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일수록 직접 서비스를 통해 가격을 내리는 셀프서비스가 인기를 끈다. 서민들의 체감 경기가 오래도록 '바닥'에 머무르는 가운데 보험업계에서도 거품을 뺀 셀프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내에 처음 등장한 온라인생명보험사, 교보라이프플래닛은 그래서 더 눈길을 끈다. 보험설계사(FP)를 통한 판매 없이 고객이 순수하게 온라인에서 상품을 직접 선택하고 설계토록 했다. 현재 대다수 생명보험사들이 온라인에서 보험을 판매하고 있지만 온라인으로만 판매하는 경우는 교보라이프플래닛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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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라이프플래닛의 지난해 12월 첫달 판매 건수는 약 500건. '절대적으로' 많은 판매 건수는 아니지만 앞서 온라인보험사이트를 오픈한 한화생명(온슈어)과 삼성생명(인터넷보험라운지)의 누적 판매 건수를 앞지르는 성과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설계사 조직을 운영하면 보험료가 비싸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온라인으로만 판매하는 보험과 온라인으로도 판매하는 보험의 차이는 크다"고 말했다.
현재 교보라이프플래닛에서 판매하는 보험은 4가지. 사망보장을 위한 정기보험과 종신보험, 노후자금 마련을 위한 연금저축과 연금보험 등이다. 이들 상품은 셀프 설계가 가능하도록 '단순한 구성'을 자랑한다. 군더더기 특약이 없다.
이 회사 상품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정기보험의 경우 원하는 사망보장 금액(1억~5억9000만원)을 지정한 후 보험료 납입기간(10·20년)과 보장기간(10년·20년·60세·80세 등)만 선택하면 설계가 간단히 끝난다.
그렇다면 가격 경쟁력은 어떨까. 기자의 나이인 만 39세(여)로 직접 설계해봤다. '20년 보장, 20년 납입, 사망 시 1억원 보험금'을 조건으로 설계를 해보니 매월 보험료는 1만1700원(비흡연자 기준)이 나왔다. 현재 기자가 가입돼 있는 사망 시 1억원 보장이 되는 타사 5년짜리 정기보험의 보험료가 월 5만원이 넘는 것과 비교할 때 부담이 '훨씬' 적었다. 다만 현재 가입된 정기보험에는 주요 성인병 보장 등 특약이 포함된 것인데 라이프플래닛의 상품은 오로지 주계약인 사망보장만 담을 수 있다는 게 차이점이다.
송승용 희망재무설계 이사는 "사망보장이 주요 니즈라면 라이프플래닛의 상품이 보험료 대비 가격 매력도가 높다"고 말했다. 교보라이프플래닛 측은 기존 오프라인 보험 대비 최고 30%의 보험료 절감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금보험도 가격 경쟁력이 돋보인다. 송 이사는 "연금보험은 보통 가입 후 6~7년이 지나지 않으면 해약 시 상당액의 원금 손실을 입게 되는데, 교보라이프플래닛의 연금보험은 가입 후 1년 이내에 해약해도 납입금의 90% 이상을 돌려주는 구조가 돋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고객이 직접 알아보고 가입해야 하는 온라인보험의 특성상 보험에 대한 기본 '개념'을 이해하고 있는 이들에게 셀프설계를 권한다. 송 이사는 "온라인을 통한 셀프 설계상품이 가격 경쟁력이 있다 해도 자칫 불필요한 보장을 담게 되면 보험료 절약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정보 전문사이트인 모네타의 강세훈 보험전문가는 "그간 온라인에서 직접 설계하는 상품의 보험료가 낮음에도 소비자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했던 이유는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처럼 보장내용과 보장금액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가입 전 기존 가입보험을 먼저 살펴보고 추가로 필요한 보장 수준을 따져본 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