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HG. /사진=현대자동차
그랜저HG. /사진=현대자동차

최근 파격적인 할인을 앞세운 수입차들의 공세 속에 너도나도 비싼 외제차를 구입하면서 ‘카푸어’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카푸어는 본인의 경제력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비싼 차를 구매해 경제적으로 궁핍한 생활을 감수하고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하지만 중고차시장에서는 상황이 좀 다르다. 올해 이 시장에서는 전국적으로 국산차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23일 SK엔카닷컴에 따르면 올 1~9월 기준 지역별로 등록된 매물을 집계한 결과, 현대자동차의 그랜저HG가 전국 주요지역에서 가장 많이 등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강원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현대차의 그랜저HG가 중고차 부문에서 확실한 강세를 보였다.

서울에서는 그랜저HG가 중고차 등록 매물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현대차 그랜드 스타렉스, 벤츠 E클래스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와 다른 양상이다. 지난해 1~10월 기준으로는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가 각각 1, 2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그랜저HG는 4위였고 스타렉스는 10위권 내 들지 못했다. 이는 화재 결함 등으로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경기 및 인천지역에서도 국산차의 강세는 지속됐다. 그랜저HG가 1위를 차지했고 그랜드 스타렉스와 기아 올 뉴 카니발이 각각 2, 3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위권을 차지했던 기아차 레이, 올 뉴 모닝, 쉐보레 스파크는 최근 경·소형 차량의 수요 하락으로 3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그랜드 스타렉스. /사진=현대자동차
그랜드 스타렉스. /사진=현대자동차

강원 지역은 그랜드 스타렉스가 1위에 올랐고 그랜저HG, 올 뉴 카니발 순이었다. 현대차의 싼타페 등도 상위권을 차지하면서 RV 선호 현상을 보였다. 이는 지역 환경 특성상 많은 짐과 사람을 수송할 수 있는 차량이 필요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대전·충남·충북·세종 등 충청권에서도 그랜저HG가 강세를 보였다. 이 지역 1위는 그랜저HG였고 그랜드 스타렉스, 올 뉴 모닝이 각각 2, 3위을 차지했다. 지난해 충청권에서 순위권 밖이었던 그랜드 스타렉스가 올해 선전했다.

광주·전북·전남 등 전라권에서도 그랜저HG가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올 뉴 카니발, 그랜드 스타렉스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위권이었던 올 뉴 모닝과 스파크, BMW 5시리즈 등은 순위권에서 밀려났다.


부산·대구·울산·경북·경남 등 경상권에서는 그랜저HG, 그랜드 스타렉스, 올 뉴 모닝이 1~3위를 기록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스파크, BMW 5시리즈 등이 순위권 밖으로 추락했다.

전국적으로 국산 중고차 매물의 강세가 두드러졌지만 예외인 곳도 있었다. 제주지역의 경우 수입 중고차 모델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았다. 제주지역에서는 벤츠 E-클래스(W212)가 1위로 집계됐고 2위와 3위는 각각 벤츠 E-클래스(W213), 벤츠 C-클래스(W205)가 차지했다. 이는 관광객을 비롯해 이주민과 투자자들의 유입으로 인한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박홍규 SK엔카 사업총괄본부장은 “주요 인기 차종을 제외하면 지역 경제나 인구 특성과 같은 요인에 따라 지역별로 거래되는 모델이 다르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며 “올해는 레저인구와 생계형 영세 자영업자 등의 증가로 공간 활용성이 뛰어난 미니밴이나 승합차 등 RV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