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반 네트워크 기술이 현대전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첨단 방산 시스템 등을 공급하고 있는 한화시스템의 실적도 매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한화시스템은 감시정찰, 지휘통제 등 IT 기술 기반의 첨단 방산 시스템을 개발 및 양산한다. 전차나 함정 같은 규모의 무기는 생산하지 않지만, 다기능레이다 기술을 필두로 K방산 수출에 기여해왔다. 중동을 중심으로 대공방어 수요가 커지면서 미사일 방어체계 핵심인 교전통제시스템(ECS) 시장에도 진출하며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한화시스템 사업은 방산 부문과 IT 아웃소싱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ICT 부문으로 나뉜다. 방산 분야가 전체 매출의 75%를 차지,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방산 전자시스템을 비롯해 레이다·센서, 우주·위성통신 등 미래 전장에 특화된 사업 구조가 특징이다.


AI 기반 네트워크 기술이 현대전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한화시스템 실적도 꾸준히 상승했다. 방산 부문 매출은 ▲2022년 1조6407억원 ▲2023년 1조8170억원 ▲2024년 2조988억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수주 잔액 역시 2019년 3조8747억원에서 지난해 8조3416억원으로 5년 만에 115% 늘었다.

한화시스템의 최대 강점은 '다기능레이다' 기술력이다. 다기능레이다는 원거리에서 접근하는 다수의 표적을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추적과 요격 등 임무를 수행하는 최첨단 장비로 높은 수준의 기술 개발이 요구된다. 한화시스템은 최근 국방과학연구소가 주관하는 '한국형 사드'(L-SAM-II)와 '한국형 아이언돔'(LAMD)의 다기능레이다 개발 사업을 연이어 수주하며 역량을 입증했다.

한화시스템은 주력인 다기능레이다 사업을 바탕으로 수출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수출 성과도 좋다. 한화시스템은 2022년 아랍에미리트(UAE), 2024년 사우디아라비아와 각각 1조 원대 규모의 천궁-II 다기능레이다 수출 계약을 체결, 중동 시장에서 주목받았다. 현재는 LIG넥스원과 이라크 천궁-II 수출을 협의 중이다.


미사일 방어체계의 '두뇌' 역할을 하는 교전통제시스템(ECS) 분야에서도 기대가 커진다. 한화시스템은 한국형 미사일 방어시스템(KMD)과 관련한 ECS 입찰을 준비하고 있다. ECS는 표적 탐지부터 요격까지 전 과정을 통합·관리하는 핵심 체계로 미사일 방어작전에서 지휘통제 시스템의 하위 개념에 해당한다.

한화시스템은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 작전센터, 중앙방공통제소, 방공지휘통제경보 등 상위 지휘통제체계를 개발한 바 있어 ECS 개발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도 받는다. 현재 우리 군 ECS 납품은 LIG넥스원이 전담하고 있어 한화시스템이 해당 시장에 진출할 경우 양사 간 경쟁은 불가피하다.

한화시스템의 ECS 진출로 한화그룹이 대공 무기체계 전반을 자체 제작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는 한화시스템이 레이다, LIG넥스원이 ECS, 발사대와 차량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맡아왔다. ECS도 한화시스템이 만들면 천궁-II와 같은 중고도 미사일 방어시스템은 한화그룹이 단독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이스라엘 '아이언돔'과 같은 대공 방어체계를 구축하려는 중동의 수요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공 방어망 전반을 한화가 패키지화해 담당하면 수출 속도가 빨라질 수 있어서다.

한화시스템은 효과적인 통합 방공작전 개념 적용을 위해 최근 미국 대표 방산 기업인 노스롭그루먼과 '통합 대공방어체계 기술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노스롭그루먼은 다양한 센서와 무기를 통합해 공중 및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통합방공지휘통제 시스템(IBC)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중동 지역에서 한국산 대공 무기체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ECS 사업에 도전할 경우 레이다, ECS, 발사대·차량까지 패키지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수출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휘통제 및 교전통제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은 충분히 갖춘 상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