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8월6일 대한항공 801편이 괌 아가나 국제공항으로 향하던 중 추락해 탑승객 228명이 사망했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대한항공 여객기 모습. /사진=머니투데이

1997년 8월6일 서울 김포국제공항에서 출발해 미국 괌 아가나 국제공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801편이 추락했다.

착륙을 시도하던 중 공항 바로 앞 언덕인 니미츠 힐 밀림 지대에 추락했고 이 사고로 탑승객 254명 중 228명이 사망했다. 26명이 기적적으로 생존했으나 모두 화상 등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네 동강으로 부서진 동체… 비극을 부른 판단 착오

이날 저녁 8시 22분 김포에서 출발한 항공기는 괌까지 무사히 비행을 마치고 착륙을 시도하고 있었다. 당시 폭우와 안개 속에서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태였고 활주로 계기 착륙 시스템(글라이드 슬로프)은 정비 중으로 작동하지 않는 악조건이었다.


충돌 7분여 전 갑자기 유도장치 허위 신호가 감지됐고 기장 등은 혼란에 빠졌다. 결국 기장은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착륙을 결정했다. 이후 순식간에 고도를 내렸고 바퀴를 내리는 등 정상적인 착륙 절차를 이어갔다.

하강 과정에서 '대지와 가깝다'는 위험 신호가 여러 차례 있었으나 기장은 멈추지 않았다. 착륙 결심 최저고도를 알려주는 미니멈 경보가 울렸을 때 활주로가 보이지 않았기에 무조건 착륙을 중지하고 재상승을 해야 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충돌 3초 전에야 위험을 감지한 기장은 곧장 방향을 틀었으나 항공기는 결국 언덕에 충돌하고 말았다. 동체가 네 동강으로 부서질 만큼 큰 충격이었다.
1997년 8월6일 대한항공 801편이 괌 아가나 국제공항으로 향하던 중 추락해 탑승객 228명이 사망했다. 사진은 1997년 8월6일 괌 니미츠 힐에서 발생한 대한항공 801편 추락 사고 모습. /사진=유튜브 캡처

"조종 미숙과 기체결함"… 마지막이 된 가족 단위 승객들의 휴가

사고 이후 큰 화재가 발생해 생존자 구조조차 쉽지 않았다. 사고 장소는 나무가 우거진 밀림 지형이었고 항공유와 460ℓ가 넘는 면세주가 흘러나오면서 화재는 8시간 넘게 이어졌다.

특히 해당 항공기에는 여름 휴가철 가족 단위로 탑승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에 일가족 전원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연이 많았다. 유명 성우 장세준·정경애씨 부부와 신기하 4선 의원 부부도 이 사고로 사망했다. 홍성현 KBS 보도국장 역시 이 사고로 큰딸, 막내아들과 함께 세상을 떠났다.


정밀 조사 결과 사고의 주된 원인은 기장의 판단 오류와 기체결함이었다. 라디오 등 전자제품에서 허위 신호가 감지되면서 유도장치가 오작동했고 기장은 활주로 계기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음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하강을 지속했다는 결론이다.

사고 이후 허위 신호로 인한 사고 예방을 위해 미국 내 항공기 착륙 유도장치 시스템이 개선됐다. 사고 발생 1주년이 되는 지난 1988년 8월5일에는 괌 니미츠 힐 산기슭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검은 대리석 기념비가 세워지기도 했다. 이곳에서는 매년 유가족과 대한항공 관계자, 현지 주민들이 참석하는 추모식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