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진화, 그리고 자전거의 진화

[머니바이크 에세이] 윤일석의 자전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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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마니아인 윤일석씨
자전거 마니아인 윤일석씨
인간은 달리기 위해 진화되었다고 한다. 물론 단거리는 치타, 영양은 물론 개나 고양이, 심지어 육중한 코끼리보다도 더 느리지만, 인간만큼 수십km의 장거리를 꾸준히 달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동물은 거의 없다고 한다.

나무에서 과일이나 먹던 유인원이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해 땅으로 내려와 자기보다 빠른 사냥감을 쫓으려면 사냥감이 지칠 때까지 오래 쫓아가는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달리기로 사냥에 성공해 생존한 유인원이 진화하여 현생인류가 되었다. 하긴 단거리든 장거리든 원숭이나 유인원이 땅위에서 인간보다 달리기 잘한다는 소리는 못 들은 것 같다.

◇ 인간은 단거리보다 장거리 달리기에 유리한 동물

${IL02}자메이카가 낳은 '단거리영웅' 우사인 볼트가 세운 100m 세계신기록은 9.58초. 평균속도는 37.58km/h로 100m 평속이 스타트-가속구간 때문에 200m 평속보다 느리다는 기존의 관념을 일소했지만, 그래도 100m 평속이 40km/h에도 한참 못 미친다. 순간 최고속도는 45km/h정도. 확실히 다른 동물들보다 느리다.

신체조건이 제아무리 뛰어나고 잘 훈련된 인간이라도 달리기로 시속 30km/h 넘는 속도로 1분 이상 달리지 못한다는 걸 이 기록이 보여주고 있다. 평속 30km/h 이상을 낼 수 있는 거리는 400m까지고, 800m부터 5000m까지 평속은 점차 느려진다.

그런데 거리가 점점 멀어질수록 평균속도의 저하가 급격하지 않고 완만하다는 걸 알 수 있다. 2만m 평속과 그 두 배가 넘는 마라톤(42.195km) 평속이 큰 차이가 없다는 걸 봐도 그렇다. 확실히 인간은 단거리보단 장거리달리기에 유리한 체질을 가진 동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페달을 굴리면 더 빠른 속도로 오랫동안 달릴 수 있는 인간

그런데 이렇게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육체적 능력을 갖춘 인간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온몸을 쥐어짜서 낸 세계 최고의 기록도 결국 적당히 운동한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발로 페달을 굴려 여유 있게 달리는 것보다 느리다는 사실이다.

간단한 예로 세계 최고의 스프린터가 시속 37km/h 정도 속도로 20초 이상 못 달리는데, 틈틈이 적당히 운동한 사이클 동호인은 더 빠른 속도로 훨씬 오래 달릴 수 있다. 참고로 세계 최고의 사이클리스트는 평지 기준, 시속 55km/h로 한 시간 동안 달리는 게 가능하다.

세계 최고의 마라토너가 42km 조금 넘는 거리를 달리는데 2시간 벽을 깨지 못하고 있지만, 선수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체력을 가진 동호인이라 해도 자전거를 탄다면 그 정도 거리는 두 시간 안에 어렵지 않게 주파할 수 있다.

자전거는 정말 대단한 발명품이 아닐 수 없다. 동일한 사람이 뽑아내는 동일한 칼로리로 세배는 빠르고 멀리 갈 수 있으니 말이다.

자동차나 모터사이클이 발달·보급되면서 교통수단으로서의 자전거가 퇴색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자전거만큼 적은 에너지로 효율적으로 움직이지는 못한다. 동일거리 주행 시 중형 가솔린승용차는 자전거의 20배, 스쿠터는 최소 4배의 칼로리를 소모하기 때문이다.

◇ 바퀴의 발명과 인간, 그리고 자전거의 진화

인류는 사냥을 통해 수만 년 전 현생인류로 진화했지만, 바퀴를 발명한 건 5000년 전이었고 그로 인해 한 단계 더 도약한다. 바퀴는 인류의 발명품 중 가장 위대한 것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그 용도는 주로 무거운 것을 쉽게 이동시키기 위함이었지, 더 빠른 속도를 내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가령 말이 견인하는 바퀴달린 마차가 기수가 탄 말보다 빨리 달리지 못하고, 짐꾼이 끄는 수레는 사람이 달리는 것보다 느리다. 200년 전 '셀레리페르(Celerifere, 빨리 달리는 기계라는 뜻의 자전거 조상)'가 나오기 전까지 5000년 동안 그랬다. 1700년대 말에 나온 셀레리페르는 나무틀에 바퀴 두개를 탑재한 단순한 형태였고, '자전거(bicycle)'라는 단어가 등장한건 19세기 중반 이후다.

그럼에도 달리기보다 빠른 것은 물론 조향장치가 추가된 '드라이지네(Draisine)'는 말과 경쟁할 정도로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었다. 바퀴가 5000년 역사상 처음으로 속도의 한계를 뛰어넘은 '탈것'에 활용된 것이다.

이후 페달, 체인, 공기압타이어 등이 잇따라 발명되면서, 19세기 말이 되면 오늘날의 것과 비슷한 형태의 자전거(safety bicycle)가 나오게 된다. 세이프티 바이시클은 현재 지구상에서 돌아다니는 모든 두발 자전거의 직계조상인 셈이다.

130여년 전, 초창기의 자동차보다 빠른 속도를 자랑했던 자전거는 오늘날 바퀴달린 것 중 가장 느린 교통수단, 나아가 운동기구나 레저용품으로 그 용도가 변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 가치(적은 에너지 사용, 환경보호, 재미)를 인정받는 사람들에 의해 교통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또한 소재와 메커니즘 면에서 느리지만 꾸준한 발전과 진화를 계속하고 있다.

인류의 진화는 여전히 진행형이고 10만년 쯤 후의 미래엔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예측하기 어려운 것처럼 자전거의 진화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10년 후에 그 트렌드나 기술이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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