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상장 건설사들의 환경·사회·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성과 결과가 발표됐다.

사회적 책임투자 컨설팅회사인 서스틴베스트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13년 상장기업 지속가능경영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순위(시평) 1위인 현대건설은 ‘ESG평가’에서도 ‘AA등급’을 받으며 1위에 올랐다. 반면 시평순위 3위인 대우건설은 ‘B등급’을 받으며 12위로 평가받았고, 9위인 현대산업개발은 C등급을 받으며 18위의 성적을 기록했다.

이외에 대림산업은 ‘B등급’(시평순위 4위→ESG평가 6위), GS건설은 ‘A등급’(시평순위 6위→ESG평가 2위)으로 각각 평가됐다. 시평순위 10위내 건설사들 중 비상장사인 포스코건설(시평 5위), 롯데건설(시평 7위), SK건설(시평 8위), 한화건설(시평 10위) 등은 평가에서 제외됐다. 건설과 상사가 혼합된 삼성물산 건설부문(시평 2위)도 이번 평가 대상에서 빠졌다.

'성적 불량' 대형사들 이유가…

ESG평가는 국내 상장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환경(Environmental)·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성과를 반영해 평가한 것이다. 박종한 서스틴베스트 선임연구원은 “D·E등급의 기업은 ESG 리스크가 큰 만큼 투자를 하지 말아야 할 곳”이라며 “C등급은 주의요망, B·BB등급은 투자적격, A나 AA등급은 투자추천 기업으로 분류한다”고 설명했다.

◆ 현대건설, ESG평가도 ‘1위’

시평 순위 1위 현대건설은 건설부문 ESG평가에서도 왕좌를 굳건히 지켰다. 현대건설은 환경·사회·지배구조 전반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사회 부분에서는 공정한 협력업체 선정을 위한 원칙을 수립하고 있었으며, 투명한 협력업체 선정을 위해 공개전자입찰거래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었다. 또 임직원의 공정거래 인식 제고를 위해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한 점이 높게 평가됐다.

지배구조 부분에서는 이사회 구성원 중 5년 이상 재직 중인 사외이사가 없다는 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에 대해 박 연구원은 “독립적인 역할을 해줘야 할 사외이사가 5년 이상 재직을 하게 되면 집단권력화, 경영진 유착 등의 문제에 노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업이익을 비롯해 임원과 직원 보수는 전년 대비 모두 감소했다.

◆ '어닝 쇼크' GS건설, ESG평가 성적은 2위

지난해 상반기 ‘어닝쇼크’의 주인공 GS건설은 ESG평가에서는 좋은 결과가 나왔다. 특히 환경부분에서 에코디자인 프로세스를 가동하고 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에코디자인 프로세스는 기업이 환경적 임팩트를 고려해 제품을 만드는 과정이다. 이지현 서스틴베스트 연구원은 “건축물의 경우 사용단계에서 에너지 사용이 많은데 이를 고려해 제품을 설계하는 과정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사회부분에서는 해고자·퇴직자 등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이 구비돼 있었고, 매출액 대비 복리후생비 수준도 타사 대비 우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지배구조 면에서 지난해 6월 분식회계 의혹이 불거진 부분은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 ‘시평3위’ 대우건설, ESG평가는 ‘저조’

시공능력평가 순위 ‘빅3’ 자리를 고수한 대우건설은 ESG평가 순위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건설부문 12위, 등급은 B등급이었다. 특히 사회 부분에서 해고자·퇴직자 등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이 미비한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공급망 관리에 있어서도 임직원의 공정거래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활동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배구조 부분에서는 최근 3년 동안 평균 현금배당성향이 ‘0’을 기록했다. 박 연구원은 이에 대해 “회사 사정에 따라 배당이 적을 수도 있지만 배당에 대한 관심이 많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투자를 주저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 및 임원보수(2억4000만원→3억4700만원)는 모두 증가한 반면 직원보수(6900만원→6800만원)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원들의 배임 행위에 대해 법원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내린 부분도 마이너스로 작용했다.

◆현대산업개발 C등급, 이유는?

시공능력평가 순위 9위인 현산은 C등급을 받으며 건설부문 ESG평가에서 18위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환경·사회·지배구조 모든 분야에 걸쳐 좋지 못한 평가다. 특히 사회 부분의 공급망관리가 미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협력업체 선정 시 공정한 적용 원칙이 존재하지 않았고 투명한 협력업체 선정을 위한 공개전자입찰거래시스템도 미비했다. 공정거래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임직원의 활동도 전무했으며 공정거래 담당 부서도 존재하지 않았다. 임직원 대상 윤리교육도 없었고 사회적책임(CSR) 담당부서가 존재하지 않는 점도 문제로 나타났다. 

이사회 운영에 대한 문제점도 드러났다.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들에 대한 사외이사의 반대·기권 등 의견 표명 내역이 없었다. 박 연구원은 “이사회에서 반대 의견이 없었다는 것은 사외이사들이 거수기 노릇을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은 감소했지만 임직원 보수가 증가한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현산의 영업이익은 664억원으로 전년(3570억원)에 비해 81% 줄었다. 이사 등 임원의 숫자도 10명에서 9명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보수지급총액은 26억200만원으로 오히려 전년(24억4800만원)보다 증가했다.

◆대림산업도 ESG평가서 하락

시평 순위 4위 대림산업도 건설부문 ESG평가 순위는 6위로 떨어졌다. 환경부분에서는 이사회에서 환경경영 관련 내용을 다룬 사례가 없었다. 최고의사결정기구에서 환경경영에 대한 부분을 논의하지 않고 해결방안도 강구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밖에도 협력업체가 공급하는 제품에 대해 환경 관련 내용을 평가하지 않고 협력업체를 선정할 때에도 환경 관련 평가 결과를 활용하지 않고 있었다. 지배구조 부분에서는 소액주주 등에게 차등배당 지급 내역이 없었다. 박 연구원은 “평가기간 중 대림산업 공장에서 중대한 산업재해가 발생한 것도 마이너스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 'ESG평가'에 대한 업계 말말말

"시공능력평가와 ESG평가는 엄연히 평가기준이 다른 만큼 이를 비교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 A건설사 관계자

"대다수 사람들이 시공능력평가 결과를 일반적인 건설사 평가지표로 삼는다는 게 문제다. 시공능력평가에만 의존하지 말고 ESG평가를 비롯한 다른 평가들을 비교·분석하는 게 정답이다." - B업계관계자

"그동안 시평 상위권 건설사은 무슨 감투라도 쓴 것 마냥 어깨에 힘을 주고 다녔던 게 사실이다. ESG평가 결과를 보고 반성 좀 했으면 좋겠다." - C공인중개사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