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와 CJ올리브영 합병설이 제기된 후 CJ의 주가가 지속해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CJ의 주가가 더 치솟기 전에 합병을 서둘러야 한다는 시각과 CJ올리브영의 글로벌 진출 이후로 합병이 늦춰질 것이라는 엇갈린 주장이 나온다. /그래픽=김은옥 기자(챗GPT)

CJ올리브영이 CJ그룹의 '밸류업' 핵심 키워드로 부상하면서 지주사와 올리브영 간의 합병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상법 개정안으로 올리브영의 단독 기업공개(IPO)가 난망해진 데다 양사의 합병이 오너 일가의 승계 작업과도 맞물려 있어서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CJ의 주가는 올해 초 10만원대에서 오르내리다 올리브영 합병설이 제기된 지난 3월 중순 이후 지속해서 상승, 현재 16만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주식 종목 토론방에서도 주주들의 올리브영 합병 여부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상황이다.


CJ 측은 "현재 올리브영과의 합병 계획은 없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내년 초 합병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근 CJ 주식의 가파른 상승세 역시 합병 시계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CJ의 주가가 더 치솟기 전에 합병을 서두르는 것이 여러 모로 이득이기 때문이다.

CJ는 2018년 이후 자사주를 취득한 사례가 없고 구체적인 소각이나 처분 계획도 없는 상태다. 현금 배당 중심의 주주환원 정책만 유지하고 있어 주주들은 올리브영과의 합병 여부와 시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지난 3일 상법 개정안 가결로 올리브영의 상장 추진이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보고 있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비상장 자회사를 상장시킬 때 발생하는 모회사 주주가치 하락에 대해 이사진이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어서다. 사실상 자회사 쪼개기 상장에 제동을 거는 조치로 올리브영의 단독 IPO 추진을 어렵게 만드는 결정적 변수다. 이에 따라 업계는 CJ와 올리브영의 합병설에 무게를 싣고 있다.


올리브영 합병은 CJ그룹의 지배구조 효율화와 오너 일가의 3세 승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올리브영의 지분은 지주회사인 CJ가 51.15%를 보유하고 있으며 특수관계인인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와 이경후 CJ ENM 경영리더가 각각 11.04%와 4.21%를 소유하고 있다. CJ의 지분은 이재현 회장이 보통주 42.07%, 이선호 경영리더와 이경후 경영리더는 각각 3.20%와 1.47%만 확보하고 있다.

올리브영이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22.57%를 전량 소각한다고 가정하면 CJ의 올리브영 지분율은 66.1%로 상승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선호·경후 남매의 지분율도 각각 14.20%, 5.40%로 높아져 CJ 지분으로 전환할 경우 오너 일가의 지주사 지배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자회사 가치가 모회사보다 높아… 합병 비율 두고 진통 예고

업계 관계자들은 CJ와 CJ올리브영 합병 시 주주들이 만족할 수 있는 비율이 관건이 될 것이라 입을 모은다. /사진=CJ

업계는 CJ가 올리브영을 흡수합병하거나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식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문제는 모회사의 시가총액보다 자회사의 기업가치가 더 높다는 점이다.

이날 기준 CJ 시가총액은 5조3800억원이며 올리브영의 기업가치는 6조~7조원으로 평가된다. 신주 발행 없이 합병이 이뤄진다면 기존 CJ 주주 입장에서는 유리하겠지만 CJ가 보유한 자사주만으로는 올리브영 합병 대가를 치르기 어렵다. CJ의 자금력을 고려할 때 현금 지불 방식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결국 CJ의 신주 발행을 동반한 포괄적 주식교환 등이 유력한데 이 경우 합병 비율을 두고 진통이 예상된다. CJ 지분 12.35%를 보유한 국민연금을 비롯해 40.11%에 달하는 소액주주들의 반발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합병 가능성을 높게 보면서도 시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올리브영은 CJ그룹의 캐시카우이자 본원적 경쟁력을 갖춘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재무를 떠나 기업 가치와 사업 방향성 측면에서 봤을 때 올리브영을 중심으로 한 조직 개편과 M&A를 통한 밸류업 움직임이 예상된다"며 "주식 맞교환을 진행할 경우 마찰이 예상되지만 양사가 납득할 만한 근거를 제시하면 충분히 추진해 갈 수 있는 부분"이라고 내다봤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도 "올리브영이 자사주를 취득하는 일련의 과정 등을 살펴봤을 때 향후 상장보다는 CJ와 합병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오너 3세들이 CJ 지분을 매입하는 것보다 합병이 세금 부담 측면에서도 완화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올리브영의 합병이 더 늦춰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리브영의 글로벌 진출 시기가 확정되지 않은 시점에서 합병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CJ 입장에서는 올리브영의 지분 가치가 더 높아졌을 때 합병하는 것이 승계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올리브영의 글로벌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지금보다 기업가치가 훨씬 커질 것이 분명한데 굳이 지금 합병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장의 분위기로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한 합병 가능성이 높다"며 "주주가치 희석을 최소화하고 모든 주주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합리적인 합병 비율을 도출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