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한국 언론계는 ‘몽니’로 시작해 ‘몽니’로 끝났다고 했을 정도로, ‘몽니’라는 단어가 열풍이었다. 그 당시, 국무총리였던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가 대중의 언어생활에서 거의 자취를 감췄던 ‘몽니’라는 단어를 부활시켰다. 이후 언론뿐만 아니라 국민들은 ‘몽니’를 즐겨 사용하고 있다.
<"몽니도 배알도 함부로 부릴 일은 아니다. 하물며 전직 대통령이 배알을 부리고 현직 국무총리가 몽니를 부린다면 나라가 부끄럽고 국민이 딱하다" 1999년 4월 12일치, 중앙일보 6면 칼럼 '횡설수설'의 한 구절.>
“군대에서 신문을 보다가 정치면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관련 기사를 봤다. 이때 ‘몽니’라는 단어를 처음 알았다. ‘몽니’라는 단어는 길가다가 귀엽고 예쁘게 생긴 여자 아이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몽니(음흉하고 심술궂게 욕심 부리는 성질)’가 부정적인 의미지만 내게는 느낌이 좋았다.”
15년 전 ‘몽니’라는 단어처럼 대중에게 록밴드 ‘몽니’는 생소하다. 하지만 인디와 밴드계에서 몽니는 수많은 팬들을 몰고 다닐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또 2012년 KBS2 ‘TOP밴드 2’에서 대중에게 처음으로 이름을 알렸고, 올해 MBC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면서 ‘몽니’라는 단어를 한 번 더 각인시켰다.
이제는 ‘몽니’라는 단어가 정치계가 아닌 대중 음악계에서 열풍을 일으키지 않을까. 모던 락 분야에서만은 철저하게 ‘몽니’를 부릴 것 같은 락밴드 ‘몽니’를 서울시 합정동에 위치한 카페 ‘프로젝트 아담’에서 만났다. (‘몽니’의 사전적 의미와 ‘락’은 묘하게 들어맞는다.)
이날 드럼을 담당하는 정훈태 씨가 제대했다. 몽니가 완전체가 되던 날이었다. 하지만 이제 막 제대한 탓에 보컬 김신의, 기타 공태우, 베이스 이인경만 인터뷰에 임했다.
몽니 : (나가수 측에서 섭외가 들어왔을 때)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컸다. 첫 출연에 바로 탈락할까봐 두려웠다. 전에 출연했던 ‘국카스텐(Guckkasten)’은 내가 봐도 괴물 같은 그룹이다. 몽니가 출연해 국카스텐을 뛰어넘기보다는 그들만큼 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었다. 제작진 역시 국가스텐의 성공을 보고 밴드 그룹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한 마디로, 나가수 출연은 ‘악마의 유혹’ 같았다. 나가수에 나가면 인지도는 보장되지만 반대로 부정적인 의견도 나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알다시피, 국내에서 밴드가 방송 출연하는 것은 엄청난 기회다. 그래서 나가수 출연은 마치 악마의 속삼임으로 들렸다. 그런데 이것도 우리가 넘어야 할 산이라고 생각해 받아들였다. ‘모 아니면 도’라는 생각이었다. (출연을 결정하기로 한 후 일주일 밖에 준비할 시간이 없어서 안타까웠다.)
Q. ‘나가수’에 출연한 것에 대한 후회가 없었나. 첫 경연 때 故 김현식의 ‘사랑사랑사랑’을 불러 7위를 했다. 어려운 선곡이지 않았나.
몽니 : 첫 경연 때 7위를 하고 두 번째에는 ‘꼴찌는 면하자’라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이왕 떨어지더라도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두 번째에서는 5위를 해 기분은 좋았다. 우리에게는 기라성 같은 가수 분들과 무대에 같이 서게 된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
1차 경연이 끝나고 도현(윤도현)이 형한테서 연락이 왔다. 웬만하면 ‘사랑사랑사랑’은 ‘가수들도 피하는 곡이다’라고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가수에게 맞는 선곡은 아니었다.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출연 자체가 즐거웠다.
몽니 : 당시 시즌1과 달리 탑밴드 제작진은 프로 밴드 참여를 독려했다. 그런데 인디 밴드들이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때 몽니가 처음으로 지원했다. 그 이후부터 주변 인디밴드들이 지원하기 시작했다. 4강까지 진출한 장미여관도.
탑밴드2에 대한민국에서 이름 좀 알린다는 밴드들은 다 나온 것 같다. 모든 밴드가 1등을 목표로 한 것처럼 우리도 1등이 최종 목표였다. 아쉽게도 우승은 못했지만 준우승까지 가게 돼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시고 우리에게는 좋은 기회였다.
Q. 탑밴드2에 같이 출연했던 ‘장미여관’ 육중완이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다.
김신의 : 장미여관은 탑밴드2에서 인연을 맺고 알고 지낸다. 간혹 ‘장미여관(육중완)이 잘 되고 있어서 배 아프지 않냐?’라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 중완이는 준비된 자라고 말하고 싶다. 중완이는 본래부터 성품이 좋다. TV에서 나오는 서글서글하고 꾸밈없는 성격은 자기 삶 그대로다. 방송에 나오면서 더 좋아진 것 같다.
