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에 밀리고 '전기차'에 치이고… 주유소, 폐업만 남았다

[머니S리포트 - 전기차 시대, 기름집의 운명 '째깍째깍'] ① 매년 120개소 문닫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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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국내 주유소들이 사라진다. 알뜰주유소와 가격 경쟁에서 밀리고 내연기관차 대신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며 존재 가치를 잃고 있다. 주유소들은 전기차 충전으로의 전환과 포트폴리오 확대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시장 성장성을 눈여겨본 주요 대기업들이 사업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정유사업으로 막대한 돈을 벌던 정유사들은 석유 수요 감소에 따라 비정유 부문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주유소의 미래는 무엇일까.
서울 시내 한 주유소가 폐업했다. / 사진=뉴시스
▶기사 게재 순서
①'알뜰'에 밀리고 '전기차'에 치이고… 주유소, 폐업만 남았다
②전기차 충전 너도나도 뛰어드는데… 주유소의 변신, 경쟁력 있나
③"기름 만으론 미래 없다"… 전기차 시대 '정유업계의 고민'


주유소가 존폐의 기로에 섰다. 가뜩이나 정부가 기름값 안정과 서민부담 경감을 목표로 도입한 '알뜰주유소'와의 경쟁에서 밀려난 상황인 데다 전기차 시대 개막에 따라 내연기관차 판매가 사실상 시한부 선고를 받으면서다. 2035년엔 내연기관차를 퇴출하려는 정부 정책에 따라 점차 휘발유나 경유를 주유하는 대신 전기를 충전하는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주유소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주유소, 매년 121.2개소 문 닫는다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전국 주유소 수는 1만1106개소로 2022년 말(1만1144개소) 대비 38개소 줄었다. 국내 주유소 수는 2010년을 기점으로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1995년 주유소 간 거래제한이 폐지되면서 당시 8371개소였던 전국 주유소 수는 매년 3.2%씩 증가해 2010년 1만3237개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2011년 알뜰주유소가 등장하면서 하락세로 전환, 매년 100개소 이상 폐업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추이를 보면 2018년 말 1만1750개소였던 주유소 수는 ▲2019년 1만1700개소 ▲2020년 1만1589개소 ▲2021년 1만1378개소 ▲2022년 1만1144개소 등으로 매년 121.2개소가 사라졌다. 인구가 많은 대도시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시내 주유소 수는 2018년 508개소에서 올 4월 441개소로 13.1% 줄었다.

상표별로는 민간 주유소의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SK에너지,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등 4대 주유소의 수는 2018년 총 1만311개소에서 올 4월 말 현재 9663개로 6.2% 줄었고 비(非)상표 주유소 수는 267개에서 152개로 43% 급감했다. 반면 알뜰주유소 수는 같은 기간 1172개소에서 1291개소로 10.1% 늘어나는 등 나홀로 증가세다.

업계에선 알뜰주유소와의 가격 차이에 따른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민간 주유소들은 정유사로부터 제품을 공급받는 반면 알뜰주유소는 한국석유공사로부터 낮은 가격에 제품을 받아 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거리제한 폐지 이후 포화상태에 이르렀던 주유소가 알뜰주유소의 등장으로 가격에서 밀리자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폐업을 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알뜰주유소는 석유제품을 리터(ℓ)당 최대 40~100원가량 저렴하게 공급받기 때문에 민간 주유소보다 더 싼 가격에 판매하는 게 가능하다"며 "비싼 땅값과 임대료도 버거운 상황에서 알뜰주유소와 출혈 경쟁을 감내하지 못해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 역시 주유소엔 악재다. 정부는 2035년부터 신규 내연기관차 등록을 중단할 계획이다. 유럽연합(EU)도 2035년부터, 미국과 중국은 2040년부터 각각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키로 했다. 주요 국가의 방침에 따라 현대차·기아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도 2040년까지 단계적으로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하고 전기차 생산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전기차 시대 전환, 주유소 폐업 가속화


내연기관차 판매 감소는 휘발유와 경유 수요의 급감으로 이어져 주유소 폐업을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전기차 보급 확대로 2030년 주유소 1개소당 평균적으로 입게 될 영업손실 규모는 약 3억6800만원으로 추정되며 2040년엔 12억6500만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전국 주유소 수는 2030년까지 2053개소, 2040년까지는 8529개소가 퇴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주유소 폐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모두 사업자 개인의 몫이란 점이다. 사업전환 등을 이유로 주유소 사업을 폐업하려면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에 따라 폐업 신고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때 주유소는 '위험물안전관리법'에 따라 위험물저장시설의 철거 등 용도 폐지를 확인하고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라 토양오염도 조사를 받은 뒤 토양정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국회예산정책처 추산에 따르면 면적 990㎡(약 300평), 주유기 10기, 주유탱크 6기를 보유한 주유소 기준 폐업시 토양오염을 복원하는 비용은 평균 1억3340만원이다. 오염토양 복구 비용과는 별개로 주유기나 주유탱크 등 각종 시설물철거에도 평균 6300만원이 소요된다. 주유소 면적이 커질 수록 폐업시 드는 비용은 더욱 늘어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폐업 주유소가 대부분 영업실적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는 상황에서 수억원의 비용까지 부담하기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폐업 신고를 한 뒤 시설물을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하거나 폐업 대신 '휴업'을 택하는 주유소가 늘어나는 실정이다. 휴업 주유소 수는 2020년 249개소에서 2022년 307개소로 증가했다. 업계에선 정부가 전기차 시대 전환에 맞춰 주유소의 사업전환에 적극적인 지원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전기차와 수소차 공공충전소 구축 등으로 주유소 용지를 지목 변경하는 경우 지방세 감면 등 세제혜택을 줘야 한다"며 "'중소기업 사업전환 촉진에 관한 특별법에 주유소 사업 전환 시 우대받을 수 있는 조항 등을 신설·포함시키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이한듬
이한듬 mumford@mt.co.kr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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