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혈통' 위협하는 달러·위안화

경제 최악 위기에 북한화폐보다 대접받는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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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리스크는 주식시장에서 종종 하락의 빌미가 되곤 한다. 
 
김정은의 고모부이자 국방부 부위원장까실력자 장성택이 지난 12월12일 처형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다음날인 13일 주식시장은 크게 출렁거렸다.

방산주가 강세를 보이고 남북경협주는 약세를 보였다. 다행히 장마감 시에는 코스피지수가 0.26% 하락하는 데 그쳤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2인자 위치를 확고히 했던 장성택에게 국가전복 음모 혐의를 적용, 사형을 집행했고 경제 분야 실정의 책임도 씌워졌다.
 
'백두혈통' 위협하는 달러·위안화
▲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최근 숙청이 결정된 장성택 전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2일 열린 특별군사재판 후 즉각 사형을 당했다고 밝혔다.(사진=뉴스1)

실패로 돌아간 2009년의 화폐개혁도 장성택이 배후조종했으며 라선경제무역지대의 토지를 외국에 팔아먹은 매국행위까지 했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북한의 경제문제에 대해 세부적인 내용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북한의 경제문제가 결국 국가의 지배체제에도 변화를 가져오게 된 역사가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북한 내부의 경제사정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북한은 1947년 12월 처음 실시한 화폐개혁에서 일제 때 통용하던 화폐를 1대 1로 교환했다. 6·25 전쟁이 지난 후 1959년 2월 구권 100대 신권 1의 비율로 교환하는 2차 화폐개혁을 단행했다. 이후 1979년 4월7일 3차 화폐개혁을 실시하면서 금액제한 없이 1대 1로 교환했으며, 4차 화폐개혁은 1992년 7월 1인당 300원 한도로 1대 1 교환을 진행했다.

그리고 2009년 11월 단행된 5차 화폐개혁에서는 기존 화폐 100원을 신권 1원으로 교환했다. 개인당 최대 10만원이 한도여서 많은 돈을 보유한 사람들은 정상적으로 신화폐로 교환하지 못해 불만이 생겼다. 이는 북한체제에 충성했던 계급층도 당과 국가에 대한 불신을 가지는 계기가 됐다. 당시 3대 세습을 준비하면서 시장세력을 무력화시켜 권력승계의 안정화도 노렸던 것이다.

화폐교환 조치를 취하면서 개인과 기관의 외화 보유를 금지하고 시장을 차단하는 정책도 시행했으나 그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고 역효과만 나타났다.

◆물가 인플레이션과 환율의 급등


북한 원화의 환율은 2009년 화폐개혁 전의 달러당 4000원 수준에서 100대 1 화폐개혁 후 달러당 40원이 됐지만 화폐개혁 2주가 지나자 100원으로 급등했다. 이후 2개월 만에 500원으로 올랐으며 1년 뒤에는 3000원으로 뛰었다. 화폐개혁 이전에 노동자가 한달 월급으로 쌀 2㎏을 샀다면 화폐개혁 이후에는 절반도 못 사게 된 것이다.

2010년에서 2011년으로 넘어오면서 1년 동안 쌀, 닭고기, 사과, 콩, 배추, 빨래비누, 볼펜 등을 비롯해 대부분의 생필품 가격이 무려 4~5배씩 올랐다. 전형적인 하이퍼인플레이션이다.

평양 물가와 평양이 아닌 지역의 물가가 다른데 평양이 아닌 지역에서 물가가 더 많이 올랐다. 2011년 달러당 3000원대에 머물던 환율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등장한 2012년에는 9000원으로 3배나 올랐다. 2009년 화폐개혁 직후부터 2013년초까지 쌀값은 300배, 환율은 240배가량 오른 셈이다.

북한당국에서 정해놓은 국정가격이 있지만 시장가격이 계속 오르면 명목수치일 뿐 아무 의미가 없게 된다. 환율도 당국의 공식 환율과 실제 거래되는 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난다. 현재 북한 원화의 공식 환율은 달러당 100원 수준이지만 시장에서는 몇십배에 달하는 달러당 6000~8000원선에 거래된다. 북한의 원화가치 절하가 심각해 일선 공무원의 월급을 시장 환율로 환산하면 1달러가 약간 넘는 수준이어서 겨우 담배 한갑과 라이터 하나밖에 살 수 없는 수준이다.

