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에 때아닌 ‘자동차 구매시기’가 찾아왔다. 자동차업계는 통상 연식이 변경되는 연말에 대규모 할인 등 판촉행사를 실시하지만 올해는 그 시기가 반년이나 빨리 시작된 것이다.

내수시장에 수입차가 파이를 넓혀가며 경쟁을 심화시키는 데다 한국은행이 최근 기준금리를 1.5%로 인하하는 등 사상 최저수준의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무이자할부프로그램이 연이어 나오고 있어서다.

◆선수금 내면 무이자할부 혜택

현대자동차 아반떼.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 아반떼.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무이자할부를 통해 경쟁에 불을 지핀 것은 내수점유율 방어에 나선 현대자동차다. 현대차는 급격히 떨어지는 내수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지난달 주력모델을 대상으로 36개월 무이자할부프로그램을 실시했는데 이를 이달까지 연장했다. 아반떼를 구입할 경우 선수금 20%를 내면 36개월 무이자할부를 이용할 수 있다. 쏘나타 역시 선수금 20%를 지급하면 36개월 무이자할부 혜택 또는 50만원 할인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한국지엠 쉐보레 말리부. /사진=한국지엠 제공
한국지엠 쉐보레 말리부. /사진=한국지엠 제공

현대차는 이미 지난달 아반떼, 쏘나타 등 대표모델의 36개월 무이자할부프로그램을 통해 톡톡한 재미를 봤다. 5월 내수시장에서 쏘나타가 9495대 팔리면서 판매 1위 자리를 되찾아온 것.


내수시장 고전에 시달리는 한국지엠도 무이자할부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달 스파크, 크루즈, 말리부, 올란도, 캡티바 등 5개 차종 대상 무이자할부프로그램을 실시했던 한국GM은 이달까지 프로모션을 연장하기로 했다. 한국지엠은 이들 차종에 대해 선수금을 10~30%로 달리하면서 나머지 금액에 대한 무이자할부를 실시한다.

◆저금리·할인혜택으로 소비자 유혹

머지 업체는 저금리와 할인혜택 등을 제공하며 경쟁에 참여했다. 기아자동차는 승용차 ‘K시리즈’ 판매 활성화를 위해 최대 300만원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모닝과 스포티지에 대해서는 각각 50만~100만원의 할인혜택을 준다.

르노삼성은 주력차종인 SM3, SM5, SM7, QM5 구매고객에게 36개월 1.5% 저금리혜택을 제공한다. 일부 모델을 현금으로 구매할 경우엔 150만원을 할인한다.

쌍용차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군인·경찰·소방공무원 등이 렉스턴W, 코란도C, 코란도 스포츠 등을 구입할 경우 20만원 할인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최근 인기인 소형 SUV 티볼리도 10만원 할인혜택을 준다.


폭스바겐 티구안. /사진=폭스바겐 코리아 제공
폭스바겐 티구안. /사진=폭스바겐 코리아 제공

무이자할부 바람은 국산차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고급수입차의 대명사 포르쉐도 일부모델에 3년 무이자할부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지난달 3개 차종 7개 모델에 한해 무이자할부를 실시했던 폭스바겐은 이달 들어 6개 차종 11개 모델로 적용대상을 크게 늘렸다. 특히 수입차 베스트셀러 모델인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 골프 2.0 TDI 등에 대해 36개월 무이자할부를 실시하면서 최근 주춤했던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회복했다. 닛산도 이달 들어 쥬크, 알티마 등 대표 차종에 대해 12개월 무이자할부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할부금융사들은 시장금리에 자동차 할부금리를 연동시키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금융권 전반에 금리인하 기조가 나타나자 자동차업계가 먼저 무이자할부프로그램을 차량 판촉에 적극 이용하고 있다.

수입차업체 관계자는 “수입차 할부금융사는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국정부가 금리를 내렸다고 해서 직접적으로 할부금리를 내릴 수는 없다”며 “하지만 국내차업체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는 데다 소비자도 금리인하를 요구해 무이자할부를 실시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