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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임종철 |
지금까지 은행은 증권사가 발행한 ELS를 신탁을 통해 판매하거나 ELS와 유사한 구조를 가진 주가지수연동예금(ELD)만 취급했다. 그런데 지난 8월 말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은행에서도 원금보장형 ELS 발행이 가능해졌다.
자본시장법 4조 7항에 ‘원금의 이자만으로 지수 등에 연계된 증권은 파생결합증권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 추가되면서 원금보장형 ELS가 채무증권으로 분류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은행 등 2곳의 은행에서 원금보장형 ELS 상품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 채널이 다양해진 만큼 투자자 입장에서는 우선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은행에서 발행될 원금보장형 ELS가 증권사에서 발행하는 기존 ELS와 크게 차별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상품 운용 노하우와 다양화 측면에서 본다면 당분간 증권사의 경쟁력이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중호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주가지수연계증권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기초자산이 주식과 관련된 것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은행이 증권사의 ELS와 차별화된 기초자산으로 상품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상품을 설명할 때 유사한 상품을 운용 후 얻은 수익률을 예로 드는 경우가 많은데 은행은 이제 시작한 터라 운용능력을 검증받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은행과 증권사간의 경쟁으로 인해 제시 수익률이 높아지는 효과도 기대해볼 만하다. ELS는 기초자산을 정해놓고 만기까지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정해진 수익률을 제공하는 구조다. 따라서 고객 유치를 위해 금융사가 제시하는 수익률을 경쟁적으로 높일 수 있다.
이영아 기업은행 PB고객부 시장분석전문가는 “은행이 원금보장형 ELS를 판매할 수 있게 되면서 증권사간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며 “이로 인해 고객 유치 경쟁에서 제시하는 수익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유사한 예로 방카슈랑스를 들었다. 방카슈랑스가 지난 2003년 국내에 도입된 이후 보험사들은 은행과 경쟁하면서 예정사업비를 경쟁적으로 낮췄다. 방카슈랑스 2단계가 시행된 2005년 예정사업비율은 25.2%에서 22.2%로 3%포인트나 낮아졌다.
그리고 2009년에는 18.6%까지 하락했다. 예정사업비는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을 예상해서 정한 것으로 예정사업비가 낮아지면 보험료가 인하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가 방카슈랑스 도입 후 2년여가 지나서 나타난 만큼 은행이 원금보장형 ELS 발행으로 인한 제시 수익률 상승효과 역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한편 은행에서 ELS 판매가 이뤄지는 만큼 투자자들이 기존 ELD와 ELS를 혼동할 수 있어 상품 판매 시 상품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원금보장형 ELS는 원금이 보장되기는 하지만 ELD처럼 예금자보호가 되는 상품이 아니라는 점을 판매 시 고지할 필요가 있다.
이중호 애널리스트는 “은행을 주로 찾는 투자자들은 안전을 추구하는 경향이 많다”며 “원금보장형 ELS라 하더라도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해 충분한 고지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