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컹철컹. 김대리는 오늘도 지하철 1호선에 몸을 실었다. 월요일이라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지하철이 자꾸만 멈춘다. 집에서 여유 있게 출발했는데도 출근시간 10분 전. 지하철이 역에 정차하자마자 쏜살같이 달려 나간다. 

‘지옥철’, ‘거북이’, ‘고물’…. 느린 속도와 잦은 연착 탓에 불혹을 갓 넘긴 1호선에 붙은 별명이다. 매일같이 1호선과 출근전쟁을 치르는 김대리도 마찬가지. 그는 대한민국 최초 지하철인 1호선을 떠올리면 낡고 오래된 이미지가 가장 먼저 연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월 앞에 무슨 장사가 있으랴. 1호선도 한때는 신식 교통수단으로 찬란한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이 있었다. 모두가 한번쯤 타보고 싶어 했던 꿈의 교통수단이기도 했다. 이제는 화려한 명성을 뒤로하고 묵묵히 경기도와 서울을 오가며, 또 2~9호선을 잇는 교차점으로 가장 오래된 시민의 발이 되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사진=임한별 기자

◆ 땅속으로 들어간 철도…1기의 탄생
서울 지하철 역사는 42년 전인 1974년 8월1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역에서 청량리역까지 9개역이 개통되면서 지하철 1호선 시대가 열렸다. 1971년 4월12일 착공에 들어가 3년4개월 만에 완공된 것으로, 내자 236억원과 외자 94억원 등 총 330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됐다.


1호선은 서울의 교통체증을 풀어줄 새 교통수단으로 서울역-청량리역 구간 9.54㎞를 18분에 주파했다. 개통 당시 기본운임은 30원. 8km를 기본구간으로 정하고 이를 넘어가면 1km마다 3원씩 추가운임이 붙는 방식이었다.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당시 청량리-인천 구간은 150원, 청량리-수원 구간은 160원이었으며 정기권은 30%, 학생은 운임의 50%를 할인하는 제도를 운행했다. 이용승객은 1일 평균 23만명 수준이었고 차량은 철도청 소속의 차량을 포함해 186량이 전부였다. 하루 열차운행횟수도 210회에 불과했지만 수송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개통 4년 뒤엔 총 차량 보유대수가 294량으로 늘어났고 1일 열차운행횟수도 526회로 증가했다.


1971년 서울 지하철 기공식. /사진제공=국가기록원
1971년 서울 지하철 기공식. /사진제공=국가기록원
1974년 지하철 개통식 참석자들이 테이프 커팅하는 모습. /사진제공=국가기록원
1974년 지하철 개통식 참석자들이 테이프 커팅하는 모습. /사진제공=국가기록원


하지만 1호선 개통만으로는 서울의 교통사정을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당시 전체 국토면적의 0.64%에 불과한 서울에 전체 인구의 20.1%가 집중돼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득증가에 따라 자가용이 늘어나면서 서울 도심의 교통정체는 마비상황을 방불케 했다. 결국 지하철이 유일한 해결방안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수년 동안의 검토와 설계, 조정단계를 걸쳐 2호선은 서울을 한바퀴 도는 순환선으로 건설한다는 방침이 확정되고 1978년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다. 당초에는 1981년 강남구간을 완공하고 1984년 강북구간을 완공해 완전 개통하는 게 목표였지만 올림픽 유치 등 국가적 현안에 밀려 3단계로 나눠 착공하게 됐다.

1980년 10월31일, 드디어 2호선의 1단계인 신설동역-종합운동장역의 14.3km 구간이 개통됐다. 2호선은 1단계 부분개통만으로 강남권 주민들의 교통환경을 크게 바꿔 놓았다. 신설동역에서 1호선으로 환승하면 강남에서 서울 도심까지 지하철만으로 이동이 가능해졌기 때문.


그로부터 2년 뒤 교대역까지 5.5km 구간이 개통된 데 이어 1년 뒤엔 을지로입구역-성수역 구간과 교대역-서울대입구역 구간이 개통됐다. 1984년 5월22일에는 서울대입구역-시청역 구간이 개통하면서 총 연장 54.2km의 2호선 순환선이 완전개통됐다. 공사기간 6년2개월. 2호선 건설에는 8771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됐다.


