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하남시 개발제한구역 '웰빙 둘레길' 일부(배알미동 169번지 일대)가 시의 졸속행정으로 망가지고 있다. 하남시가 예산을 투입해 지난 2012년 조성한 위례길이 개발논리에 마구 파헤쳐져 허리가 잘려나가는데도 규제는 커녕 이를 방치한 탓이다.

더구나 해당 토지의 소유주가 이교범 시장(63)의 초등학교 동창인 A(63)씨와 군대 동기이자 친구인 B씨(63)인 것으로 알려져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선 특혜 의혹까지 흘러나온다.


지난 2010년 위례길 복원을 위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이교범 경기 하남시장. /사진=뉴시스DB
지난 2010년 위례길 복원을 위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이교범 경기 하남시장. /사진=뉴시스DB

◆행정편의주의에 망가진 위례길


문제는 올해 2월 A씨가 수십년간 북한강 하천 주변에 방치되던 이 토지를 사들이면서 시작됐다. 이어 약 3개월 후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 8조와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19조 등에 따라 하남시 건축과의 문화재 표본조사가 진행돼 천혜의 백제유적이 훼손됐다.

해당 토지는 문화재가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이지만 문화재는 발견되지 않았고 시는 지난 7월 '영농을 위한 성토 및 석축설치' 명목으로 농지 개발을 허가했다. 그 무렵 B씨는 애초 지주인 A씨로부터 등기이전을 통해 이 토지를 반반씩 나눠 가졌다.

이후 이들이 본격적으로 개발을 시작하면서 위례길은 급속도로 제모습을 잃어갔다. 자연환경은 물론이고 시에서 위례길에 설치한 도미부인나루터 등도 훼손했다. 이를 보다 못한 인근 주민 김모씨(60)가 A·B씨를 공익건조물 파괴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려 준비하기도 했다.


/사진=머니위크 성동규 기자
/사진=머니위크 성동규 기자

그런데 김씨는 다소 황당한 이유로 고발을 포기해야 했다. 시에서 애초 토지주로부터 사용허가서를 받아놓지 않아 공익건조물에 해당하지 않는다(형법상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시 관계자가 만류했다는 것이다. 그는 "시가 직무유기를 해놓고 유적지를 파헤치는 자들을 두둔하는 이런 졸속 행정이 어디 있느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현장을 둘러본 환경 전문가는 "이 토지는 홍수를 대비한 '계획홍수위'를 규정한 하천법 제38호에 따르면 물이 흐르는 지역으로부터 높이 21.2m 이상이 돼야 개발할 수 있는데도 이 토지에 실제 석축 등을 쌓은 높이는 8~9m로 기준에 미치지 못해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그마저도 A·B씨는 시에서 허가받은 2m로 석축공사를 하지 않고 임의대로 4m 높이 흙 위에 석축을 쌓아 붕괴위험이 크다"며 "폭우나 홍수 등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토사가 흘러내려 한강을 오염시킬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환경오염 등을 우려하는 인근 주민의 목소리가 높지만 해당 토지는 사유지여서 시에서 강제적으로 개발을 제한할 수 없다"며 "A·B씨가 시에서 허가받은 이상으로 개발을 진행했다면 재시공 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다른 환경 전문가는 하남시 측의 이런 주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전문가는 “사용허가서를 받지 않은 행위는 ‘행정편의주의’의 전형”이라며 “해당 토지가 사유지라고는 하지만 위례길이라는 공공의 목적에 대해 조금이라도 고민을 했다면 원만한 합의를 도출했어야 하는데 어떤 이유에선지 공공성을 훼손하는 행위를 묵인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상한 개발, 터져 나오는 의혹들

이런 시의 이해할 수 없는 행정의 근저에는 모종의 특혜가 깔려있다고 인근 주민은 의심한다. 친분관계가 있는 A·B씨에게 개발 이익을 주기 위해 이들의 행위를 무조건 감싸고 돈다는 주장이다.

주민 최모씨(43)는 "개발이 시작된 이후 적어도 일주일에 한 차례씩 A·B씨가 투자자로 보이는 사람을 대동해 이 토지를 둘러봤다"며 "A·B씨는 '이 토지가 농지로 변경돼 앞으로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며 투자자를 현혹했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시와 A·B씨는 각종 의혹에 대해 '문제 될 것 없다'는 식으로만 일관한다"면서 "명백하게 아무런 하자가 없다면 주민이 납득할 만한 해명과 정보공개를 투명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사진=머니위크DB
/사진=머니위크DB

A·B씨가 종국에는 해당 토지를 건축물을 지을 수 있는 땅으로 만들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장모씨(56)는 “지금은 영농을 위해서 허가를 받았다지만 앞으로 또 어떤 이유를 들어 개발에 나설지 모를 일”이라며 “하남시 일대에 무허가 건축물을 지어 임대수익을 내는 곳이 많은데 A·B씨도 결국 이를 노리는 것”이라고 추정했다.

취재도중 시 관계자는 A·B씨가 이 토지를 사들인 진짜 속내는 따로 있다고 기자에게 귀띔하기도 했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하 국토관리청)이 수립한 '한강하천정비기본계획'에 따라 이곳이 하천구역으로 편입돼 A·B씨가 손실보상금을 받을 예정이라는 설명이었다.

다만 국토관리청 예산이 부족해 실제 보상을 받기까지는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어 A·B씨가 토지에서 농사라도 일단 짓겠다며 시에 허가를 신청한 것이라는 말도 건넸다. 현재 이 일대지역은 하천구역 지정을 위한 용역조사가 진행 중이다. 시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A·B씨는 투기 목적으로 농경지를 개발한 것이 된다.

하지만 A씨는 특혜 및 투기 의혹 등은 근거없는 소문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모든 절차는 적법하게 이뤄져 이 시장에게 특혜를 받을 필요도 없었다"며 "이 지역이 하천구역으로 지정될 것이라는 얘기도 금시초문"이라고 항변했다.

A씨는 "내 소유의 토지를 개발하겠다는데 인근 주민 등이 왜 문제삼는지 모르겠다"며 "만약 위법한 부분이 있다면 법적인 처벌을 받으면 되므로 더는 이 문제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