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이 이 회사의 주식가치는 계속 떨어졌다. 지난 7월7일 유상증자에 나서며 평가받은 IBK투자증권의 주당 가치는 5022원으로 일반투자자에게 공모했던 6500원에 비해 20% 이상 떨어졌다. 심지어 장외시장에서는 3000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서 거래돼 손실 폭이 더 크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IBK투자증권은 구체적인 상장계획을 세우지 않고 이를 차일피일 미뤄 투자자의 근심이 늘고 있다.
◆ 빛바랜 약속, 상장은 저 멀리
IBK투자증권은 지난 2008년 5월 IBK기업은행의 자회사로 설립됐다. 주당 5000원에 총 6000만주를 발행하며 3000억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했고 자금은 모회사인 IBK기업은행이 전액 출자했다.
이로부터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09년 4월, IBK투자증권은 100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신주 1540만주를 주당 6500원에 모집한다는 것. 주당 가격은 IBK투자증권이 비상장법인이기 때문에 별도의 수요예측 과정 없이 평가기관의 공모가 산정방식을 통해 확정됐다. IBK투자증권은 증권발행실적보고서를 통해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된 자금은 글로벌 금융위기 및 경기침체로 자금난을 겪는 우량 중소기업의 자금지원 등에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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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점은 비상장법인인 IBK투자증권이 일반청약자를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했다는 점이다. 통상 상장되지 않은 주식은 거래가 원활하지 않아 기업가치를 즉각 반영하기 쉽지 않고 수익을 실현하기 힘들어 일반공모는 잘 이뤄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IBK투자증권은 1540만주 중 83%인 1278만여주를 일반청약자에게 배정하고 나머지 261만주를 우리사주로 배정했다.
IBK투자증권의 일반공모는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총 2146명의 일반투자자에게서 배정물량의 114.52%에 달하는 951억원가량이 모인 것. 모회사가 정부의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이라는 점도 있었지만 일반투자자의 마음을 빼앗은 것은 ‘2011년 상장목표’라는 임기영 당시 IBK투자증권 대표의 말이었다.
임 전 대표는 유상증자를 앞두고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내년(2010년) 업계 10위권, 2011년에는 업계 7~8위로 도약하는 전략을 세웠다”며 “규정에 따라 상장이 가능한 2011년 하반기에 상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장기투자할 경우 몇십퍼센트가 아닌 2~3배의 수익이 가능할 것”이라며 “또 10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는 비상장사로서 적은 규모가 아니기 때문에 상장 전이라도 장외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하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그의 공언(公言)은 바람 빠진 공언(空言)이 되고 말았다. 꾸준한 성장전망과는 달리 지난 2010회계연도(3월 결산·K-IFRS 기준)에 112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 2011년에는 그간 꾸준히 늘던 매출액 규모마저 300억원가량 줄며 적자기조를 이어갔다. 이에 따라 자본총계(3708억원)가 자본금인 3770억원보다 적은 자본잠식상태에 빠졌고 상장은 물거품이 됐다.
◆ 이익 나는 데도 상장계획 ‘無’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던 IBK투자증권은 지난 2012년부터 흑자로 돌아섰다. 투자자의 예수금이 증가하며 매출액이 늘고 영업비용은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에는 영업이익 76억원, 당기순이익 47억원을 기록하며 각각 전년대비 112.73%, 99.28% 증가했다. 이어 지난해에도 실적이 두배 이상 급증했고 올 상반기에만 지난해의 실적을 넘어서는 성과를 거뒀다.
자본잠식은 지난 2013년부터 해소됐고 지난달 17일 발표한 반기보고서 기준 이익잉여금은 293억원으로 자본총계가 4000억원 수준까지 올라섰다. 이 흐름이 이어진다면 올해에도 양호한 성적표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올해가 지나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요건에 한발 더 다가갈 전망이다. IBK투자증권은 상장요건 중 하나인 ‘최근 매출액 2000억원 이상’과 ‘최근 사업연도에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실현’을 이미 충족했다. 또 자기자본 1000억원 이상 법인이기 때문에 자기자본이익률(ROE)이 3%를 넘거나 순이익이 50억원을 넘어야 하는데 IBK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기준 ROE 3.08%를 달성했다.
그럼에도 IBK투자증권은 상장과 관련해 시기만 보고 있을 뿐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한 상태다.
신성호 IBK투자증권 대표는 지난해 10월 취임 간담회에서 “상장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이익을 얼마나 빠른 시일 내에 개선하는지에 달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3년 가까이 지속적인 흑자를 내는 상황에서도 상장 움직임이 없어 앞으로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르는 실정이다.
IBK투자증권 관계자는 “일반주주도 우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당연히 상장해야 한다”며 “다만 현재 장외시장에서 주당 3000원을 오르락내리락하는 상황에서 상장한다면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수익이 높아지고 업력이 쌓이거나 회사규모가 더 커지면 시장에서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며 “또 최근 증권주가 많이 오르긴 했지만 다른 업종에 비해 약하기 때문에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히려 상장을 하지 않아서 주가가 왜곡되는 측면이 많다는 지적이다. 실제 K-OTC시장에서 IBK투자증권의 일평균 거래량은 몇천주에 불과하다. 지난 4일의 경우 단 1주의 거래로 전일 대비 560원 급등하며 19.79%의 상승률을 보였다.
결국 상장이 불투명해지면서 일반투자자의 속만 타들어 가고 있다. 투자금이 반토막 난 상황에서 주가가 일정하지 않을뿐더러 거래도 거의 이뤄지지 않으니 투자금을 회수하기 힘들어서다.
IBK투자증권 주주동호회의 한 주주는 “정말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하며 개인의 돈을 갈취한 IBK는 금융기관의 생명과 같은 신뢰를 저버렸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또 다른 주주는 “거금 5000만원이나 청약했는데 벌써 몇년째 묶여 있다”며 “장외에서는 가격이 너무 하락해 현금화하지 못하고 이러다 휴지로 변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