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중국 부동산發 위기, 홍콩 금융시장엔 미풍… 경제 성장엔 부담

[머니S리포트-차이나리스크 만난 亞금융허브 홍콩①] 리오프닝 이후 홍콩서 계좌 개설하는 중국인 증가… 대기줄에 대행 서비스까지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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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국경 문을 굳게 걸어 잠갔던 홍콩에선 국가보안법 시행까지 맞물려 현지인들 사이에선 '헥시트'(Hong Kong+Exit) 붐이 일었다. 중국의 통제가 본토를 넘어 특별행정구까지 이어지면서 국제금융도시의 매력을 상실했다는 점에서 아시아 금융의 허브로 각광 받았던 홍콩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올 1월 국경을 재개방하고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 이후 중국과 홍콩을 연결하는 웨스트 카오룽 고속철 역에선 중국인 관광객이 연일 쏟아져 나온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 중국 본토의 부유층과 중산층이 당국의 규제를 피해 아시아금융허브 홍콩으로 모여드는 만큼 금융 강국의 지위를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홍콩 완차이 지역의 주택가./사진=박슬기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중국 부동산發 위기, 홍콩 금융시장엔 미풍… 경제 성장엔 부담
② 홍콩 "中증시 단기 조정일 뿐"… 장기 부정론 경계
③ '세계 최고 집값' 홍콩 아파트, 할인해도 미분양 쌓여… 거품 빠지나


"중국 기업들은 대체로 신디케이션(집단대출) 등의 형태로 홍콩에서 자금을 조달합니다. 때문에 중국 기업들이 도산하면 홍콩 금융시장은 부실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홍콩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규모가 크게 줄어든 데다 자금을 조달한 기업들이 대부분 국영 대기업이어서 리스크(위험)는 크지 않습니다. 이런 점에서 당장 중국 경기침체 위치가 홍콩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홍콩 금융중심지 센트럴 지역의 국제금융센터(IFC)에서 만난 이영재 KDB산업은행 법인장은 중국발 경제 위기 우려와 관련해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홍콩은 정치·문화적으로 중국화됐지만 경제·금융상으론 (중국과) 완전히 분리돼 있다"며 "중국발 위기가 홍콩의 경제·금융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활기 되찾아가는 홍콩 금융시장


최근 중국 경제는 ▲부동산 개발 1위 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디폴트 위기 ▲6월 청년 실업률 21.3% ▲4월 18.4%에서 7월 2.5%로 내려앉은 소매판매 증가율 ▲3월 플러스(+) 14.8%에서 8월 마이너스(-) 14.5%로 급락한 수출 증가율 등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부동산발 중국 경제위기 우려가 세계 경제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다.

하지만 중국과 세계를 이어주는 홍콩은 중국발 위기를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홍콩의 금융중심지 IFC를 비롯해 근처에 있는 비즈니스센터 퍼시픽플레이스, 구룡역 인근의 국제상업센터(ICC)의 아침은 금융인들의 발길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홍콩 센트럴 거리에 위치한 HSBC은행과 삼성 매장./사진=박슬기 기자
특히 홍콩은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 중국 고객들이 몰려들면서 북적였다. 올 상반기 홍콩 방문객 수는 1288만3879명으로 전년 동기(7만6004명) 대비 약 170배 폭증했다.

신은일 홍콩우리투자은행 이사는 "홍콩은 국가보안법 시행,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과 증시 등이 수 년 간 침체가 이어진 데다 중국 본토 내 기업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홍콩 주식시장 역시 베어마켓(하락장)이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올 초부터 시작된 위드 코로나 정책을 기점으로 홍콩 경제는 회복하고 있으며 사람들이 많이 보이지 않았던 란콰이펑, 소호, 침사추이, 코즈웨이베이 등 주요 상권의 식당들의 대기줄이 엄청 늘어나 홍콩 경제의 회복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홍콩 은행들의 신규 계좌 개설 수는 중국 리오프닝 이후 증가세다. 중국 위안화 예금 금리는 하락하고 있지만 홍콩 정기예금 금리가 치솟으면서 홍콩에서 계좌를 개설하는 중국 고객이 늘고 있다.

중국 내 은행들의 3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3% 이하로, 6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2% 내외인데 반해 홍콩은 달러 페그제(고정 환율제)에 따라 중앙은행 격인 홍콩금융관리국(HKMA)이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금리 인상 움직임에 보조를 맞추고 있어 홍콩달러와 미국달러의 예금 금리가 오르고 있다.

현재 홍콩 내 은행의 홍콩달러와 미국달러의 3개월·6개월 정기예금 금리는 4% 이상이다. 중국은행 홍콩지점에선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 한 시간 동안 줄을 서는 진풍경도 벌어지는 데다 중국 고객을 대상으로 홍콩에서 은행 계좌 개설을 대행하는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비용은 2000위안(36만원)에서 5500위안(100만원)까지 다양하다.

