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1학년과 6살짜리 딸을 키우는 주부 김진영씨(37·서울 돈암동)는 얼마 전 자녀 명의로 펀드 두개를 가입했다. 새해 첫날 자녀가 친척들에게 받은 용돈을 쪼개 각자 명의로 펀드상품을 개설한 것. 김씨는 구정 때도 아이들이 새뱃돈을 받으면 꼭 사야 할 학용품 값을 제외하고 모두 어린이펀드에 넣을 예정이다.
2013년이 시작되면서 부모들 사이에서 새뱃돈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아이들이 친척들에게 용돈을 받으면 대부분 부모의 호주머니로 들어갔지만 이제는 자녀 미래의 운용자금으로 활용한다. 자녀 이름으로 통장을 개설해 매달 불입할 경우 조기 금융교육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아이들이 성장해 20~30대가 되면 대학등록금이나 결혼비용으로 유용하게 쓸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경제개념은 어릴 때 배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저축하는 습관을 기르면 돈을 모으는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자연스럽게 소비에 대한 개념도 알게 된다"고 조언했다. 또 "이율이 낮은 적금보다는 운용수익률이 높은 펀드를 골라 가입하는 것이 이익"이라고 덧붙였다.
◇적금보다 펀드…원금손실 유의해야
자녀를 위한 재테크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 중이라면 현재 시점에서는 적금보다 펀드를 고르는 것이 현명하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적금이율보다는 펀드수익률이 훨씬 낫기 때문이다. 물론 상품에 따라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상품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12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8일 기준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한국밸류10년투자어린이증권투자신탁1(주식)A'는 최근 1년간 수익률이 26.97%로 일반 정기적금보다 8~9배 가까이 높았다.
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우리아이친디아업종대표자1(주식)'은 21.09%의 높은 수익률을 나타냈다. 이외에도 두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는 △신영자산운용의 '신영주니어경제박사(주식)' 수익률 17.13% △신한BNPP의 '신한BNPP엄마사랑어린이이머징스타 자1(주식)' 수익률 13.53% △ING운용의 'ING미래만들기4(주식) 수익률 12.44% 등이다.
반면 삼성자산운용의 '삼성착한아이예쁜아이1(주식)'은 30개 펀드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수익률(-0.96%)을 나타냈다.
한 재테크전문가는 "펀드는 운용사에 따라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며 "가입 전 수익률과 어디에 투자하는지 등을 꼼꼼히 체크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해지는 금물…목표 세우고 복리 챙겨라
그렇다면 어린이 펀드 가입 전 꼼꼼히 체크할 사항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경제현황과 운용기간이다.
아이들의 생애 첫 펀드 가입은 친척들에게 받은 용돈으로 충당했지만, 이후에는 부모의 가계비용으로 지출해야 한다. 따라서 현재 가계지출 상황을 살펴보고 가입규모를 판단하는 것이 좋다. 다만 부모가 불입했다고 해도 매달 통장잔액과 수익률을 자녀에게 보여주는 것이 현명하다. 아이들이 저축의 개념을 깨닫고 재미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조기교육에 도움이 된다.
중고등학교 때 사교육비로 활용할 것인지, 아니면 대학등록금 혹은 결혼자금으로 활용할 것인지 등 운용기간도 꼼꼼히 따져야 한다. 목표기간에 따라 투자금액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어서다. 무엇보다 처음부터 너무 무리한 금액을 넣을 경우 중도해지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자녀가 돈을 모으는 재미에 한창 빠져있을 때 부모가 일방적으로 해지한다면 상실감과 박탈감이 밀려올 수 있다"며 "이 경우 오히려 펀드에 가입하지 않을 때보다 더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어린이 펀드를 고를 때는 거치식보다 매달 조금씩 원금을 넣는 적립식 투자가 유리하다. 시장 변화에 크게 민감하지 않은 데다 원금에서 발생한 이자가 다시 원금으로 재투자되는 방식이라 복리 효과도 누릴 수 있다.
혼합형이나 채권형보다는 주식형 펀드를 선택하고 펀드매니저가 자주 바뀌지 않고 변동성이 적은 종목을 담는 펀드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수수료도 펀드 선택 시 확인해야 할 필수사항이다. 어떤 펀드를 선택하더라도 수수료를 확인하는 것은 유리한 수익률 달성을 위해 필수적인데 어린이펀드와 같이 장기 투자 성격이 짙을수록 수수료가 저렴하고 펀드보수율이 낮은 펀드를 고르는 것이 좋다.
새뱃돈 어린이펀드로 굴려볼까
성승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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