돈가뭄에 시달리는 북한당국은 달러·위안을 조금이라도 더 거둬들이고자 사실상 시장 환율을 방치하고 있다. 공식 환율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면서 일반서민들도 시장 환율에 의해 상품가격을 치르고 있다.

'백두혈통' 위협하는 달러·위안화
▲사진=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신뢰 잃은 북한 화폐
 
북한의 돈 가치가 워낙 떨어지다보니 주민들은 북한 화폐보다는 외화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가까운 국경지역의 장마당에서는 북한 상인 대부분이 북한돈이 아닌 중국 위안화 가격으로 흥정과 거래를 하면서 중국 위안화를 거의 공용화폐처럼 사용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10년 달러-유로화 사용금지를 공포했지만 실패했다. 평양에서는 달러가, 지방에서는 위안화가 사용되고 북한 화폐는 사장돼 갔다. 중국에서 들여오는 가전제품 모두 달러나 위안화로 거래되며 북한 돈으로 거래되는 것은 빗자루 같은 가내수공업 제품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암거래 환율로 100위안은 북한돈 13만원이다. 북한에서 거래되는 외환규모가 2000년 10억달러에서 올해 북한 경제규모의 10%에 이르는 20억달러로 증가했다. 전체 외환 가운데 달러화 50%, 위안화 40%, 유로화 10%의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위안화 파워와 함께 중국의 북한경제에 대한 영향력도 확대됐다. 북한의 장마당에서 거래되는 생필품은 대부분 중국 상품이다. 북한의 대중국 무역의존도는 2004년에 50%가 채 안됐다. 하지만 2010년에는 80%를 넘어섰고 현재는 90%에 달한다.

북한에 매장된 풍부한 자원도 중국에 잠식당할 위험에 처했다. 북한은 장성택이 북한의 지하자원을 팔아먹었고 그의 측근들이 무역중개인에게 속아 거액의 빚을 졌다고 밝혔다. 부채를 갚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려고 라선경제무역지대의 토지사용권을 50년 기한으로 헐값에 팔아먹는 매국행위도 서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중국 국유기업인 퉁화철강그룹은 매장량이 17억1000만톤에 이르는 아시아 최대 노천광산인 함경남도 무산 철광의 50년간 채굴권을 획득했다. 또 양강도 혜산시 구리광산의 25년 채굴권을 중국 산둥성의 국유기업인 궈다황진이 가져가는 등 북한의 많은 광물자원이 중국으로 넘어갔다.

또 도로·철도 등 인프라 건설을 지원하고 채굴권을 얻는 방식으로 북한 지하자원을 독점하고 있다. 최근에는 북한과 중국이 신의주-평양-개성을 잇는 약 380㎞ 길이의 고속철도(시속 200㎞ 이상)와 왕복 8차선의 고속도로를 건설하기로 합의했다는 내용도 알려졌다.

◆흐르는 역사의 강물은 어디로?

북한은 몇달 전부터 곳곳에 매장된 금을 중국에 대량으로 매각하고 있다. 김일성 전 북한 주석이 유훈으로 "절대 내다 팔지 말라"고 했음에도 처분하기 시작한 것이어서 북한경제가 최악의 위기에 처해 붕괴 직전일 가능성이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그리고 곧바로 장성택의 사형집행이 이뤄졌다. 장성택이 북한경제를 파국으로 몰고 간 뒤 스스로 총리가 되려고 했다면서 모든 책임을 그에게 돌린 것이다.

경제 실정의 모든 책임을 장성택에게 지움으로써 김정은 제1위원장을 인민사랑의 화신으로 내세우고 민심을 수습하려 하지만, 순리에 따라 흐르는 역사의 강물을 막을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상품투자의 귀재인 짐 로저스는 지난해와 올해 3월 싱가포르 국제동전전시회에서 북한의 기념주화인 금화와 은화를 거의 싹쓸이 매입했다. 그는 지난 3월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동전이나 우표를 사는 것이 북한에 투자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언젠가 북한은 한 국가로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고 (희소성으로 인해) 북한 동전 가치가 뛸 것이다"고 말했다.

북한의 체제 붕괴 후 가격상승을 염두에 둔 그의 베팅이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도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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