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더더기 없이 적확한 묘사만 남겼다…'시어의 발골사' 이동우 첫 시집

창비시선 486호 '서로의 우는 소리를 배운 건 우연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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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우 시인(제공 창비)
이동우 시인(제공 창비)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2015 전태일문학상을 받은 이동우 시인이 시집 '서로의 우는 소리를 배운 건 우연이었을까'를 창비시선 486호로 펴냈다. 이번 시집은 그의 첫 시집이다.

이동우 시인은 생명이 파괴되고 인간의 존엄성이 무너지는 상황을 꾸밈없는 언어와 정밀한 묘사로 그려왔다. 이에 이번 시집에는다양한 직종의 노동자가 등장한다. 배달 노동자, 택배 노동자, 청소 노동자, 전기 노동자, 경비원, 콜센터 노동자 등 주로 육체노동자이다.

예를 들어, '양떼구름 도축하기'에서는 양고기집에서 일하는 화자의 상황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다.

"손에 밴 누린내를 잘라낼 수 있을까/ 양을 양고기라 부르며/ 뼈에서 그림자까지 발라내는 입들…등가죽 벗겨진 바타르 초원을 쓰다듬으며/ 울음이 되지 못한 울음을 하나하나/ 줍는 손길이 있다/ 양들이 돌아올 시간이 지났다"

'뼈 밭'도 마찬가지다. 생명이 파괴된 상황을 시인의 눈으로 보고 발에 밟히는 느낌을 적확하게 표현했는데도 묵직하다. 특히, 붉은 피가 연상되는 동백이 주는 상징성이 강하다.

"그날이 흘린 피를 빨아들인 동백이/ 뿌리 내린 진자리, 묏자리, 넋자리/ 이 땅 어디를 파도 뼈 밭이다/ 디딜 때마다 커지는 우두둑 발밑 소리/ 뼛속이 뜨거워진다"

시 '유리벽'은 여의도 빌딩의 창문을 닦는 여자를 그려냈다. 이 시 전체에서 시인의 판단이 들어간 어절은 '투명해졌다'와 '깨끗하게 지웠다'뿐이지만 여성 노동자가 처한 상황을 적확하게 드러낸다.

"화장실을 걸레질할 때 사람들은/ 여자를 못 본 척했다/ 투명하게 닦으면 닦을수록/ 여자도 투명해져갔다…날이 밝고 사람들이 출근하자 유리는/ 여자를 깨끗하게 지웠다"

시집 '서로의 우는 소리를 배운 건 우연이었을까'는 생태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생명의 묵시록'이면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이동우 시인만의 마음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이 시집에 손길이 머무는 이유다.

△ 서로의 우는 소리를 배운 건 우연이었을까/ 이동우 씀/ 창비/ 1만1000원.

서로의 우는 소리를 배운 건 우연이었을까
서로의 우는 소리를 배운 건 우연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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