홍콩특별행정구 정부통계처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은행업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30.6%, 전월 대비 3.7% 각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 HSBC 은행 내 ATM을 쓰는 현지인./사진=박슬기 기자


중국 부동산發 리스크, 은행 여파는 제한적


전문가들은 중국 부동산발 위기로 시장 불안이 커지긴 했지만 금융시스템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중국의 부동산 부문 총 부채 규모는 약 58조위안(1경560조원)으로 2022년 말 기준 중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48%로 추산된다. 이중 가계 주택담보대출은 39조위안(7100조원), 부동산 개발업체 차입은 19조위안(3460조원)으로 각각 구성돼 있다.

은행은 부동산 개발업체 부채의 75.5%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신탁회사 16.4%, 보험회사 6.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중국 내 부동산 신용위험은 주로 부동산 개발업체에 집중된 만큼 은행 부문의 위험이 가장 크게 노출돼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중국 은행들의 손실 흡수능력 등을 감안하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부동산 위기가 은행 위기로 확대될 가능성은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된다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중국 내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한 대출이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형은행 3%, 중소형은행 5%에 불과하다. 부동산 관련 부실대출 비율은 대형은행의 경우 평균 4.5%, 중소형 은행은 1.8%에 그친다.

골드만삭스가 NPL(부실채권) 비율을 8%로 가정해 진행한 스트레스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대형은행의 경우 잠재적 부실채권(5조4000억위안·980조원)을 능가하는 수준의 위험 완충액(6조5000억위안·1184조원)을 보유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중소형은행의 경우 잠재적 부실채권(3조8000억위안·692조원)에 비해 위험 완충액(2조6000억위안·474조원)이 적은 만큼 부동산 신용 손실 발생에 다소 취약한 것으로 평가됐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의 도미노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에 이어 현지 대표 부동산신탁회사 '중롱신탁'이 환매를 연기하면서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은행 시스템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신탁시장 규모가 크게 확대되지 못한 측면이 있어 신탁상품의 손실로 인한 파급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우진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신탁상품의 손실은 은행이 아닌 신탁상품 투자자가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은행 자본을 위험에 빠뜨리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부동산 관련 신탁상품에서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는 모든 손실을 은행이 감당하더라도 그 규모는 은행의 보통주 자기자본(CET1)의 1%, 위험 완충액의 3% 수준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콩 센트럴 거리에 있는 SC은행./사진=박슬기 기자


국유화 카드 또 꺼내들 듯


일부 전문가들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공동부유'를 달성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부동산 공급 과잉과 거품을 걷어내는 과정에서 비구이위안 사태 등이 벌어진 만큼 부동산발 위기 역시 정부의 통제 속에 자연스럽게 진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위기를 '중국판 제 2의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보는 것은 지나치다는 진단도 있다. 한 시중은행 홍콩지점장은 "리먼 사태는 통제불가능한 요소가 워낙 많은 반면 중국 금융기관들은 정부의 강력한 통제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당국이 비구이위안 사태의 리스크가 확산되는 것을 놔둘 가능성이 사실상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박수현 KB증권 자산배분전략부 연구위원은 "과거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글로벌 투자자가 파생상품으로 구성된 모기지에 투자하는 방식이어서 디폴트가 선언될 경우 피해대상을 특정하기 어렵고 손실 구조도 매우 복잡했지만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의 채무는 주로 은행 대출, 채권으로 형성돼 피해 상대가 명확하게 파악되는 만큼 중국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확대되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각에선 디폴트 위기를 맞은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끝내 '국유화'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도 내놓는다.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줄줄이 파산하도록 내버려 둘 경우 시 주석의 리더십이 흔들릴 수 있는 탓에 비구이위안을 해체한 이후 여러 국유 부동산 업체들이 나눠서 인수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한 시중은행 홍콩법인장은 "부동산 리스크가 금융시스템으로 확산되기 이전에 중국 정부가 민간 부동산 기업의 국유화에 적극 나서 부채를 조정하고 통제권을 높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홍콩 골든 바우히니아 광장./사진=박슬기 기자


성장세 둔화 우려는 여전


이처럼 금융위기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중국 부동산발 위기가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향후 중국 리스크가 크게 악화할 경우 홍콩 금융부문에도 타격을 줄 가능성 역시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홍콩 증시에서 상장된 기업은 중국 본토 기업이나 중국 사업 비중이 높은 기업이 많고 경제 측면에서도 홍콩 산업 전반이 본토 소비와 수출입, 본토 금융시장의 허브 역할 등에 의존하기 때문에 중국의 금융시장 변화와 경제 펀더멘털 훼손은 홍콩 금융 부문에도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콩지점에서 근무하는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국의 공동부유 정책으로 인한 투자유인 감소, 자산시장 불안에 따른 고액 자산가들의 자본 유출, 위안화 변동성 확대 등의 시그널은 중국 투자의 길목이란 홍콩의 역할을 감안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홍콩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업이 사람 심리의 영향을 많이 받는 특성상 1~2년 전부터 중국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고 중국 부동산 업체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면서 중국 내에서 직접 개발사업 중인 홍콩 부동산 기업들의 채권발행, 주식발행이 급감했고 이를 주 수익원으로 하는 일부 투자은행들의 실적도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홍콩(중국)=박슬기
홍콩(중국)=박슬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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