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경제 안전판, 은행권의 이자장사 뭇매

금리 인상기에 약 50조원의 이자수익을 낸 은행권이 뭇매를 맞고 있다. 고금리 시대에 대출자의 신음이 깊어지는 가운데 은행이 손쉬운 이자 장사로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벌어들인 이자이익은 50조원에 달한다. 지주별 이자이익은 ▲KB 11조3814억원 ▲신한 10조6757억원 ▲농협 9조5559억원 ▲하나 8조9198억원 ▲우리 8조6966억원 순이다.


5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순이익은 18조원을 돌파했다. 지주별 순이익은 ▲신한 4조6423억원 ▲KB 4조4133억원 ▲하나 3조6257억원 ▲우리 3조1693억원 ▲농협 2조2309억원이다. 5대 은행이 지급한 성과급은 지난해 1조3823억원에 이른다. 각 은행 별로 300~400%의 성과급에 6억~7억원이 넘는 퇴직금을 지급한 것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은행을 공공재로 규정하고 금융당국에 5대 은행의 과점체계 해소를 주문했다. 1995년 도입한 금산분리 제도를 손질하고 은행 인가를 용도나 목적에 따라 소상공인 전문은행, 중소기업 전문은행 등을 배출하는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2017년 케이뱅크에 은행권 진입을 열어준 후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에 이어 4번째 인터넷은행의 출범 가능성을 시사했다. 은행권이 이자 수익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토대로 과점체제 개혁에 나선 것이다.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당시 30여개로 난립했던 은행권은 부실은행 구조조정과 은행 간 인수·합병을 거치며 지난 1월말 기준 23개로 줄었다. 금융당국이 1991년 이후 약 30년간 신규 은행을 허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의 원전 수주 시 글로벌 50위권의 인지도를 갖춘 국내 은행이 없어 스탠다드차타드에 보증을 맡겨야 했던 당시엔 '메가뱅크' 육성에 팔을 걷었다.

그 결과 한국의 금융산업 경쟁력은 2016년 80위에서 2020년 18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우간다(81위)와 비슷한 수준이던 금융산업은 미국(1위), 홍콩(2위)과 경쟁하며 선진금융을 모색하고 있다.

국내에서 은행권은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등 3고 위기 속에 경제 안전판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해 5대 금융지주는 95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유동성 공급과 133조원에 달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 연장과 상환 유예 등 취약 대출자 연착륙을 지원했다.

정부의 관치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거론되는 두 가지 경제이론이 있다. 영국의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가 주장한 '보이지 않는 손' 시장자유방임 이론과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주장한 '정부의 개입' 보완책(공공지출)이다. 두 가지 이론을 둘러싼 논쟁은 현재진행형이지만 자본주의 경제 발전에 정부와 시장 플레이어가 나서야 한다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한국은 최악의 인플레이션 속에 올해 연간 무역적자까지 겹쳐 경제성장률이 1%대도 지키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의 과도한 개입에 경제발전 속도가 늦춰지지 않도록 규제와 자율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