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칼럼] 공포에 사서 탐욕에 팔아라
최근 투자자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개인이든 기관이든 주식시장에 큰 두려움을 갖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요즘처럼 단기간에 급락한 적은 오랜만에 겪은 데다 믿었던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들이 더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개인들은 본인 자산이 줄어든 것에 공포를 느끼고 기관투자가들은 관리하는 자산의 수익률 하락과 더불어 연말 평가에 대한 두려움으로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물론 필자도 고객이 보유한 주식이나 상품의 수익률을 살펴볼 때 이번 하락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 주가, '내재가치'를 봐야

지금 중요한 점은 “나의 투자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위험자산 비중을 얼마로 조절할 것인가”다. 위험한 시기라 판단하고 위험자산의 비중을 줄일지,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하며 적극적으로 늘릴지, 그도 아니면 관망할지 결정해야 한다. 투자자 중에는 하락 시 손실이 확정될 것이라는 두려움에 관망으로 대응하다가 큰 폭의 하락이 오면 투매하는 이들이 많다.

주식시장은 탐욕과 공포가 상존하는 곳이다. 주가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바로 돈을 벌려는 인간의 욕심이다. 그러다 보니 오르는 주식은 한없이 오를 것 같고 하락하는 주식은 끊임없이 떨어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요즘처럼 주식시장이 하락하면 투자자들의 비이성적 감정이 극에 달하고 이는 가격변동성을 더 크게 키운다. 그렇게 커진 변동성 때문에 투자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갈팡질팡하다가 무리수를 두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장기적으로 주가는 기업의 내재가치에 수렴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기업의 내재가치에 대한 판단이 선행돼야 주가의 본질을 볼 수 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투자철학에도 이 같은 내용이 잘 나타난다. “공포에 사서 탐욕에 팔라”는 것이다. 주식시장이 공포의 대상일 때 주식을 사고 탐욕의 대상일 때 주식을 팔라는 얘기다.

과거 S&P(스탠다드 앤 푸어스)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내리자 세계 증시는 급락했다. 이 시기에 버핏은 “증시가 떨어질수록 나는 더 많이 산다”(포춘지)고 밝혔다. 아울러 “공포는 순간적으로 지나가지만 탐욕은 느리고 오래 간다”, “현재 시장은 공포에 질려 있다”고도 말했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고 시세를 통해 주가의 본질을 예측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주식이 오르면 사고 싶고 떨어지면 팔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시각을 바꿔 주식을 투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달라질 수 있다. 필자는 가치투자자가 아니지만 기업의 본질을 파악하고 적정한 가치가 있는 기업을 싸게 사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

주가가 급락하는 시기를 “혹시 전세계가 망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두려움으로 보내기보다는 “평소 사고 싶었던 주식이 바겐세일을 하는구나. 무엇을 살까”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떨까.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필자도 여러번 시행착오를 거쳤다. 깊게 고민하며 냉정하게 투자하자고 결심했지만 실제로는 시장상황이나 탐욕에 휘둘려 무리하게 투자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고수칼럼] 공포에 사서 탐욕에 팔아라

 
◆ 리스크 줄이려면 시장을 사라

공포스러운 시간일수록 이를 기회로 잘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타이밍과 종목선정에 대한 리스크는 항상 존재하는 만큼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나 주식에 투자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펀드에 투자한다면 적립식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겠고, 주식을 산다면 여러 종목에 대해 기간을 길게(3∼6개월) 잡고 나눠서 사는 것이 좋다. 만약 이와 같은 투자가 거추장스럽다면 상장지수펀드(ETF)나 분할매수상품을 활용해 시장 전체를 분할로 사는 것이 유리하겠다. 하락할 때마다 분할로 매수하는 만큼 추가하락에 대한 타격도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ETF 분할매수상품은 종목선정과 타이밍이라는 두가지 리스크에 대한 투자자의 고민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상품이다. 자산가들이 주식비중을 늘리는 데 많이 활용된다. 이 상품의 가장 핵심적인 전략은 타이밍 리스크 해결을 위해 분할매수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지수 상승 시 몇%를 매수하고 하락 시 몇%를 매수한다는 규칙을 정해놓고 분할매수함으로써 특정가격에 고정되는 리스크를 회피한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직접투자 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추격매수로 인한 불필요한 손실과 투자시점에 대한 고민을 줄일 수 있다.

종목선정에 대한 어려움은 상장된 코스피를 모방한 ETF를 매수하기 때문에 해결된다. ETF란 지수연동형펀드로 거래소에 상장돼 일반주식처럼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다. ETF에 투자하면 어떤 기업에 투자해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어진다. 단순히 코스피가 오를지 떨어질지에 대한 고민만 하면 되는데 이 고민 역시 이미 설명한 분할매수를 통해 자연스레 가격 리스크를 줄이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이밖에 원금보장형 ELB(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 투자도 고려해볼 만하다. ELB는 원금보장형이기 때문에 위험이 적고 약정조건에 따라 추가수익을 올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투자액의 90%는 안정적인 채권 등에 투자하고 나머지 10%는 주식 등에 투자하는 구조다. 만기 시 원금을 그대로 돌려받으면서도 조건을 달성하면 목표한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정기예금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원하고 주식 등 금융투자상품보다는 리스크가 낮은 투자를 원하는 고객이 주로 찾는다.

ELB의 인기가 급상승하며 ELB를 활용한 다양한 금융투자상품들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롱숏ELB’는 원금보장형 주가연계증권(ELS)과 롱숏펀드의 장점을 더한 상품으로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에게 적합하다. 현재 코스피지수가 상당히 떨어진 만큼 ELB상품 가입을 고려할 만한 시기라고 판단된다. 단, ELB는 중도 해지할 경우 손실이 발생하므로 장기적인 투자를 고려한 사람에게 적합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