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 고유명절인 설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설이 되면 각 가정의 주부들은 차례상을 준비하기 위해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등에서 장을 보느라 분주하다.
과거 전통시장은 대형마트에 상권이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대부분의 고객은 교통시설 및 편리성이 최적화된 대형마트로 발걸음을 돌렸고 전통시장을 찾는 발길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이에 전통시장은 몰락기에 접어든 것처럼 보였다. 일각에서는 “전통시장의 미래는 없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 상인들은 좌절하지 않고 각 시장별로 특화된 상품을 개발하며 경쟁력을 키워나갔다. 그 결과 이제는 전통시장이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이 같은 전통시장의 상승세를 곁에서 물심양면으로 돕는 이들이 있다. 전통시장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고객을 돕기 위해 각 시장별로 매니저가 채용된 것을 비롯해 장을 보는 동안 아이를 돌보는 수고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시장 내 장난감도서관도 생겼다. 또 지역 내 시장만의 특색을 발굴해내는 마을기업이 등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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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한별 기자 |
◆매니저 둔 전통시장, 연일 ‘함박웃음’
전통시장이 소비자의 외면을 받는 이유로는 시설의 노후화와 시장 내 상인 간 과열경쟁이 꼽힌다. 이 같은 점에 거부감을 느낀 고객들은 전통시장이 아닌 대형마트로 발걸음을 돌렸다.
이에 서울시는 시장 상인들의 의견을 한데 모으고 시장의 크고 작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45개 전통시장에서 50명의 ‘전통시장 매니저’를 운영했는데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전통시장에 매니저로 파견된 인력들은 그간 묵혀있던 시장의 애로사항을 앞장서서 개선했다. 또 자신이 근무하는 시장만의 특화상품을 개발해 시장 활성화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아현시장에서 매니저로 근무한 박태진씨(36)다. 박씨가 처음 매니저로 부임할 당시 아현시장은 주변에 대형마트가 들어서고 재개발로 3만세대에 이르던 다세대 주택이 떠나면서 쇠퇴기에 접어들었다. 그 결과 지난 2000년대 초반만 해도 230개에 육박했던 점포수는 지난해 초 150여개로 쪼그라들었다.
박씨는 시장매니저로 일하는 과정에서 손님과 상인의 발걸음을 모두 붙잡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강구했다. 우선 떠나가는 손님의 발길을 돌리기 위해 시장 내부시설 재정비에 나섰다. 아현시장 전역에 비가림막을 설치한 것은 물론 바닥포장 등 고객의 편의를 증대시키기 위한 시설현대화사업을 진행한 것.
또한 대형마트 휴무일에 진행하는 판촉행사 ‘전통시장 가는 날’사업 등을 진행하며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박씨는 “행사기획 당시에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으나 마을버스 광고와 신문 전단 등을 보고 시장을 찾는 고객이 점차 늘어나는 모습을 보며 커다란 성취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동시에 상인의 만족감을 높이기 위한 활동도 병행했다. 그는 아현시장에서 상인 맞춤교육 ‘주경야독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상인들 삶의 질적인 부분까지 세심하게 배려했다.
박씨뿐만 아니라 각 전통시장에서 활동한 대부분의 매니저들이 시장 상인들로부터 합격점을 받았다. 서울시가 제도 시행 1년을 맞아 최근 실시한 만족도 조사결과 50명 중 49명의 매니저가 상인들로부터 ‘시장 이용객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됐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서울시는 이 같은 긍정적 효과에 힘입어 올해에도 51명의 전통시장 매니저를 선발, 운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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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한별 기자 |
◆전통시장 활성화 이끄는 마을기업
지역 내 시장만의 특색을 발굴해 시장의 부흥을 이끈 마을기업도 있다. 통인시장상인회가 운영하는 마을기업 ‘통인커뮤니티’가 그 주인공. 통인커뮤니티는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통인시장에서 ‘도시락카페’라는 이색서비스를 선보여 시장의 활성화를 이끌어 냈다.
도시락카페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외부 손님들을 끌어 모으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이를 위해 시장 내부에 위치한 고객지원센터를 ‘도시락카페’로 탈바꿈시켜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특이한 점은 도시락카페에서 즐길 도시락 반찬을 구입하기 위해선 현금을 엽전으로 바꿔 상인에게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엽전을 통해 반찬가게에서 먹고 싶은 음식을 구입한 뒤 도시락을 만들어 먹으면 된다.
이 같은 통인시장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는 고객에게 편의성과 독창성을 동시에 제공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덕분에 쇠퇴기를 걷던 통인시장은 순식간에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통인커뮤니티 관계자는 “통인시장 상인회의 통인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는 지금도 진행 중”이라며 “앞으로도 시장발전을 위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이와 와도 부담 없는 ‘장난감도서관’
최근에는 장을 보는 와중에 자녀를 돌보는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전통시장 내에 장난감도서관이 등장했다. 한 기업이 전통시장 안에 저렴한 장난감도서관을 마련, 전통시장 활성화에 적극 동참한 것.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안양관양시장에 희망장난감도서관을 오픈한 데 이어 지난 1월30일에는 2호관인 안동구시장 장난감도서관을 개관했다. 희망장난감도서관은 고가의 장난감을 7세 이하 아동에게 저렴한 가격에 빌려주고 부모가 장을 보는 동안 아이를 돌봐주는 복합놀이공간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로 하여금 아이와 함께 시장을 방문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가족단위의 손님을 시장으로 불러들이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는 올해 20여개로 희망장난감도서관을 늘릴 예정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설 합본호(제370·37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