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내내 온화하고 고요하게 불어오는 ‘무역풍’을 뜻하는 그 이름 때문일까. 폭스바겐의 중형세단 파사트는 국내시장에서 큰 부침없이 꾸준한 인기를 얻어온 대표적인 중형 세단으로 평가받는다.


1973년 출시된 파사트는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1500만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다. 국내시장에는 지난 2005년 6세대 모델로 출시해 당시 전무하던 중형 디젤 세단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도 받았다. 

현재 국내에 판매 중인 파사트는 7세대 모델. 독일에서 8세대 신형 모델 출시를 앞둔 상황에서도 파사트의 2.0 TDI 모델은 지난 1~5월 한국시장에서 1962대라는 견고한 판매실적을 올렸다.


[시승기] 그 이름처럼… 질리지 않는다

◆고지식한 외관, 최고의 실내공간
외관은 전체적으로 ‘고지식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정돈된 모습이다. 하지만 호불호가 많이 갈리지 않을 디자인이다.


지난 2010년까지 출시된 6세대 파사트의 모습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지난 2012년 이후 출시된 파사트를 보고 같은 차라고 생각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기자 역시 그랬다. 디자인의 변화가 컸던 이유도 있지만, 일단 동급이라고 보기엔 차체가 너무 길다. 

길어진 차체는 파사트의 외관을 훨씬 무겁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바꿔놨다.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을 수평으로 길게 배치해 전폭도 훨씬 넓어진 것처럼 느껴진다. 뒷 모습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6세대와 7세대의 차이가 이렇게 큰 것은 7세대 모델부터 미국 테네시주에서 생산한 북미형 모델이 국내에 수입됐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은 중형세단의 격전지로 손꼽히는 미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새로운 모델의 콘셉트 방향을 설정하고, 독일 고유의 기술과 스타일링을 접목시켰다. 때문에 실용성을 강조하는 폭스바겐의 철학에 ‘미국 방식’의 실용주의가 가미됐다는 호평을 받는다.


패밀리세단으로서 실내공간이 전세대에 비해 혁신적으로 커진 것도 장점이다. 2010년형 6세대 모델의 전장은 4765mm, 기자가 탑승한 2015년형 모델의 전장은 4870mm로 115mm가 길어졌다. 전장의 증가는 오롯이 실내공간에 반영됐다. 흔히 실내공간을 좌우한다고 말하는 축간거리가 95mm 길어진 것.

그 덕에 키가 큰 기자도 뒷자리에서 다리를 편하게 뻗을 수 있을 만큼 실내공간이 넓어졌다. 레그룸만 본다면 기자가 경험한 2000cc급 세단 중 가장 넓은 수준이다. 뒷좌석 헤드룸은 허리를 세우고 앉으면 그리 넉넉하지는 않다.

트렁크 역시 용량이 529ℓ로 굉장히 넓은 편. 웬만한 SUV와 비슷한 수준이다. 뒷 좌석을 접으면 공간을 2배 이상으로 확장할 수 있다. 또한 뒷 좌석 팔걸이를 탈착하면 트렁크와 연결돼 뒷 좌석에 탑승한 상태에서 트렁크에 간단한 짐을 실을 수 있다.

내부 디자인은 수많은 디자인 요소들이 집약된 모습이다. 센터페시아 디자인은 다른 폭스바겐의 차량들과 거의 동일하다. 우드패턴의 내장재로 둘러싸인 센터페시아와 아날로그 시계는 꽤나 조화로운 느낌을 준다.

내장재 중 가장 기자의 맘에 들었던 것은 시트다. 가죽과 ‘다이나미카’ 재질로 마감된 버킷시트는 장시간의 운전에도 하체와 허리를 탄탄히 잡아줬다.


[시승기] 그 이름처럼… 질리지 않는다

◆연비는 '굿'… 선택옵션 부족은 흠
기자가 시승한 파사트 2.0 TDI 모델은 차체가 커졌음에도 뛰어난 연비를 보였다. 공인연비는 복합연비 기준 리터당 14.6km(도심 12.6km/ℓ, 고속도로 17.9km/ℓ)다. 시승 기간 동안 계기판에 표시되는 실시간 연비를 틈틈이 확인한 결과 고속구간에서는 최대 20km/ℓ를 상회했고 꽉 막힌 도심구간에서도 12km/ℓ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연비운전에 취약한 기자의 운전스타일을 감안하면 꽤 훌륭한 편이다.

하지만 동급 디젤 세단에 비해 가속성능은 조금 부족한 듯했다. 주행 중 가속감은 좋으나 정지상태에서의 가속은 반응이 다소 굼떴다. 시속 120km에 근접할 때까지는 막힘없는 가속을 보인다. 주행중 기어를 ‘S’에 놓으면 조금 더 다이나믹한 운전을 할 수 있다.

드라이빙보다는 패밀리 세단에 집중한 세팅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만족할 수 있는 '달리기' 능력이다. 파사트에 탑재된 2세대 2.0 TDI 엔진은 4200rpm구간에서 140마력의 최대출력을, 1750~2500rpm에서는 32.6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스티어링 휠은 저속에서는 상당히 부드럽다가 속도를 높이면 단단한 느낌으로 변한다. 스티어링 휠이 다소 얇은 편인데 기자에게는 특별히 불편하지 않았다. 앞 좌석과 뒷 좌석 모두 승차감은 좋았다. 울렁임이 적은 데다 워낙 실내공간이 넓어 쾌적한 느낌이 강했다.

단점을 찾자면 소음을 지적할 수 있겠다. 최근 출시되는 디젤세단들과 비교하면 엔진음이 큰 편이다. 가속페달을 밟아 rpm을 높이면 소음은 실내로도 유입된다. 고속주행시의 노면소음도 상당하다.

또한 프리미엄급의 다양한 편의사항에 익숙한 운전자라면 단출한(?) 옵션이 불만일 수 있다. 핵심적인 것은 모두 적용됐지만 다양한 선택사양이 추가되는 국산차량이나 프리미엄급 차량과 비교하면 편의사양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굳이 파사트에 대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을 찾자면 이 부분을 지적할 수 있겠다. 특히 최근 동급의 세단에 적용되는 주차 지원 기능 등에 많이 의존하는 운전자라면 더 아쉽게 느껴질 것 같다.

다만 다양한 편의사양보다 기본에 충실한 패밀리세단을 원한다면 3970만원의 가격이 아깝지 않을 자동차인 것만은 확실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