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간18분의 국내 최장시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기록한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비례대표)이 24일 "(테러방지법 철회를) 막지 못한다 하더라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테러방지법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해 이날 오전 2시30분부터 오후 12시48분까지 발언한 은 의원은 필리버스터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사람들은 (테러방지법 의결 저지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밝혔다.
은 의원이 발언한 시간은 1969년 8월 신민당 박한상 의원이 3선 개헌을 막기 위해 발언한 10시간15분을 3분 넘어서는 기록이다. 은 의원은 "사람이 얼마나 존엄스럽고 가치 있을 수 있는지 특히 헌법과 비교해 테러방지법이 인권을 어떻게 위반하고 있는지에 대해 얘기해 달라는 분들이 많았다"며 "준비를 하지 못한 상황에서 국민의 대리인으로서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강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은 의원은 "현대사회의 폭력과 분쟁, 테러는 가난과 절망으로부터 온다"며 "테러리스트를 저지하는 것만이 아니라 새로운 테러리스트가 나타나지 않도록 불평등을 없애고 평화와 화해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잘 전달됐는지 아쉽다"고 했다.
'10시간이 넘는 발언 동안 힘든 것은 없었느냐'는 물음에는 "힘들었다.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온몸이 아팠다"면서 "내가 만났었던 어려운 사람들, 어제(23일) 해고된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라 좀 힘들어도 더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은 의원은 화장실을 가지 않기 위해 전날(23일) 오후 7시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고도 말했다. 1992년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사건으로 국가정보원의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 분실에서 고문을 당한 바 있는 은 의원은 "공개적으로 고문에 대해서 오랜만에 얘기해봤다"며 "제가 몸이 건강한 사람이 아니라 어떻게 버틸까 고민했는데 결국 버텼다. 다들 고마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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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미 필리버스터' '필리버스터' '은수미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오른쪽)이 2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의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마친 뒤 이종걸 원내대표와 포옹하고 있다. /사진=뉴스1 |