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과 23일 각각 발표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3분기 실적은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이들이 가야할 길을 뚜렷이 보여줬다. 전반적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 선방했다는 평가지만 장기적으로 극복해야 할 약점을 그대로 보여줘서다.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공장. /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공장. /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차, ‘제값받기’와 ‘점유율 수성’ 딜레마

먼저 현대차의 경우 3분기 실적을 통해 ‘수익성 증대’ 전략의 필요성이 드러났다. 수년간 노력한 ‘제값받기’ 전략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3분기 현대차는 전년대비 매출을 10.1%나 올리고도 영업이익이 8.8% 떨어졌다. 당기순익은 25.3%나 줄었다. 영업이익률이 1.3%포인트 떨어진 것. 금융 및 기타부분 수익이 커 자동차 판매보다 매출이 일정부분 과장된 영향이 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수년째 내새우고 있는 ‘제값받기’ 전략에 역행한 행보를 보인 것은 분명하다.


HMC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시장에서 올해 현대차의 평균 인센티브는 2000달러 중반으로 자동차 산업평균보다 약간 떨어지는 수준이다. 미국시장에서 현대차의 평균 인센티브는 지난 2009년 3000달러까지 올라가며 미국자동차산업 평균치를 상회할 정도로 올라갔지만 적극적인 ‘제값받기’ 정책을 실행한 2010년부터 2000달러 이하로 떨어졌고 2012년에는 1000달러를 하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점차 상승하던 인센티브는 올 들어 급격히 상승해 다시 산업평균에 근접한 수준까지 올라갔다.

현대차도 이런 사항을 일정부분 인정했다. 북미시장에서는 세계 최대의 자동차 업체인 토요타와 싸우고 있어서, 중국시장에서는 떠오르는 현지 업체와의 경쟁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올 들어 3분기까지 현대차의 완성차 판매대수는 354만여대로 전년 동기(362만여대)대비 2.4% 줄었지만 같은기간 영업부문 비용은 오히려 2.7% 증가한 8조6958억원을 나타냈다.

이원희 현대자동차 재경본부장(사장)은 기업설명회(IR)에서 "3분기에는 북미시장에서 엔저에 따른 일본차의 마케팅에 대응하고, 중국시장에서는 현지업체에 대응하느라 30% 이상 인센티브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노후화된 모델들을 거의 소진했으니 투싼과 아반떼 등 신차를 통해 인센티브를 낮춰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할인정책을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는 일이다.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경쟁이 과열되는 상황에서 가격경쟁력을 통해서라도 점유율을 수성하지 않으면 쇠퇴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수익성을 확보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차당 수익성을 높이는 것과 점유율을 수성하는 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 경쟁이 치열한 현재 상황에서는 어쩔수 없는 선택이지만 결론적으로는 수익성 증대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익성을 위해서는 경차 수십 대 파는 것보다 제네시스와 같은 고급차량을 한 대 파는 것이 낫다”며 “장기적으로는 대중모델과 고급모델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통해 점유율과 수익성을 모두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 대중차로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장기적으로 고급차 시장을 강화해 수익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대차가 지난 4일 발표한 제네시스 고급차 브랜드화 전략은 이와같은 수익성 고려 측면에서 나왔다. 글로벌 인지도를 갖춘 제네시스를 브랜드화 시켜 토요타의 렉서스 브랜드를 뛰어넘겠다는 목표다. 현대차는 2020년까지 총 6종에 이르는 고급차 라인업 출시 계획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기아차, 친환경차로 중국 잡아야

기아차의 경우 모델 노후화로 인센티브가 증가할 수밖에 없었던 현대차와 달리 카니발과 쏘렌토 등 신형 레저용자동차(RV)를 출시하며 실적을 확연히 개선했다.

최대 판매시장인 북미에서는 카니발과 쏘렌토의 출시로 올해 3분기 전년 동기대비 11.5% 증가한 16만5000여대를 판매했고 유럽에서도 신형 스포티지와 소형 SUV KX3의 신차효과덕에 전년 동기대비 8.2% 늘었다.

문제는 중국시장이다. 3분기 기아차는 전년대비 1109억원이나 증가(19.6%)한 6775억원의 영업익을 남겼지만 같은기간 당기순이익은 1073억원 줄었다. 이는 중국법인의 지분법이익이 전년대비 2580억원 감소했기 때문이다.


광저우 모터쇼에서 공개된 기아차 KX3. /사진제공=기아자동차
광저우 모터쇼에서 공개된 기아차 KX3. /사진제공=기아자동차

중국에 진출한 대부분의 글로벌 업체들이 이번 분기 지분법이익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현지업체들이 저가공세를 펼치고 있는데다 경기침체로 수요자체가 줄었기 때문인데, 이를 감안하더라도 기아차의 중국시장 상황은 다른업체보다 심각하다.

기아차는 3분기 지분법이익이 전년대비 91%나 감소했는데 현대차(31% 감소), 제너럴모터스(4% 감소) 등과 비교하면 감소폭이 현격하다. 현지업체인 장성기차가 RV 차종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기아차의 타깃고객을 앗아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기아차 중국법인 둥펑위웨다기아는 3분기 2600억원 수준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3공장 증설로 인해 고정비부담이 컸던 상황에서 현지업체들이 세를 키우며 판매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구매세 인하 정책과 중국형 신모델 출시로 4분기 실적은 단기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현지업체와 차별화된 전략이 없다면 장기적 성장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기아차 전체 판매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시장을 키우기 위해서는 장기전략으로 '친환경차'를 보급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중국 현지기업이 친환경 자동차 영역에서 해외 기업과의 합작을 늘리고 있는 추세에서 단기적인 실적보다도 가까운 시일에 다가올 친환경차 시장을 위한 과감한 투자가 장기적으로 중국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키워드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아차 측은 “전기차로부터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수소전지 차량까지의 친환경 라인업을 4개에서 11개까지 늘려나갈 것”이라며 “내년 SUV Looking 하이브리드와 K5 하이브리드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