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쓰린 '위스키' 시장] 잘 나가던 '접대여왕'… 뒷방 신세로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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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접대의 꽃이라 불리던 ‘위스키’가 뒷방 신세로 내몰렸다. 비싼 몸값을 자랑하며 내놓기 바쁘게 팔려나가던 것도 옛말.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판매량이 뒷걸음질 쳤다. 달라진 음주문화가 위스키시장에 직격탄이 됐다는 분석. 위스키업체들은 사업 규모를 줄이고 판권을 매각하는 등 자구책에 나서고 있지만 회생 여부는 미지수다. 생사기로에 놓인 위스키. 무엇이 문제인가. (편집자주) 

[MoneyS Report] ① 10년째 뒷걸음… 위스키업계 지각변동 

#1. 독한 술로 ‘부어라 마셔라’하던 시절. 위스키는 술 문화의 최고봉으로 통했다. 어둠이 깃들면 삼삼오오 모인 기업인, 혹은 직장인들은 지하 룸살롱을 찾아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달하는 위스키를 즐겼다. 그야말로 접대의 꽃이자 정점. 독한 위스키는 국내 특유의 지하 문화와 찰떡궁합을 이루면서 불티나게 팔렸다. 불황 속에서도 매년 30%가량 꾸준히 성장하며 지난 20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황금알 시장’의 대명사였다. 

술자리 문화가 바뀌고 주52시간 시행, 김영란법 제정 등으로 위스키가 누리던 호황은 옛날 얘기가 돼버렸다. 독주와 접대문화를 지양하는 분위기 속 위스키 소비는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술자리 문화가 바뀌고 주52시간 시행, 김영란법 제정 등으로 위스키가 누리던 호황은 옛날 얘기가 돼버렸다. 독주와 접대문화를 지양하는 분위기 속 위스키 소비는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위스키의 화려한 ‘봄날’은 딱 거기까지다. 10년 새 술자리 문화가 바뀌고 주52시간 시행, 김영란법 제정 등으로 위스키가 누리던 호황은 옛날 얘기가 돼버린 것. 독주와 접대문화를 지양하는 분위기 속 위스키 소비는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핵심 판매처이던 룸살롱이나 유흥주점에서의 소비가 축소되면서 위스키시장은 급격하게 쪼그라들고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그야말로 패닉상태라는 하소연이 나온다. 

위스키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1분기 판매가 급감한 상황에서 유흥업소 영업중단으로 매출이 평년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며 “가뜩이나 부침이 많던 위스키시장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고사 직전 위기에 놓인 곳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쓰디 쓴 위스키… 10년 연속 마이너스 행진


실제 위스키시장은 지난 10년 동안 매년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왔다. 역대 최대 판매를 기록한 2008년(284만1155상자) 이후 감소세로 돌아선 뒤 2009년 -10.1%, 2010년 -1.4%, 2011년 -4.8%, 2012년 -11.6%, 2013년 -11.2%, 2018년 출고량은 -6.2% 감소한 149만2459상자에 머물렀다. 이는 2008년의 53% 수준. 10여년 만에 위스키 판매가 반토막난 셈이다. 시장 파이만 작아진 것이 아니다. 20~30%대를 유지하던 위스키업체의 영업이익도 한자릿수로 내려앉았다.

주요 업체별 출고량도 급감했다. 위스키업계 1위인 디아지오코리아가 지난해 출고량 53만3912상자를 기록했다. 이어 골든블루 40만5778상자, 페르노리카코리아 30만179상자, 롯데주류 13만2540상자 순이었다. 1.4% 성장한 골든블루를 제외한 모든 업체의 출고량이 5% 이상 감소했다.
그래픽=김민준 기자
그래픽=김민준 기자
핵심 판매처인 전통 유흥주점에서의 위스키 소비가 급감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위스키 판매는 룸살롱이나 단란주점 등 TOT(Traditional on Trade, 전통적 유흥주점 판매)시장이 약 90%를 차지한다. 나머지 10%는 바(Bar)나 클럽 등 MOT(Modern on-trade, 현대적인 유흥주점 판매)시장에서 이뤄진다.

위스키업체 관계자는 “유흥시장이 과거 호황기를 누리지 못하는 데다 코로나로 인한 업소 휴·폐업까지 겹쳐 올해 장사도 끝난 거나 마찬가지”라며 “회사는 비상경영에 들어갔고 최대한 고정비용이라도 줄이자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사업 줄이고 법인 철수… 시장 재편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위스키업계 재편 움직임도 활발하다. 위스키 사업을 축소하고 일부 법인을 매각하거나 국내 시장에서 아예 철수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 

싱글몰트 위스키 맥캘란을 수입·유통하는 에드링턴코리아는 올해 초 국내법인 철수를 결정하고 지난 4월 말 국내 유통회사인 디앤피 스피리츠와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디앤피 스프리츠는 노동규 전 에드링턴 코리아 대표가 지난해 11월 세운 국내 유통법인. 일각에선 노 전 대표가 ▲ 지난해 에드링턴코리아 대표로 재직 중에 자신의 주류 유통 법인을 만든 점 ▲법인 철수 발표 이후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이뤄진 점 등을 근거로 ‘위장철수’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에드링턴 측은 노 전 대표의 경험과 탁월한 리더십을 높게 평가해 판권을 넘겼다는 입장이다. 

시장 재편의 신호탄을 쏜 페르노리카코리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지난 2014년 이천공장을 하이트진로에 매각한 데 이어 지난해 임페리얼 판권을 드링스인터내셔널에 매각하고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이 구조조정을 통해 페르노리카코리아는 220여명이던 정규직을 90여명으로 축소했다. 비용절감 일환으로 강남에 있는 사옥을 강북으로 옮기기도 했다. 

세계 3대 주류 회사로 럼 브랜드 ‘바카디’를 국내에 판매해온 바카디코리아는 지난 2017년 국내에서 철수를 결정했다. 2007년 한국법인을 설립한 지 10년 만. 극심한 실적 악화가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디아지오코리아도 지난해 이천공장 가동을 멈췄으며 올 6월에 폐쇄하기로 했다. 국내 생산 39년 만이다. 이 공장은 수출용 ‘스미노프’와 군납용 ‘윈저’를 생산해왔다. 1981년 설립된 후 디아지오코리아가 세일앤리스백 형식으로 20년간 가동해왔다. 하지만 영업실적 악화와 경쟁력 저하를 더 이상 버틸 수 없어지자 공장 폐쇄를 결정했다. 



위스키 수난은 지속… 회생도 미지수 


업계에선 위스키시장 수난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공장 가동, 구조조정, 판권 매각 등 경영난을 타개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시장이 살아나지 않는 한 회생 여부는 미지수다. 

2016년부터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과 값비싸고 독한 술보다 저렴하고 순한 술을 찾는 음주 트렌드 등 변화에 맞물려 위스키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위스키협회 관계자는 “여전히 밥 먹으면서 위스키 마시는 것은 낯설다 보니 1차(회식) 소비에 한계가 있고 하이볼 칵테일 등으로 소비되는 부분도 크지 않아 당장은 뾰족한 해법이 없는 상황”이라며 “삼겹살 식당이나 음식점에서도 자연스럽게 위스키를 마실 수 있는 제품 개발 등 소비자 접점을 높이는 노력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4호(2020년 5월12~1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설아
김설아 sasa7088@mt.co.kr

머니S 산업1팀 재계 담당 기자.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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