Q. 탑밴드2 출연 이후에 대중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고 싶은 욕심은 없었나. 만약 TV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싶다면 어디에 출연하고 싶나.
몽니 : 솔직히 조금 더 대중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고 싶지만 음악 관련된 프로그램이 아니라면 TV 출연은 자제하고 싶지 않다. (라디오 스타는?) ‘라디오스타’ 같은 프로그램은 나가면 재미 있을 것 같다. 라디오스타는 즐겨 보는 프로그램인데 재미없는 조합을 가져다 놔도 재밌어지는 것 같다. (무한도전 가요제는?) 무한도전 가요제는 불러만 주시면 가겠다. 또 EBS 다큐프로그램도 좋다.(웃음)
Q. 배우 강하늘 씨가 인터뷰에서 몽니 팬이라고 했다.
몽니 : 우리도 강하늘 씨 팬이다. 영화 ‘스물’ 봤는데 연기를 너무 잘하시더라. 몽니 콘서트에 게스트로 꼭 초청하고 싶다. 영화 ‘쎄시봉’에서 노래도 잘하시던데 같이 무대를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언제든 연락주시면 환영하겠다.
김신의 : 넬? 넬을 뛰어넘겠다는 게 아니라 넬이 가지고 있는 매력, 두꺼운 팬층에 박수쳐 주고 싶다. 넬은 넬만의 확고한 색이 있다. 그 색을 만들어낸 자체가 굉장히 높게 평가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몽니도 초창기에 넬이랑 비슷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래서 몇 년동안 넬 음악을 좋아하면서 듣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넬의 냄새가 났던 것 같다.
Q. 몽니만의 음악적 색깔은.
몽니 : 지금은 어느 정도 몽니만의 색깔이 정해진 것 같다. ‘희로애락’이 다 들어 있는 음악, 즉 일기장 같은 음악이다. 음악에 인생의 이야기들이 한 페이지씩 일기장처럼 녹아들었다. 그래서 몽니의 자작곡들은 하나의 일기장 같다. 억지로 꾸며 쓴 곡이 없다.
Q. 10년 동안 몽니에게도 많은 곡들이 있는데, 몽니가 특별히 아끼는 곡이 있다면. 몽니를 알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곡은.
김신의 : 1집 타이틀곡인 ‘소나기’를 추천하고 싶다. 내 경험담을 담은 곡이다. 20대 초 정말 좋아했던 여자가 있었다. 집에 찾아가 그 여자에게 좋아한다고 사귀자고 고백했는데 ‘안 된다’라는 말도 아니고 ‘안 될 것 같다’라는 대답을 들었다. 그래서 슬퍼하고 있었는데 3개월 후에 그녀가 죽었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그녀는 ‘난치병’ 비슷한 것을 앓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고백했을 때 ‘안 될 것 같다’라고 한 것 같다. 그때 태어나서 가장 많이 울었다. 진짜 사랑을 깊이 했더라면 그렇게 슬프지 않았을 텐데, 시작도 전에 사랑을 거부한 그녀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졌다. 이 곡은 소나기가 한 번 지나가고 간 듯한 느낌의 곡이다.
몽니 : 원제는 ‘비 오는 날’이었다. 그런데 주변의 권유로 ‘봄비’로 제목을 변경했다. ‘봄’에는 발랄한 노래만 쏟아지는 것 같다. 누구나 봄 하면 새 학기, 새 마음, 새 출발을 생각하지만 봄이라고 해서 모든 것이 행복하고 즐거운 것은 아닌 것 같다. 이번에 발매한 ‘봄비’는 비 오는 날 많은 사람들의 쓰라린 기억들을 생각해 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Q. 몽니의 앞 날은.
몽니 : 올해가 데뷔 10주년이 되는 해다. 또 드러머가 군대에서 제대해 완전체가 됐다. 10주년 공연을 할 예정이다. 또 베스트 앨범을 계획하고 있다. 올해는 무엇보다 영화 음악 작업을 많이 할 것 같다. 뮤지컬,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꾸준히 음악을 하고 싶다. 장작불처럼 오랫동안 타오르는 밴드가 되고 싶다.
Q. 몽니 팬들에게 한 마디.
몽니 : 늘 공연마다 환호를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다. 팬클럽 이름은 인놈(몽니 영어 단어 거꾸러 하면)인데, 같이 곱게 늙어가자. 또 늘 몽니 멤버들 생일이 있는 9월과 12월에 100분 정도 신청을 받아서 공연도 하고, 게임도 하고 토크도 하는데 올해도 같이 재밌게 놀자. (직탬도 찍어주시고 트위터, 페이스북 공유도 많이 해주세요!)
<사진=이욱희 기자, MBC, 몽니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