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3년차 정씨는 입사 후 직장에서의 스트레스와 결혼에 대한 고민으로 침대에 누워도 쉽게 잠들지 못한다.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불면증이 찾아온 것 같다. 숙면을 위해 잠자기 전 운동도 해봤으나 소용이 없고 어렵게 잠이 들어도 애완견의 발소리에 잠이 깨는 등 깊게 잠들지 못한다. 정씨는 잠에 도움이 되는 것을 구비하기 시작했다. 우선 새벽 작은 소음에 잠이 깨지 않도록 귀마개를 꼽는다. 베개도 기능성 메모리폼으로 변경했다. 자기 전에는 숙면에 도움이 되는 아로마 향초를 켜고 빛이 들어오지 않도록 암막커튼도 쳤다. 자는 동안 수면 패턴을 분석해주는 앱을 유료로 다운받아 사용 중이다.

정씨처럼 쉽게 잠들지 못하거나 잠이 들어도 중간에 자꾸 깨는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조사결과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2001년 5만1000명에서 2008년 22만8000명, 2013년 38만여명으로 12년 만에 무려 7배가량 늘어났다. 현대인들은 수면의 절대적인 시간도 부족하지만 수면의 질도 많이 떨어진다. 수면부족의 원인은 스트레스, 과로, 불규칙한 생활리듬, 커피, 음주, 수면 전 휴대폰이나 TV 시청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49분(469분)으로 OECD 조사대상 18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물론 7시간49분만 자도 소원이 없겠다는 사람도 많겠지만 절대적인 시간보다 상대적인 비교를 해봐야 한다. OECD 국가의 평균 수면시간은 8시간22분으로 한국인보다 33분이 더 길다. 평균 수면시간 8시간50분으로 가장 길게 자는 프랑스인들은 한국인보다 무려 1시간1분이나 더 잔다.

수면부족에 대한 경고도 쏟아진다. 마치 잠이 부족하면 신체의 모든 기능이 저하되는 듯하다. 잠이 부족하면 일 능률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만성피로, 우울증, 두통, 어지럼증 등은 물론이고 당뇨병 위험이 증가하며 신진대사 파괴를 유발한다. 잠이 부족하면 식욕이 늘거나 같은 양의 음식을 먹어도 더 살이 쪄 비만이 될 확률도 높아진다. 미국립수면재단(NSF)에서는 잠이 부족하면 성적 흥미도 못 느낀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내 수면시장 1조원 추정


수면장애를 겪는 이들이 늘면서 수면과 경제의 합성어인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관련시장이 커지고 있다. 국내 수면시장 규모는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 약 20조원의 수면관련시장이 형성된 것과 비교하면 아직 성장 여지가 많이 남은 시장이란 평가를 받는다.
수면을 돕기 위한 제품으로 기능성 침구류, 조명, 향초 등이 쏟아지고 있다. 시장조사전문업체 야노경제연구소 서울지점에 따르면 전체 수면관련제품시장은 연 1조~1조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또한 한국의 기능성 침구시장은 2011년 4800억원에서 지난해 6000억원으로 증가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기능성 베개와 매트리스의 판매가 전년대비 20.7%, 29.9% 증가했으며 구스다운 이불 판매도 25.7% 늘었다고 밝혔다. 숙면에 도움이 되는 아로마 관련 향초도 판매가 15%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간 일반침대 매출 신장률은 감소세를 보인 반면 프리미엄 침대는 두자릿수 성장을 보였다고 밝혔다.

수면 보조식품도 잇따라 출시됐다. 올해 초 CJ제일제당은 숙면에 도움을 주는 건강식품 ‘슬리피즈’를 선보였다. 슬리피즈는 북유럽인들이 숙면을 위해 수면 유도물질인 멜라토닌이 다량 함유된 밤에 짠 우유를 마신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됐다. CJ제일제당은 수면 건강식품을 3년 내에 200억원대로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광동제약은 유럽에서 오랫동안 약초로 쓰던 길초근과 호프 추출물로 만든 ‘레돌민정’을 내놓았다. 인체에서 분비되는 수면유도물질 아데노신과 멜라토닌을 조절해준다.

숙면을 위한 음료도 등장했다. 티젠의 숙면 기능성 차인 ‘굿나잇’은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을 주는 캐모마일, 라벤더, 레몬버베나, 오렌지필 등이 함유돼 있다. 오설록도 숙면을 돕기 위해 ‘티어클락 10PM’이란 허브티를 내놓았다.

캐나다에서는 에너지드링크와 반대되는 음료인 ‘슬로우카우’(Slow Cow)가 인기를 끌고 있다. 슬로우카우는 녹차의 아미노산인 테아닌(L-Theanine)이 주성분으로 긴장을 완화해주는 음료다.

숙면 돕는 직업군도 다양

숙면을 돕는 관련 직업군도 다양해지고 있다. 개인별 수면습관 등을 고려해 수면용품을 제안하는 ‘슬립 코디네이터’(sleep coordinator), 잠을 못 자는 이유를 찾아서 힐링 슬립을 도와주는 ‘슬립 테라피스트’(sleep therapist) 등 새로운 직업군이 등장했다. 

수험생이 슬립 코디네이터로부터 개인 수면 타입과 체형 및 생활습관을 고려한 '수험생 맞춤 수면 컨설팅'을 받고있다. /사진=뉴시스 박문호 기자
수험생이 슬립 코디네이터로부터 개인 수면 타입과 체형 및 생활습관을 고려한 '수험생 맞춤 수면 컨설팅'을 받고있다. /사진=뉴시스 박문호 기자

숙면과 IT가 만난 잠테크(잠+Tech) 분야도 생겼다. ‘굿 슬립’을 유도하고 수면패턴을 분석해주는 다양한 앱이 세상에 나온 지도 오래됐다. 잠테크 분야의 대세는 역시 웨어러블기기다. 웨어러블기기 중에서도 굿 슬립을 직접 유도하는 마스크나 헤드밴드, 수면상태를 체크해주는 팔찌기기 형태가 보편적이다. 최근에는 머리에 착용하고 자면 자각몽(lucid dream)을 유도해 꿈을 컨트롤해주는 기기도 등장했다. 

현재 웨어러블시장은 핏빗(fitbit), 조본(jawbone), 가민(garmin) 등이 장악했다. 특히 핏빗은 한국계 기업가 제임스 박이 창업해 올해 6월 웨어러블기기업계 최초로 뉴욕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해 국내에서도 관심이 높은 편이다. 국내 웨어러블제품으로는 인바디밴드, 중국 웨어러블제품으로는 샤오미의 미밴드를 꼽을 수 있다. 주식투자자라면 핏빗과 인바디에 꾸준히 관심을 가질 때다.

 숙면 위한 팁
1.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갖자.
2. 침실온도를 약간 시원하게 유지하자
3. 침실을 어둡고 조용하게 만들자
4. 친환경 소재의 편안한 잠옷을 입자
5. 적당한 운동으로 잠을 유도하자
6. 잠들기 3시간 전에 식사를 마치자
7. 비타민과 미네랄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먹자
8. 자기 전에 반신욕으로 릴렉스하자
9. 침구를 선택할 때는 신중하게 하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