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실상을 들여다 보면 젊은이에게 운전면허를 취득하라고 독려하는 광고가 만들어질 만하다. 일본 내각부의 소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기준 세대주의 자동차보급률은 29세 이하 젊은이(49.3%)가 60세 이상 노인(62.7%)보다 낮았다. 2011년 이후 젊은층과 노인층의 자동차보급률은 4년째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일본 자동차전문지의 설문조사에서도 도쿄의 20~30대 독신 남성의 자동차보급률은 20%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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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젊은층 차 구매 저조, 세계적 현상
이 같은 추세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비즈니스타임,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주요 외신들은 미국 젊은 층의 운전자가 크게 감소했다는 기사를 다뤘다. 미 교통부의 자료에 따르면 1983년 20~24세 중 운전자 비율이 92.2%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11년 79.7%로 떨어졌고 16~19세 중 운전자 비율은 72%(1983년)에서 절반인 50.9%(2011년)로 하락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운전면허 신규 취득자 가운데 25세 이하 비율이 2005년 19.2%였지만 현재는 10%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젊은이의 운전면허 취득이 줄고 자동차구매율이 낮아지는 분위기는 한·미·일을 넘어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다.
왜 그럴까. 첫째, 편리해진 대중교통시스템을 꼽을 수 있다.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으로 가지 못할 곳이 없다. 나아가 대중교통비가 많이 올랐다지만 자동차를 보유하고 운행하는 비용보다 적다.
둘째, 전세계가 예외 없이 경험하는 심각한 취업난 때문이다. 직장을 구하지 못해 경제적인 이유로 결혼과 출산 등을 포기하는 세대를 미국에서는 ‘밀레니얼’(millennial), 일본에서는 ‘사토리’(달관), 우리나라에선 ‘N포세대’라고 부른다. 이들은 자동차 구입은 고사하고 운전면허를 따는 과정조차 사치라고 생각한다.
셋째, IT제품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발달을 들 수 있다. 젊은 층의 관심이 자동차가 아닌 IT제품과 SNS로 쏠린다는 주장이다. 실제 미국의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8~24세 미국인의 36%가 자동차보다 신형 스마트폰을 갖고 싶다고 답했다. 이들은 자동차가 있어야 친구를 만나 대화할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SNS로 친구와 소통하기 때문에 자동차가 필요치 않은 것이다.
넷째, 1인가구가 늘어나는 사회경제적 현상 때문이다. 1인가구가 증가하면서 가족의 교통수단이라는 자동차 소비욕구가 사라진 것. 취업포털 파인드잡에 따르면 우리나라 25세 이상 여성 중 43.8%가 “결혼을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라고 답했다. “결혼하지 않는 것이 좋다”(4.8%)는 응답까지 포함하면 절반가량이 결혼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다. 남성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 가족을 위한 자동차 구매수요가 줄어드는 현상이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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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역에서 시간단위로 차량을 빌리는 카셰어링 유카 서비스. /사진제공=코레일 |
◆차, 소유 아닌 공유로 트렌드 변화
이 같은 추세는 젊은층에 국한되지 않는다. 세대를 넘어 자동차 소유에 대한 인식자체가 공유경제의 개념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카풀(car pool)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있었지만 사고 시 보험처리나 안전문제로 인해 정착되지 못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보급 확산과 시민의 의식이 바뀌면서 카풀 비즈니스화에 성공한 기업이 나타났다.
세계1위 카셰어링업체인 우버를 비롯해 경쟁기업으로 급부상 중인 리프트의 성장이 눈부시다. 기존 택시와 렌터카업계의 반발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주요 국가에서는 사업을 철수했지만 우버는 논란 속에서도 500억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평가받는다. 내년에 뉴욕 상장을 노리는 우버 등 카셰어링업체가 성장할수록 기존 자동차제조사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10월 미국 CNBC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버를 이용한 소비자가 2014년 4%에서 1년 만에 17%로 늘어났으며 우버 이용자의 22%가 자동차 구입을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토요타는 우버 기사들에게 자동차 구입 시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등 위기탈출전략을 세우기도 했다.
자동차공유경제의 트렌드를 읽은 GM은 지난 1월 초 리프트에 5억달러를 투자, 지분 9%를 확보했다. 차세대 순수전기차인 볼트EV가 리프트사업의 전략차종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벤츠도 자회사인 카투고를 통해 유럽과 북미에서 단기 렌터카사업을 직접 영위하며 시대적 변화에 적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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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공유기업 쏘카의 카셰어링 서비스. /사진제공=쏘카 |
자동차공유경제 트렌드는 단기 렌터카시장의 성장에서도 읽을 수 있다. 렌터카시장이 기존 월 또는 연 단위 렌트에서 분 단위로 확대됐다. 자동차 1대를 하루에 5~6명이 나눠 사용한다면 그만큼 자동차의 구매고객이 줄어드는 셈이다.
자동차제조사의 고민은 깊어지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경제적으로 이득이 되는 단기 렌터카시장이 반갑다. 미국의 대표적인 단기 렌터카회사인 집카에 따르면 일주일에 2번, 평균 2시간가량 자동차를 렌트하면 연평균 5500달러(약 660만원)를 절약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단기 카셰어링기업이 늘고 있다. 서울시 공식 카셰어링사업자 쏘카가 지난해 2월 기준으로 서비스 차량 2000대, 회원수 100만명을 돌파했다. 앞으로 자동차공유경제가 확산될수록 신차 판매수요는 더 줄어들 것이다. 젊은이의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줄고 공유경제로 트렌드가 변해가는 요즘, 자동차업계의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