2호선 구형 열차 내부. /사진제공=국가기록원
2호선 구형 열차 내부. /사진제공=국가기록원

강북과 강남을 수직으로 잇는 3호선과 4호선은 1979년 동시착공에 들어갔다. 3호선은 우선 1단계로 지축차량기지-양재동의 28.9km 구간을 건설했다. 양재역-수서역의 8km 3호선 연장구간은 제2기 지하철 건설의 1단계 사업으로 추진돼 착공 후 4년 만인 1993년 10월30일 개통했다.
이 구간의 개통으로 3호선의 총연장은 35.7km에 이르렀고 수서와 대치 등 주민들의 교통편의를 제고할 수 있었다. 4호선은 상계동-경기도 과천의 총연장 37.5km 노선으로 1993년 4월13일 개통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3~4호선 완전개통으로 제1기 지하철이 모두 완공돼 본격 운행에 들어갔다”며 “서울시는 이로써 11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1~4호선의 4개 노선에 총연장 116.5km, 102개역을 보유한 대규모 지하철망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1984년 이대역 모습. /사진제공=서울메트로
1984년 이대역 모습. /사진제공=서울메트로

◆ 경기도까지…도시철도시대 본격화
5호선은 1990년 6월27일 2기 지하철노선 중 처음으로 착공에 들어갔다. 개통은 예정보다 다소 늦어져 6년 뒤 강동구간이 먼저 했고, 강서구간은 두번에 나눠 진행됐다. 같은 해 말 나머지 도심구간의 개통으로 서울을 동과 서로 연결하는 지하철이 탄생했다.

역촌-신내 간 36.1km 노선으로 계획된 6호선은 기존 5개 노선과의 환승을 전제로 만들어졌다. 4대문 안쪽의 도심은 물론 강남과 영등포 등 부도심을 벗어난 노선으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7호선은 장암-온수 간 총연장 46.9km의 노선으로 도봉과 상계지구 개발촉진과 경인지역 승객 분산을 목적으로 강남을 관통한다. 잠실 일대를 휘감은 8호선은 잠실-모란 구간과 잠실-암사 구간으로 나뉘어 1999년 7월 개통에 이르렀다.

3기 지하철의 시작인 골드라인, 9호선은 2009년 7월24일 개통했다. 지난 2001년 첫 삽을 뜬 뒤 7년이 넘게 공사가 진행됐으며 공사비로 3조5000억원의 민간자본이 투입됐다. 9호선은 골드라인에 걸맞게 서울 한강 이남지역을 동과 서로 가로지르는 노른자 땅을 지난다. 대부분의 지하철이 강남과 강북을 오르내리는 것과 달리 한강 이남을 달리는 것이 특징이다.

김포공항에서 여의도를 거쳐 강남구 논현동을 지나는 노선으로 9호선이 개통된 뒤 김포공항에서 강남지역까지 약 30분 안에 이동이 가능해졌다. 서울 지하철뿐 아니라 수도권 전철도 분당선·경의선·중앙선·신분당선 등 지속적으로 노선을 늘렸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현재 9개 지하철 노선의 환승을 통해 서울 어느 곳이든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동할 수 있다”며 “또 선릉역과 도곡역에서는 분당선, 강남역과 양재역에서는 신분당선, 홍대입구역에서는 경의선과 공항선, 옥수역에서는 경의선, 이촌역에서는 중앙선과도 환승돼 수도권 지역주민들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2호선 신형 전동차. /사진제공=서울메트로
2호선 신형 전동차. /사진제공=서울메트로

◆ 올해 개통 예정 노선, 어디?
지난달 30일 신분당선 연장개통을 시작으로 올해는 더 많은 노선이 개통할 예정이다. 오는 27일에는 수인선(수원-인천) 복선전철이 인천역까지 개통된다. 이에 따라 인천 중구 지역에서 시흥과 안산으로 가는 시간이 크게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7월에는 인천의 두번째 도시철도 노선인 인천2호선이 개통한다. 인천1호선과 경인선이 미처 통과하지 못하는 인천 서구와 주안, 인천대공원을 경유하는 노선이다.

서울에서도 경전철 노선이 개통을 앞두고 있다. 삼각산과 신설동을 잇는 우이신설경전철이 하반기 개통을 목표로 공사 중이다. 이 노선은 전구간이 지하인 경전철로 지어지며 차량기지도 지하에 있는 점이 특징이다.

판교에서 여주까지 지어질 예정인 성남여주선도 하반기 개통을 목표로 잡았다. 이매역과 판교역에서 각각 분당선과 신분당선을 갈아타면 서울과 용인, 수원 방면으로 갈 수 있다.
구석구석 개통을 앞두고 있는 서울지하철 노선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에 따라 서울이 계속 확장되고 앞으로 서울로 몰리는 사람의 수도 점점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 서울 지하철은 9개 도심노선과 서울근교, 위성도시들을 잇는 여러개의 국철 노선으로 어지럽게 연결돼 있다. 서울 구석구석 총 327.2km를 달리는 셈으로, 지금도 여전히 확장 중인 것. 

철도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의 발전과 궤를 같이한 서울 지하철이 어느덧 40여년의 연륜을 쌓았다”며 “그간 숱한 난관 속에서도 노선을 확충하며 세계적 규모로 성장했고 시민들의 이용 편의에도 앞장서 이제는 지하철 하나로 어디든 갈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설합본호(제421호·제42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