로 들어가면 마치 환타지 세상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엔 아늑해서 이것만으로도 와인 맛이 절로 난다. 이곳에서는 와인 시음뿐 아니라 여러가지 체험이나 이벤트를 할 수 있다. 꿈을 적어 와인병에 넣는 꿈체험, 와인만들기, 감따기 등 재미있거나 로맨틱한 사건들을 경험할 수 있다.

와인터널을 찾아가는 길 또한 감나무로 온통 다홍빛이다. 물든 나무도 떨어진 낙엽도 어디나 아름답다. 개천에 감잎 낙엽이 잔뜩 떨어졌는데, 손으로 떠 마시면 감잎차 맛이 날 것 같다. 골목길 파란 대문도 감나무와 어울려 운치가 그만이다. 화려한 계절을 뒤로하고 깊은 가을로, 겨울로 한발씩 가고 있는 청도는 쓸쓸함 보다는 풍성한 느낌이다.
맥주 보다 와인, 포도 보다 감 와인이 좋은 곳. 여기가 대한민국 경상북도 청도다.

[여행 정보]

청도읍성 가는 법
[승용차]
경부고속도로 - 영동고속도로 - 죽양대로 – 죽산교차로에서 ‘장호원, 일죽IC’ 방면으로 좌회전 - 서동대로 - 통영대전중부고속도로 일죽IC 삼거리 - 평택제천고속도로 대소분기점 - 중부내륙고속도로 충주분기점 - 경부고속도로 김천분기점 - 대구부산고속도로 동대구분기점 - 청도IC 교차로에서 우측방향 - 새마을로 - 모강교차로에서 ‘창녕,청도’ 방면으로 우회전 - 청려로 - 범곡사거리에서 ‘창녕, 풍각’ 방면으로 우회전 - 청려로 - 화양삼거리에서 ‘화양’ 방면으로 좌회전 - 화양로 - 도주관로

[대중교통]
서울역 – 청도역(무궁화호) – 2(눌미,화양,비석,칠성)버스 승차 – 동천리 정류장 하차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청도읍성: 검색어 ‘청도읍성’ / 경상북도 청도군 화양읍 동상리
소싸움경기장: 검색어 ‘청도소싸움경기장’ / 경상북도 청도군 화양읍 삼신리 693-2
와인터널: 검색어 ‘와인터널’ / 경상북도 청도군 화양읍 송금리 산 252-2

< 여행 주요정보 >
청도군 문화관광
http://tour.cd.go.kr

청도소싸움
http://www.청도소싸움.kr/ 054-370-6373
매주 토·일요일 오전 11시부터 (10회)
관람료: 무료
우권을 구입해 배팅할 수 있다.

청도감와인, 와인터널
http://www.gamwine.com / 054-371-1904
영업시간: (평일, 공휴일) 오전 9시 30분~오후 8시
(주말) 오전 9시 30분~오후 9시
시음 3000원 / 나만의 와인만들기 2만~2만7000원 / 음악회(장소대여) 60만원
와인 1만~8만9000원

< 주변볼거리 >
코미디 철가방 극장: ‘코미디도 주문 받는다’는 슬로건을 내세운 한국 최초의 코미디 전용극장으로 개그맨 전유성이 신인개그맨들과 함께 공연을 선보인다. 4D 공연을 표방하여 입체적인 퍼포먼스를 즐길 수 있다.
공연시간: (토,일,공휴일) 오전 11시, 오후2시, 오후 5시
(평일) 오후 2시 (월요일 휴관)
http://www.comedymarket.kr/ 경상북도 청도군 풍각면 성곡리 581 / 02-703-1950

< 음식 >
청도추어탕 거리 : 청도역 주변으로 청도추어탕거리가 있다. 적당한 곳을 골라 맛보면 되겠다.
의성식당: 45년 된 ‘원조 김말두 할머니추어탕’ 집이다. 시래기를 많이 넣고 국물이 맑고 개운하다.
추어탕(단일메뉴) 6000원
경상북도 청도군 청도읍 고수리 969-23 / 054-371-2349
수정추어탕: 50년 전통의 소연이 할매집이다. 다슬기로 만든 고디탕도 있다.
추어탕 6000원 / 고디탕 6000원 / 미꾸라지튀김 1만5000~2만5000원
경북 청도군 청도읍 고수리 / 054-372-8854

시골집 웅치기: 간장 양념의 닭볶음탕으로 고명이나 야채를 최소화한 단순하면서도 중독성있는 맛이다.
닭불백숙 1만원 / 낡날개구이 1만원 / 웅치기 2만원
경상북도 청도군 청도읍 고수리 831-50 / 054-373-0303
꽃자리: 청도읍성 주차장 앞, 꽃과 정원이 있는 찻집이다. 한옥집에 정원이 예쁘고 메뉴도 다양해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월요일 휴무)
작설차 7000원 / 철관음 7000원 / 단호박죽 7000원 / 아이스홍시 6000원
http://cafe.naver.com/kkottjali / 경상북도 청도군 화양읍 동천리 246-2 / 054-372-1199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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