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록] 재건축 시작된 '서초 삼풍', 신탁방식 놓고 주민 대립

비공식 단체 MOU 체결 논란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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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정비록]은 '도시정비사업 기록'의 줄임말입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해당 조합과 지역 주민들은 물론, 건설업계에도 중요한 이슈입니다. 도시정비계획은 신규 분양을 위한 사업 투자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방향성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현장을 직접 찾아 낡은 집을 새집으로 바꿔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겠습니다.
지난 11월10일 찾은 삼풍아파트. 1988년 준공돼 최고 15층, 24개동 총 2390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전용면적 84㎡ 이상(105~192㎡) 중대형으로만 구성됐다. 지하철 2·3호선 교대역이 가깝고 서울법원종합청사 건너편에 위치해 법조인과 기업 임원 등이 다수 거주하고 있다. /사진=신유진 기자
서울 서초구 서초동 재건축 대장주로 꼽히는 삼풍아파트(2390가구)가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급증하는 신탁방식과 기존의 조합방식을 놓고 소유주들의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삼풍아파트는 현재 공식 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없어 신탁방식을 추진하려는 '삼풍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와 조합방식을 희망하는 '삼풍 통합재건축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2)가 사업 방식을 놓고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서초 대표 고급단지, 재건축 사업성 높아


지난 11월10일 찾은 삼풍아파트. 단지 보행길의 가로수엔 준비위와 한국토지신탁·한국자산신탁 컨소시엄이 걸어놓은 현수막이 보였다. 현수막엔 '안전진단 통과! 재건축 확정' '성공적인 재건축을 추진하겠습니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옆에는 준비위2가 걸어놓은 '경축 안전진단 통과' 문구의 현수막도 나란히 걸려 있다.

단지 내부로 들어가니 가파른 언덕 위에 아파트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차도를 사이에 두고 오른쪽엔 삼풍아파트가 보였고 왼쪽엔 담벼락 밑으로 차들이 주차돼 있었다. 담벼락 너머 고급 주상복합 '아크로비스타'가 보였다.

아파트 동 출입구 지붕은 페인트칠이 다 벗겨져 있었다. 바깥벽엔 군데군데 금이 가 있었다. 대단지답게 주차장 규모도 상당해 지상 주차장뿐 아니라 1988년 준공 아파트임에도 지하 1층짜리 주차장이 함께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60대 주민 A씨는 "사업성이 좋은 곳으로 서초구를 대표하는 단지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삼풍아파트는 정밀안전진단 실시 결과 ▲주거환경·설비 노후도 D등급 ▲구조안전성 C등급 ▲비용분석 E등급 등을 받아 총점 42.56점으로 재건축이 확정됐다. 해당 단지는 지난해 5월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삼풍아파트는 1988년 준공돼 최고 15층, 24개동 총 2390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전용면적 84㎡ 이상(105~192㎡) 중대형으로만 구성됐다. 입주 당시에도 중산층 이상을 대상으로 분양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철 2·3호선 교대역이 가깝고 서울법원종합청사 건너편에 위치해 법조인과 기업 임원 등이 다수 거주하고 있다. 시공사로 HDC현대산업개발이 선정됐다.

단지 보행길의 가로수엔 준비위와 한국토지신탁·한국자산신탁 컨소시엄이 걸어놓은 현수막이 보였다. 현수막엔 '안전진단 통과! 재건축 확정' '성공적인 재건축을 추진하겠습니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옆에는 준비위2가 걸어놓은 '경축 안전진단 통과' 문구의 현수막도 나란히 걸려 있다./사진=신유진 기자



한토신·한자신 컨소시엄 MOU… "소유주 의사 묻지 않아"


문제는 최근 여러 사업장에서 분쟁의 발단이 되고 있는 신탁방식이다. 지난 9월 준비위는 한토신·한자신 컨소시엄과 신탁방식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당시 준비위 측은 신탁사와 MOU 체결 전 투표에 참여한 소유주 99%가 찬성해 해당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강남 재건축 사업장으론 첫 신탁방식으로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이후 준비위2가 신탁방식을 반대하며 MOU 체결에 이의를 제기했다. 준비위2 측은 현재 공식 단체가 설립되지 않은 상황에 정비계획안이 결정된 후 총회를 통해 소유주 의견에 따라 신탁 또는 조합 방식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준비위2 관계자는 "서로 다투는 상황은 아니다"라면서 "각자 원하는 사업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탁방식 수수료가 발생하는 데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삼풍아파트는 현재 공식 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없어 신탁방식을 추진하려는 '삼풍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와 조합방식을 희망하는 '삼풍 통합재건축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2)가 사업 방식을 놓고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사진=신유진 기자

신탁사의 MOU 체결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준비위2 측은 신탁사들이 공식 단체가 아닌 준비위와 MOU를 체결했고 신탁사 역시 주민 의견을 수렴해 사업을 진행해야 함에도 일부 소유주에게 의사를 묻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준비위2 측은 신탁사에 'MOU로 인해 입주민과 소유자가 피해를 본다면 법적 책임이 있다'는 내용의 항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대립이 장기화할 것을 우려해 서초구에 중재 요청을 하기도 했다. 구 관계자는 "재건축 사업 전문가와 양측이 서로 의견을 교류하고 중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자 했다"며 "양측에 공문도 보내 권고 사항을 알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쪽 모두 인·허가를 받은 정식 단체가 아니므로 중재 회의 이후로는 진행 사항이 없다"고 덧붙였다.


신탁사, 소유주 의견 존중… "깜깜이 협약 아냐"


아파트 동 출입구 지붕은 페인트칠이 다 벗겨져 있었고 바깥벽엔 군데군데 금이 가 있었다. /사진=신유진 기자

한국토지신탁은 주민들의 뜻에 따르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한토신 관계자는 "나라장터를 통해 입찰 공고가 게재됐고 사업성이 좋은 단지여서 응찰한 것"이라며 "낙찰 이후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준비위2 측이 공문을 보낸 것은 맞고 별도 회신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단체가 2개로 나뉘어 있어 총회를 통해 하나의 단체가 결정된 후에 신탁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하면 자연스럽게 빠지면 된다"며 "소수 단체와 깜깜이 협약을 한 것은 아니다. 일부 소유자가 동의했기 때문에 입찰이 올라왔고 응찰한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서울 주요 재건축 추진 단지에선 신탁사업으로 인한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사업에선 시행사인 KB부동산신탁의 위법 사항이 발견돼 시공사 선정 총회가 무산됐다.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7단지의 경우 코람코자산신탁이 공식 단체가 아닌 '정비사업추진위원회'와 MOU를 맺고 예비신탁사로 선정돼 주민들과 다투고 있다. 공식 절차를 밟지 않은 단체가 계약의 일종인 MOU를 체결할 수 있는 구조가 문제 되고 있어 명확한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유진
신유진 [email protected]

안녕하세요 머니S 재테크부 신유진 기자입니다. 유익한 기사를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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