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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공=월간 외식경영 |
2012년 채널A ‘이영돈의 먹거리 X파일’에서 100% 메밀을 사용하는 착한 식당이 소개됐다.
그 식당은 유백색 메밀가루를 반죽해서 면을 뽑았다. 기존 메밀국수의 색이 흑갈색이라는 고정된 이미지를 뒤엎는 내용이었다.
당시 먹거리 X파일에서는 대부분 메밀 국숫집들이 원가절감을 위해 중국에서 수입한 태운 곡식 가루를 막국수와 소바에 일부 넣어서 쓴다고 방송했다.
이후 막국수와 소바 등에 유백색을 띤 메밀국수에 대한 니즈가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겉껍질을 완전히 제거한 메밀은 유백색이라는 사실이다.
◇ 보릿가루 태워 쓰는 비양심 업소 수두룩
메밀 색을 놓고 진짜와 가짜를 운운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부분 막국수·소바집에서 내고 있는 진한 흑갈색 면은 메밀 함유량이 극히 낮다. 높은 메밀 원가 때문이다.
춘천막국수협의회 영농조합법인 홍웅기 대표에 따르면 현재 메밀가루는 20kg 기준 10만원 정도로, 2만원 선의 밀가루와 비교하면 5배가량 차이 난다. 겉껍질 포함한 기준으로 메밀은 1kg당 5000원, 중국산은 1kg당 2000원 정도다.
홍 대표는 “메밀은 경작 환경에 따른 위험성이 커 단위면적 당 수확량 낮고 재배 시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대량 생산하는 농가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제분 시설이 잘 돼 있지 않는 등 밀가루에 비해 열악한 환경도 한몫 한다”며 “특히 2000년대 초 춘천막국수가 인기를 끌면서 체인점 등 매장이 늘어나다 보니 국내 생산분 메밀 수급에 한계가 생겼다”고 덧붙였다.
메밀 구매단가를 낮추기 위해 비양심적인 태도를 보이는 업소가 많이 생기는 이유다. 홍 대표는 “메밀 겉껍질을 분쇄해 밀가루와 전분을 섞어 쓰거나 중국의 볶은 메밀을 수입해 혼합 사용한 경우, 저렴한 보릿가루를 태워 섞어 쓰는 집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용을 줄이면서 일반인이 메밀 면 색으로 알고 있는 흑갈색으로 발색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든 식재료를 첨가하는 등 양심을 속이는 음식점에 현혹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 예전엔 흑갈색, 지금은 제분기술 발달로 유백색 가능
유백색 메밀 면 바람이 불고 있지만 아직까지 ‘메밀 면은 흑갈색’이라는 인식이 넓게 깔려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옛날 메밀 면이 흑갈색이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메밀껍질을 벗겨내고 제분하는 기술이나 시설이 부족했다. 강원도 홍천 <장원막국수> 정종문 대표는 “옛날에는 기계가 없다 보니 맷돌로 손수 껍질을 벗기고 가는 것이 전부였다”며 “작업이 세밀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껍질이 들어가다 보니 색이 거무튀튀하고 식감이 거칠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웅기 대표는 “메밀은 크기에 따라 20여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종류가 다양하다 보니 작은 크기는 껍질이 제거되지 않은 채 제분될 확률이 높다”며 “입자를 세밀하게 고르는 것 또한 시설 차이이기 때문에 환경이 열악한 곳에서는 겉 껍질 제거가 완벽하게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요즘도 매장에서 맷돌을 사용해 제분하는 곳이 있는데 그럴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인 곳이 강원도 인제의 <전씨네 막국수>와 부산의 <면옥향천>이다. 면발에 거무튀튀한 메밀껍질 입자가 보이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면옥향천> 김정영 대표는 “메밀 제분기술이 발달한 것은 최근”이라며 “그 전에는 껍질째 맷돌에 넣어 제분했기 때문에 알맹이가 잔 것은 껍질째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초창기 메밀국수는 검은 게 주류고, 메밀의 녹색부분까지 날려버리고 속에 있는 배아 부분만 쓰면 순백색의 면도 뽑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기술 개발로 기계가 점차 정밀해지고 성능이 좋아 흰색에 가까운 유백색 메밀 면을 낼 수 있다는 것이 막국수 음식점 대표들의 공통된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