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는 좋은데 잘 쓰고 있다가도 사용자 적다고 종료해버릴 것 같아서 이용해도 될지 고민이네요.” 김모씨는 최근 다음카카오가 출시한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 이용평가에 이 같은 의견을 남겼다. 플랫폼 자체에는 만족하지만 언제 서비스가 종료될지 몰라 불안감이 앞선다는 평가였다. 


김씨만이 아니다. 최근 다음카카오 서비스 이용자 사이에선 이 같은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다음카카오가 올해 상반기에만 5개가 넘는 신규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다음카카오의 합병 이후 기존 서비스를 연달아 폐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뉴스1 신웅수 기자
/사진=뉴스1 신웅수 기자

◆잇단 종료, 신뢰도 하락 불가피
지난 6월 초 다음카카오 측으로 항의가 빗발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음카카오가 같은달 1일 문서 저장소 ‘다음 클라우드’ 서비스 종료를 발표하면서 이용자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진 것이다. 당시 회사는 “빠르게 변화하는 치열한 시장 환경에서 다음 클라우드는 오픈 후부터 오랜 기간 동안 서비스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깊은 논의를 계속해왔다”면서 “지금의 모습으로 서비스를 유지하기에는 어려움이 크다는 결론에 다다랐다”고 종료 사유를 전했다.

지난 5년간 다음 클라우드서비스를 이용해 온 1140만 사용자에겐 갑작스런 소식이었다. 이용자들은 “잘 쓰고 있던 서비스를 갑자기 종료하는 이유를 도통 알 수 없다”며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3년 동안 클라우드서비스를 이용한 최모씨(29)는 “50GB를 언제 다 받아서 옮길지 갑갑하다”면서 “차라리 유료로라도 전환하면 안 되겠냐”고 하소연했다.


다음카카오를 향한 성난 민심은 다음과 카카오가 지난해 10월 한 회사로 합병한 이후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다음카카오가 ‘모바일 라이프 플랫폼’을 선도하는 기업을 선언하면서 각사에서 진행한 서비스 중 중복되거나 사업방향에 맞지 않는 경우, 또 이용자가 많지 않는 경우 등에 따라 서비스 철수에 나선 것이다. 올해 들어 다음카카오가 사업 종료 또는 계획을 밝힌 것만 다음 클라우드를 포함해 7건에 이른다.

어린이 전용서비스 ‘키즈짱’이 지난 5월19일 문을 닫았으며, 음악재생서비스 ‘다음뮤직’과 모바일 쇼핑앱 ‘카카오픽’ 등이 6월30일자로 종료됐다. 특히 많은 이용자들이 사용했던 메신저 ‘마이피플’ 또한 국민메신저 ‘카카오톡’과의 중복 서비스란 점에서 이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밖에도 모바일 뉴스서비스 ‘카카오토픽’이 오는 8월31일, 일정관리서비스 ‘다음캘린더’는 오는 9월1일 서비스 종료를 앞두고 있다.

다음카카오는 해당 서비스들의 종료에 대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며 이용자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을 사과했다. 이어 “선택과 집중을 통해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혁신을 계속 이끌어갈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해당서비스들은) 많은 이용자의 사랑을 받아 왔지만 상당한 시간 동안 서비스에 역량을 집중하지 못해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상황과 사용자 요구에 충분히 대응치 못했다는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다음카카오, '출시와 철수 사이'
다음카카오, '출시와 철수 사이'

◆신규 출시, 이용자는 '노심초사' 
마이피플, 다음뮤직, 카카오픽이 사라진 6월30일, 다음카카오는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 내에서 바로 검색이 가능한 ‘샵(#)검색’을 출시하면서 “기존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에서 찾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겠다”고 공표했다. 

같은날 다음카카오는 새로운 모바일 콘텐츠인 ‘채널’ 또한 대대적으로 오픈했다. 채널이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안에 포털을 만든 것으로 ‘모바일 콘텐츠 허브’로 불린다. 뉴스를 비롯해 연예, 스포츠, 패션·뷰티, 동영상, 웹툰 등 사용자 관심사 기반의 콘텐츠를 카카오톡 내에서 바로 이용할 수 있다. 서비스 분야가 겹친 카카오토픽의 종료 이유이기도 하다.

서비스의 엇갈린 명암은 이뿐만이 아니다. 모바일 소셜 영상서비스인 ‘카카오TV’와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 모바일 블로그서비스 ‘플레인’까지 지난 4~5월 두달 사이에 굵직굵직한 서비스들이 연달아 탄생했다.


문제는 서비스 종료가 잇따르면서 신규 사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신규 서비스 역시 언젠가 종료될 것이란 우려 때문에 다음카카오의 서비스 이용이 겁난다는 이용자들이 상당수다. 벌써 7년째 ‘다음 카페’를 사용한다는 박모씨(31)는 “다음 카페도 언젠가 사라지는 게 아닐까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기존 사용자한테 신뢰를 잃고 신규 서비스에 얼마나 많은 이용자들이 확신을 가질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다음카카오 측은 ‘선택과 집중’이란 방향성에 따른 결정으로 올해 3분기까지는 서비스 종료와 출시가 계속될 것이란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 서비스를 유지하고 보수하는 작업보다 신규서비스를 통해 변화하는 것이 혁신이라고 판단했다”며 “다음카카오뿐 아니라 구글 등 모바일 플랫폼 사업자라면 이러한 사업전략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단 "종료에 따른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앞으로 더 나은 서비스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