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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머니투데이 |
“사람이 없어요. 일은 잔뜩 벌려놨는데 인력이 모자라 힘들어 죽겠습니다. 어디 일할 사람 좀 없을까요.”(A 중견건설사 임원의 말)
모처럼 부동산시장에 훈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중소형건설사들이 인력 충원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국내 부동산시장이 무너지면서 구조조정 등을 통해 몸집을 줄여 살아남은 수많은 중소형건설사들이 이제는 일을 하고 싶어도 사람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3일 주택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초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대림산업, 쌍용건설 등 대형건설사들을 비롯한 수많은 중소형 건설사들이 서로 앞 다퉈 인력채용에 나섰다. 하지만 대형건설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중소형 건설사들은 인력채용이 원활이 이뤄지지 않아 발을 구르고 있다. 더욱이 업친데 덥친격으로 많은 중소형건설사들은 기존 직원들마저 대형건설사에 빼앗기면서 현재 운영 중인 사업장 공사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는 분양시장이 최근 몇 년간 없었던 호황기를 맞으면서 건설사들이 앞 다퉈 신규 분양 물량을 쏟아내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부동산114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신규 분양 물량은 30만 가구가 넘는다. ▲서울 4만7767가구 ▲수도권 12만4768가구 ▲지방 12만8579가구다. 지난해보다 4만여 가구 늘어난 수치다. 수도권만 놓고 보면 작년의 두 배에 가깝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의 공공분양 물량을 합치면 40만 가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현재 수도권을 비롯한 지방 등 13개 사업장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중견건설사 A사는 최근 인력이 대형건설사로 대거 이탈하면서 각 사업장마다 전문 인력이 5~6명씩 부족한 실정이다. 때문에 공기를 맞추기 위해 지난 몇 달 동안 대부분의 직원들이 야간근무를 진행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달부터 신규로 들어가야 할 사업장이 5곳이 더 있지만 인력 수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A사 임원은 “인력 수급에 힘쓰고 있지만 대형건설사에 못 미치는 임금 등의 이유로 전문 인력 채용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며 “그렇다고 신입 직원을 채용하자니 언제 가르쳐서 현장에 파견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다”고 말했다.
이런 인력부족 현상은 지방 중견건설업체 B사도 마찬가지. B사는 현재 현장에 필요한 토목, 전기, 설비, 건축, 안전 등의 전문 인력을 충원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당장 인력을 보강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공기를 연장해야 할 판이다. B사 관계자는 “계속 채용 공고는 내고 있지만 마땅히 쓸 만한 전문 인력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임금을 상향해 인력을 모아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중소형건설사들의 인력난 배경엔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문 인력을 양성하지 못했던 게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당시 주택건설사는 미분양에 이은 자금난 악화로 줄도산이 이어졌고 일자리를 잃은 전문 인력은 상당수 업종을 전환했다. 여기에 건설경기 부진으로 신규 인력채용마저 이뤄지지 않아 경험 많은 전문 인력의 품귀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A사 임원은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하는 건데 인력이 부족해 현재의 부동산 시장 분위기를 놓칠까 우려된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