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위기라는 말이 나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소득계층별로 볼 때 중산층 수는 1996년 이후 10여년 동안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중산층을 이탈한 이들 중 부유층으로 편입된 수는 미미하다. 대부분 빈곤층으로 내려앉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중산층 10가구 중 1가구가 빈곤층으로 추락했다. 가구 소득이 중위소득의 50~150%인 경우를 중산층이라고 볼 때 국내 중산층 비율은 1996년 68.5%에서 2006년 58.5%로 줄어들었다.



백만장자가 세계 4위 속도로 늘어나는 반면 빈곤층의 비중도 빠르게 늘고 있다. 그만큼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중산층 비중이 줄어들고 빈곤층이 증가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중산층이 부의 사다리 위로 오를 수는 없는 것일까.



◆ 중산층이 더 가난해지는 이유는



소득 양극화와 중산층의 빈곤화가 생겨난 원인에 대해 의견이 다양하지만 주요인은 사회구조적 문제와 자산관리 방법상의 차이로 모아진다.



정책 방향이 분배보다 성장에 초점을 두고 있을 뿐 아니라 부유층이나 저소득층에 대한 정책적 배려는 있지만 국가 경제의 허리격인 중산층을 위한 것은 찾기 힘들다는 얘기다.



비정규직 제도에 의한 고용 불안과 교육 문제도 중산층의 허리를 휘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자녀의 사교육비가 입시 준비를 위한 것 뿐 아니라 대학 입학 이후에도 발생한다는 얘기다.



조진표 와이즈멘토 대표는 "중고등학교 때 상위권 대학 진학을 위한 사교육비 부담은 물론이고 대학 입학 이후에도 등록금과 유학자금 등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한다"며 "대학 등록금의 대폭 인상으로 교육비 부담이 늘어나는 동시에 가장의 은퇴로 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에 중산층이 더 가난해지고 노후 위험은 커지며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폴 크루그먼도 자신의 저서 <미래를 말하다>에서 중산층의 빚이 늘어난 것은 그들의 사치스러운 소비 탓이 아니라 자녀에게 좀 더 나은 기회를 주기위해 좋은 학군에 무리하게 집을 사려는 것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사회의 불평등이 중산층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는 얘기다.



이밖에 부에 대한 생각과 투자 습관, 자산관리 방식에서 부유층과 중산층의 차이가 현격하게 드러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 부자와 중산층의 투자, 무엇이 다른가



벼랑 끝 중산층, 부자의 습관이 '동아줄'
흔히들 부자가 되려면 부자의 마인드를 가지라고 말한다. 부자처럼 투자하고 돈에 대해 부자와 같은 시각을 가지라고 말한다. 이는 부자와 부자가 아닌 사람 사이에 뭔가 차이가 있다는 얘기인데 정말 그럴까.



재무설계 전문가들은 거액의 자산을 이룬 이들과 중산층 사이에는 분명 차이가 있으며 근본적인 차이점은 고수익을 올려줄 주식을 찾는 것과 같은 '테크닉'보다 철학과 자세라고 말했다.



손우철 TNV AD센터장은 "일상 생활과 투자 습관, 부에 대한 관점에서 부유층과 중산층의 차이가 드러난다"며 "사소한 차이인 것 같지만 여기서 투자 결과가 현격하게 달라진다"고 말했다.



부자들은 투자 결정을 내릴 때 신중하되 리스크를 감내하기로 결심한 후에는 과감하게 실행에 옮긴다. 반면 부자가 되지 못하는 투자자는 머리를 싸매고 고민만 할 뿐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 그리고는 버스를 놓친 후 '그 때 투자를 했어야 했는데…'라는 말을 되풀이한다.



부자들은 푼돈도 소중하게 여기며 1%의 금리에도 민감하다. 반면 늘 경제적으로 쪼들리는 이들은 집안에 굴러다니는 동전을 챙기지 않는다. 자신이 쓸 수 있는 비과세 혜택이 얼마이며 그 중 얼마를 쓰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금리 1% 차이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부자들은 돈을 허투루 쓰지 않는다. 절약이 몸에 배어 있으며 소득 중 지출 규모를 엄격하게 통제한다. 이에 반해 부를 이루지 못하는 이들은 월 생활비가 얼마이며 평소 신용카드를 얼마나 쓰는지 파악하지 않는다.



부자들은 늘 공부하고 새로운 정보에 목말라하며 꼼꼼하게 기록한다. 그렇지 못한 투자자들은 기회가 찾아와도 이를 알아볼 혜안을 가지고 있지 않아 놓쳐버리기 일쑤다. 그리고 '좋은 땅'이 있다는 전화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가산을 탕진한다.



부자들은 큰 욕심을 부리지 않으며 느긋하게 기다릴 줄 안다. 반면 중산층이나 빈곤층은 여유를 부리지 못한다. 늘 조급하다. 기대 수익률을 높여 잡고 욕심을 내다 오히려 큰 손실을 본다. 부자들보다 리스크를 더 두려워하면서도 정작 결정적인 순간에는 고위험 자산에다 베팅을 해 버린다.



◆ 부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려면



손우철 센터장은 "버는 것보다 쓰는 것, 방법보다 자세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투자할 주식이나 아파트를 고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절약하고 합리적인 투자관을 세우는 것이 먼저라는 얘기다.



최근 육군에서 발생한 400억원 규모의 금융사기 사건이 태도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는 것.



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사소한 것에서 큰 차이가 벌어진다"며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않는 투자 원칙과 올바른 습관을 실행해 나가는 것이 부자가 되는 첫 걸음"이라고 말했다.



단기로 써야 할 돈을 리스크가 높은 펀드에 투자하거나 단숨에 대박을 내 줄 주식을 찾아다니는 등 이치에 맞지 않는 투자 습관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얘기다.



자산 규모나 자신의 상황에 맞는 재무설계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자산을 늘리는 데 주력해야 할 상황인지 아니면 있는 자산을 지키면서 세금 부담을 줄이는 것이 우선인지에 따라 전략이 달라져야 한다.



부자들이 큰 자산을 이룬 것은 '황금손'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들에게도 사연과 우여곡절이 있다는 것. 따라서 현재의 결과만을 보고 절대 금액을 따라잡으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한 자세로 보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